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게임이 유희의 일종에서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 중 하나가 되고,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하드웨어, 즉 ‘게이밍 기어’ 시장도 덩달아 커졌다.

덕분에 기존 게임용 컨트롤러를 비롯해 평범한 입력장치였던 키보드와 마우스, 음성 채팅용으로 사용하던 헤드셋 등도 ‘게이밍 기어’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다.

보통 ‘게이밍 기어’라 하면 PC나 게임 콘솔용 주변기기만 떠오르지만, 요즘은 모바일 게임 시장이 거대한 규모로 성장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용 게이밍기어 제품들도 등장하고 있다. 주로 ‘터치’조작의 한계를 개선시켜주는 부착형 또는 무선 컨트롤러 제품이 대다수다.

앱코 해커 GHX 모바일 게이밍 헤드셋
앱코 해커 GHX 모바일 게이밍 헤드셋
그런 가운데, PC용 주변기기 전문기업 앱코에서 재미있는 제품을 선보였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기반의 모바일 게임 환경에 특화된 ‘앱코 해커 GHX 모바일 게이밍 헤드셋’이 그 주인공이다.

앱코 해커 GHX는 ‘모바일 게이밍 헤드셋’이라는 별명이 붙은 제품답게 다소 화려한 외관을 자랑한다. 일단 디자인 자체는 전형적인 헤드폰의 형태를 지니고 있지만, 화사한 화이트 색상 몸체에 톡톡튀는 오렌지 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게이밍' 제품 다운 화려한 외관과 색상을 자랑한다.
'게이밍' 제품 다운 화려한 외관과 색상을 자랑한다.
요즘 헤드폰 자체가 일종의 디지털 액세서리 중 하나로 취급 받고 있기 때문에 디자인이나 색상에 좀 더 신경을 쓴 것으로 보인다. 다른 색상 버전도 있으면 좋겠지만, 앱코 측에 따르면 일단 화이트-오렌지 컬러 단일 제품만 출시될 예정이다.
40mm 유닛이 들어간 이어컵과 부드러운 착용감을 제공하는 이어쿠션
40mm 유닛이 들어간 이어컵과 부드러운 착용감을 제공하는 이어쿠션
앱코 해커 GHX의 이어컵과 쿠션은 귀를 완전히 덮는 형태의 오버이어 타입이다. 천 소재로 마감된 쿠션은 충분한 탄력으로 큰 압박감 없이 이어컵을 귀에 밀착시켜주며, 편안한 착용감으로 오래 사용할 때의 불편함을 최소화해 준다.

주변 소리를 차단하거나, 안에서 재생되는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는 정도를 가늠하는 ‘차음성’은 그리 높지 않다. 실내에서라면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가 대략 80%정도 들리는 수준이다.

이어컵 안쪽에는 직경 40mm의 드라이버 유닛이 들어갔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크기로 균형잡힌 사운드 재생 능력을 기대할 수 잇다. 이어컵 바깥쪽은 스피커를 연상시키는 금속 메시(mesh)망이 적용됐지만 음질과는 무관한 디자인적인 요소에 불과하다.

헤드밴드는 착용자의 머리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크기가 조절된다.
헤드밴드는 착용자의 머리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크기가 조절된다.
헤드밴드는 손으로 잡아서 늘이는 방식이 아니라 착용자의 머리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나는 방식이라 편하다. 다만 쿠션감이 이어컵에 비해 약한 것과, 헤드밴드 바깥쪽이 안쪽과 마찬가지로 일반 천 소재로 마감되어 나중에 오염되면 지저분해지기 쉬운 것은 조금 아쉽다.
300g에 가까운 무게로 인해 겉보기에 비해 다소 묵직한 느낌을 준다.
300g에 가까운 무게로 인해 겉보기에 비해 다소 묵직한 느낌을 준다.
앱코 해커 GHX 헤드셋을 손으로 들어보면 플라스틱을 주로 쓴 외관에 비해 의외로 묵직하다. 스펙상 무게가 약 298g으로, 목재나 금속소재를 많이 쓴 헤드폰 수준의 무게다.

이런 무게는 뒤에 설명할 앱코 해커 GHX만의 특수한 부가기능 때문이다. 오래 착용하면 목이나 어깨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양호한 착용감 덕에 실제 사용시 무게 부담은 그리 큰 편은 아니다.

직조(페브릭) 케이블에는 마이크(붉은 동그라미)가 내장된 컨트롤러가 일체화되어있다.
직조(페브릭) 케이블에는 마이크(붉은 동그라미)가 내장된 컨트롤러가 일체화되어있다.
앱코 해커 GHX의 케이블은 단선에 강한 직조(페브릭)처리된 케이블이 적용됐다. 덕분에 유선식 음향기기에서 가장 흔한 고장인 ‘단선’ 걱정을 크게 덜어준다. 케이블 전체 길이는 약 1.5m 정도로, 일반 적인 용도로 쓰기에 넉넉한 길이다.

앱코 해커 GHX는 스마트폰/태블릿의 통화 및 음악 재생 기능을 제어할 수 잇는 유선 컨트롤러가 케이블에 일체화되어 제공된다. 마이크 또한 컨트롤러에 일체화되어 있어 음성 통화가 가능하다.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아날로그 슬라이드 볼륨을 채택한 것이 눈에 띈다.
iOS와 안드로이드 기기 모두 대응할 수 있는 아날로그 슬라이드 볼륨을 채택한 것이 눈에 띈다.
컨트롤러는 원통형 알루미늄 재질에 조작버튼과 볼륨이 부착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위쪽의 버튼은 전화 송수신 및 스마트폰/태블릿의 음악 재생 기능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 디자인 때문인지 버튼 크기가 조금 작은 편이라 손이 큰 사람에게는 조금 불편하다.

볼륨은 오래된 아날로그 슬라이드 방식으로, 위아래로 밀어주는 만큼 음량이 조절된다. 때문에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본체의 볼륨을 직접 제어하지 못하며, 본체의 현재 볼륨 내에서 소리의 크기를 조절하게 된다.

이는 앱코 해커 GHX 헤드셋이 애플 iOS 기기와 안드로이드 기반 기기에서 모두에서 볼륨 조절이 가능하게 설계된 것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의 iOS 기기와 안드로이드 기기의 디지털 볼륨 조절방식은 서로 달라 어느 한 쪽 전용으로 나온 이어셋(헤드셋)은 상대쪽 기기에서 볼륨 제어가 안 되는 문제가 있다.

앱코 해커 GHX는 비록 오래된 방식이긴 하지만 운영체제와 상관 없는 아날로그 방식의 슬라이드 볼륨을 사용함으로써 양쪽 기기에서 모두 쓸 수 있는 호환성을 위해 절충안을 채택한 셈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울트라북 등을 위한 4극 플러그를 채택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울트라북 등을 위한 4극 플러그를 채택했다.
스마트폰/태블릿 등과의 연결은 일반적인 3.5mm 직경에 4극 방식 플러그를 사용해 하나의 케이블로 음성 및 사운드를 주고받을 수 있다. 물론 크기 문제로 4극방식 플러그를 사용하는 울트라북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헤드셋 단자와 마이크 단자가 분리된 일반 PC나 노트북에서도 쓸 수 있도록 4극→3극 변환 젠더를 기본 제공한다. 플러그 자체는 역시 케이블 꺾임으로 인한 단선 방지를 위해 ‘ㄱ’자형으로 디자인되어 있으며, 커넥터에 금도금을 적용해 노이즈 발생을 최소화했다.

LED 조명 효과를 켜고 끄는 스위치
LED 조명 효과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여기까지만 보면 앱코 해커 GHX는 ‘통화 및 사운드 재생이 가능한 좀 괜찮은 디자인의 모바일 대응 헤드셋’에 불과하다. 하지만 앱코 해커 GHX만의 특별한 기능이 다른 헤드셋 제품과 차별된 특징을 제공한다.

앱코 해커 GHX 헤드셋 이어컵 뒤쪽에는 양쪽에 각각 한 개씩의 스위치가 붙어있다. 오른쪽 이어컵에 달린 ‘LED’ 스위치는 말 그대로 제품에 내장된 LED 조명을 켜고 끄는 역할을 한다. 스위치를 켜면 이어컵 바깥쪽 메시망에 이어쿠션 및 케이블과 동일한 오렌지색의 LED 조명이 켜지며, 사람이 숨쉬는 것처럼 밝아졌다 어두워짐을 반복한다.

은은한 LED 조명이 숨을 쉬듯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은은한 LED 조명이 숨을 쉬듯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한다.
사실 요즘 나오는 상당수 게이밍 키보드나 마우스, 헤드셋에는 이와 비슷한 ‘브레스 모드’ LED 조명기능이 탑재된 경우가 많다. 시각적 효과 외에는 딱히 다른 기능은 없지만 앱코 해커 GHX를 ‘게이밍 헤드셋’답게 보이도록 해주는 시각적 장치인 셈이다.
반대쪽 스위치는 앱코 해커 GHX의 가장 큰 특징인 '4D 진동'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반대쪽 스위치는 앱코 해커 GHX의 가장 큰 특징인 '4D 진동'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반대편인 왼쪽 이어컵의 스위치는 앱코 해커 GHX의 가장 큰 특징인 ‘4D 진동’ 기능을 사용하게 해주는 스위치다. 헤드셋 내부에 진동 유닛을 사용해 재생되는 사운드의 저음에 반응하는 진동효과를 추가로 제공하는 기능으로, 마치 ‘4D 영화관’에서 의자가 떨리거나 흔들리는 느낌을 헤드셋에서 비슷하게 재현한 것이다.
음악 등을 감상할 때 저음을 강조해주는 EQ를 적용하면 더욱 강력한 진동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음악 등을 감상할 때 저음을 강조해주는 EQ를 적용하면 더욱 강력한 진동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4D 진동’ 기능을 켜면 음질 자체에는 변화가 없지만, 락(rock)이나 힙합, 댄스 음악처럼 저음이 강하고 비트(beat)가 살아있는 음악을 감상하거나, 이러한 음악을 배경음악으로 주로 쓰는 액션, 드라이빙, 스포츠 게임 등을 즐길 때 진동이 더해져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마치 커다란 우퍼 스피커가 양 옆에서 힘찬 저음을 쿵쿵 때려주는 느낌이다.
음악이나 게임 사운드에서 발생하는 저음을 '진동'으로 표현해 몰입감을 더욱 높여준다.
음악이나 게임 사운드에서 발생하는 저음을 '진동'으로 표현해 몰입감을 더욱 높여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앱코 해커 GHX는 폭발 장면이 많은 액션 영화나 전쟁영화, 웅장한 장면과 연출이 많은 SF 또는 판타지 영화 등과도 궁합이 잘 맞는다. 특히 온몸이 울리는 듯한 저음을 선호하지만, 거주 환경(아파트나 다세대 주택 등)으로 인해 스피커 볼륨을 올리기 힘들었던 이들에게 강력한 우퍼와 비슷한 느낌을 선사한다는 점에서 안성맞춤이다.

또 작은 화면과 빈약한 스피커로 PC나 콘솔게임에 비해 몰입감이 떨어지는 모바일 게임들의 몰입감과 박진감을 더욱 높여줌으로써 게임을 즐기는 즐거움을 더욱 배가시켜준다.

일반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때 쓰는 마이크로 B타입 케이블로 충전이 가능하다.
일반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때 쓰는 마이크로 B타입 케이블로 충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4D 진동과 LED 조명을 위해 앱코 해커 GHX는 전원 공급용 자체 배터리를 내장했다. 충전은 일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충전에 쓰이는 마이크로 B형 USB 케이블을 사용한다. 충전이 시작되면 충전포트 옆 LED가 붉은색으로 점등되며, 모두 충전되면 LED 색이 파란색으로 바뀐다.

사용 시간은 PC의 USB포트 기준(500mAh)으로 약 3시간 충전하면 최대 10시간까지 진동 및 LED 조명효과를 이용할 수 있다. 물론 배터리가 모두 소진돼도 헤드셋의 기본 기능은 문제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모바일 게임이나 음악, 영화 등 감상 시 색다른 '진동'효과를 제공하는 '앱코 해커 GHX 게이밍 헤드셋'
모바일 게임이나 음악, 영화 등 감상 시 색다른 '진동'효과를 제공하는 '앱코 해커 GHX 게이밍 헤드셋'
앱코 해커 GHX가 제공하는 ‘4D 진동’ 효과는 사용자에 따라서 호불호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수 십 만원대의 고가 게이밍 헤드셋이나, 대형 우퍼 스피커를 통해서나 느낄 수 있던 ‘진동 효과’를 훨씬 부담 없는 가격으로, 주변에 폐를 끼치지 않고 비슷하게 제공한다는 점은 인상적이다.

특히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울트라북 등 모바일기기에 최적화된 4극 플러그 형태로 제작되어 모바일 게임 환경에서도 진동 효과를 맛보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아직 출시 예정인 제품이라 정확한 가격은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지금껏 출시된 앱코의 게이밍 제품들의 가격을 고려하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책정될 전망이다.

평소 모바일 게임을 많이 즐기거나, 락이나 힙합 등 저음이 살아있는 음악장르를 즐기고, 주로 액션 영화 등을 선호하는 이들이라면 진동이 더해진 색다른 사운드를 제공하는 ‘앱코 해커 GHX 모바일 게이밍 헤드셋’을 꼭 기억해 두자.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