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조용병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58)이 내정됨에 따라 전 금융권의 이목이 집중됐던 신한은행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 (사진=신한금융지주)
조용병 신한은행장 내정자 (사진=신한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는 24일 서울 세종대로 본사에서 개최된 자회사 경영관리위원회(이하 자경위)에서 조용병 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2년 임기의 신한은행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밝혔다.

조용병 차기 행장 내정자는 신한은행 뉴욕지점장을 역임했던 만큼, 국제 금융 분야에서 앞선 감각을 지닌 인물이다. 특히 화합을 우선하는 성격의 소유자로 조직 내에 여전히 잔재해 있는 신한사태의 후유증을 치유할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조용병 행장 내정자를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각은 각별하다. 이렇다 할 ‘외풍’ 없이 내로라하는 쟁쟁한 후보들을 물리치고 차기 행장에 오른 만큼, 신한은행 안에 산적해 있는 과제를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감 역시 크기 때문이다.

우선 조 행장 내정자는 서진원 전 행장이 이뤄놓은 ‘리딩뱅크’ 타이틀을 사수해야 하는 막중한 과업을 책임져야 한다.

지난해 신한은행은 저이자·저마진 구조가 고착화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연간 당기 순이익이 2조 811억 원을 기록, 1년 만에 당기순익 2조 원대를 회복하며 후발 시중은행과의 격차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윤종규 회장 체제를 굳히고 있는 KB가 영업력을 대폭 강화하는 조직개편을 진행한 후, 리딩뱅크 탈환을 목표로 ‘타도 신한’을 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조 행장 역시 차기 먹거리를 보장하는 성장동력 발굴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조 행장 내정자는 해외시장 진출 확대라는 답안을 제시한 상태다. 7%대의 성장을 보이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특히 멕시코 등 남미 시장 진출에 나서 새로운 시장 개척에 나설 계획이다.

최근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된 핀테크 영역에 대한 과감한 투자도 예상된다. 금융권 전체가 사활을 걸고 있는 시장인 만큼, 이를 선점하기 위해 조 행장이 향후 어떤 로드맵을 제시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무엇보다도 조 행장 내정자가 우선 해결해야 할 과제는 지난 수년간 신한은행의 발목을 잡고 있는 ‘신한사태’에 대해 명확한 종지부를 찍는 일이다.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과 신상훈 전 사장의 법정싸움으로까지 번진 ‘신한사태’의 여파가 여전히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결이 임박한 상황으로, 라 전 회장에 대한 검찰 기소 여부가 곧 결정될 예정이다. 특히 라 전 회장과 신 전 사장의 대립은 신한은행 내부 조직의 분열을 초래했고, 조 행장 내정자에게는 라 전 회장의 판결을 기점으로 더 이상의 분열과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이를 봉합해야 할 책임이 있다.

중립적 성향의 조 행장 내정자의 경우 신한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다는 강점이 있다. 또한 경선과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직접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때문에 조직 안정화는 조 행장 내정자의 리더십을 평가받는 첫 번째 시험무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조 사장의 업무 추진력과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높게 평가받고 있다”며 “신한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롭게 때문에 특정 세력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