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형원] 세계 IT회사들의 2015년도 업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가상현실’이란 키워드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실제 현실 속의 시각정보 대신 가상의 공간의 시각정보를 사용자의 육안에 비추는 것으로 사용자가 가상공간 속에 존재하는 듯한 착각(Presence)을 불러 일으키는 기술을 일컫는다.

가상현실 기술은 1960년대부터 군사훈련 용도로 개발되어 관련 기기가 등장했지만 일반 소비자용 상품은 아니었다.  또한 조악한 그래픽으로 현실로 착각할만한 수준도 아니었다. 하지만 3D그래픽과 컴퓨터 프로세서, 소프트웨어 기술의 발전은 사용자가 실제 상황으로 착각할 만큼 수준 높은 그래픽으로 무장된 가상공간 체험을 저렴한 가격에 경험할 수 있게 만들었다.

VR헤드셋은 고글형태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화면 외에도 각종 센서 기기들을 내장하고 있다. VR헤드셋이 기존 헤드마운트디스플레이(HMD)와 다른 점은 우선 보여지는 화면이 인간의 육안이 감지하는 시야각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HMD가 단순히 사각형의 화면을 눈앞에 비추던 것과는 확연히 다르다.

아울러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 보여지는 화면도 실시간으로 변한다는 점이 VR헤드셋의 특징이다. 현재 출시됐거나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 제품은 센서로 머리 움직임을 감지해 사용자 머리 움직임에 맞춰 화면을 비춰주고 있다. 향후 등장할 제품에는 사람의 눈동자 움직임을 읽어내 화면 포커스를 맞춰주거나 특정 조작을 입력하는 등의 기능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큘러스 리프트 크레센트베이 (이미지=오큘러스VR)
오큘러스 리프트 크레센트베이 (이미지=오큘러스VR)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는 VR헤드셋
VR헤드셋 중 핵심 제품은 오큘러스VR의 ‘오큘러스 리프트’다. 이 VR헤드셋이 주목 받는 이유는 VR헤드셋 분야의 선두주자임과 동시에 앞으로 등장하게 될 VR헤드셋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도 오큘러스의 기술을 사용해 스마트폰으로 구현하는 VR헤드셋 상품을 시장에 내놓았으며, 게임기 사업의 핵심회사인 소니 역시 자사 VR헤드셋 ‘모피어스’(코드명)를 개발하면서 오큘러스의 기술을 참고했다. PC게임 시장을 쥐고 있는 스팀-밸브 역시 자사 VR헤드셋 플랫폼에 오큘러스의 기술이 사용된다.
스페인에서 열린 통신-모바일 전시회 MWC에서는 대만 HTC가 ‘바이브’(Vive)라 불리는 VR헤드셋을 발표했다. 바이브는 스팀-밸브가 준비 중인 VR 게임 플랫폼 ‘스팀VR’(SteamVR)에 사용하는 제품이다. 출시일은 2015년말로 예정돼 있다.
HTC의 바이브가 기존에 발표된 VR헤드셋과 다른 점은 ‘스팀VR 베이스스테이션’(SteamVR BaseStation)이라 불리는 트래킹용 카메라 장치 2개를 사용해 종전보다 더 넓은 4.5m 공간 내에서 사용자의 움직임을 감지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브 (이미지=HTC)
바이브 (이미지=HTC)
소니(SCE)도 모피어스라 불리는 VR헤드셋 관련 내용을 게임개발자컨퍼런스(GDC)를 통해 업데이트 했다. 새로 등장한 모피어스 프로토타입에는 풀HD 해상도에 초당 120프레임을 표시하는 OLED 디스플레이가 장착해 사용자가 더 깊이 가상현실 세계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아울러 9개의 LED라이트를 이용해 사용자 움직임 검출 능력도 높이고 착용 편의성도 높였다.
소니 모피어스 VR헤드셋은 2016년 상반기에 실제 상품이 등장할 예정이며 모피어스를 위한 가상공간 게임도 함께 상품화 될 것으로 보인다.
모피어스 프로토타입 (사진=소니)
모피어스 프로토타입 (사진=소니)
이 밖에도 삼성전자는 새로이 발표한 갤럭시S6에 맞춰 자사 VR헤드셋 ‘기어VR’을 업데이트 했으며, 관련 소프트웨어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구글이 지난해 앱 개발자들에게 선보였던 카드보드형 VR헤드셋과 유사한 제품을 선보였다, ‘VR포G3’라 불리는 이 제품은 자사 스마트폰 G3를 끼워서 사용하는 저렴한 VR헤드셋 기구다.
기어VR (사진=삼성전자)
기어VR (사진=삼성전자)
한편, 장난감 업계에서도 VR헤드셋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피규어 등의 장난감을 생산하는 일본의 메가하우스는 ‘보츠뉴’(BotsNew)란 이름의 카드보드 타입 VR헤드셋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아이폰 등 스마트폰을 끼워 사용하며, 관련 소프트웨어는 앱 형태로 내려 받아 사용할 수 있다.
보츠뉴 (사진=메가하우스)
보츠뉴 (사진=메가하우스)
VR헤드셋은 2016년 본격적으로 시장 다툼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
VR헤드셋 사업에서 핵심 위치에 자리잡고 있는 회사는 ‘오큘러스VR’, ‘스팀-밸브’, ‘소니’다. 이 중 오큘러스VR과 스팀-밸브는 PC게임 시장에서 스팀VR 등의 가상현실 게임 플랫폼을 구축해 사업을 진행하고, 소니는 자사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4와 플레이스테이션네트워크 등의 게임 플랫폼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게임 시장을 열어갈 것이다.
밸브의 스팀VR은 올해 말, 소니는 2016년 상반기에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서비스 시기가 명확해진 만큼 VR헤드셋 관련 회사들은 올해 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이제까지 준비해 왔던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전세계 게임 소비자들은 2016년부터 이제까지 경험하기 어려웠던 가상현실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하나 둘 발을 들이게 될 것이며, 새로운 재미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김형원 기자 aki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