[IT조선 김남규] 법원이 외환은행 노동조합의 손을 들어주면서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 작업에 급제동이 걸렸다. 이로써 오는 4월 1일로 예정된 두 은행의 합병 연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은 4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이 지난달 19일 신청한 ‘하나금융지주의 일방적 통합절차 중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날 법원은 “외환은행은 6월 30일까지 금융위원회에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위한인가를 신청하거나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승인받기 위한 주주총회를 개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한 “이 기간까지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을 승인받기 위해 개최한 주주총회에서 합병 승인에 찬성하는 내용의 의결권을 행사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에 앞서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을 상대로 ▲합병인가 신청 ▲합병관련 주주총회 ▲하나은행과의 직원 간 교차발령 등 2.17 합의서 위반행위의 잠정적인 중지명령을 구하는 가처분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법원의 이번 판결 직후 발표한 성명서를 통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외환은행 노조 측은 “2.17 합의서의 법적효력을 인정하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주도하의 일방적 조기통합절차의 부당성을 인정한 결정”이라며 “2.17 합의의 효력을 실효시킬만한 사정변경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 이상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이 일방적·독단적으로 진행해 온 조기통합절차는 그 명분을 잃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환은행 노조는 법과 원칙에 입각한 사법부의 용기 있는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경영권을 남용하는 행태가 시정됨으로써 노사정 화합을 위한 올바른 문화가 정착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금융산업은 여타 산업과 달리 선제적인 위기대응이 없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이번 가처분 결정에서는 이런 측면을 간과한 것으로 판단돼 이의 신청을 포함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012년 2월 17일, 향후 5년간 외환은행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는 내용 등이 담긴 2.17 합의서를 체결한 바 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