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핀테크 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가 완화되면서 온라인 P2P(Peer to Peer Lending) 대출 시장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P2P 대출이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거래로 최근 전 세계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중순 국내 정부와 정치권은 P2P 대출의 제도권 내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내놓은 상태로, ‘중소기업창업지원법 일부개정안’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이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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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P2P 대출, 가파른 성장세 ‘주목’

P2P 대출은 개인과 기업이 은행 등의 금융 중개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수의 개인들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거래로, 최근 5년간 전 세계에서 130%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P2P 대출의 성장세는 편리하면서도 저렴한 금리 때문이다. P2P 대출은 기존 금융권보다 대출 신청인에게 더 낮은 금리를 제공하고, 반대로 저금리 환경에서 투자자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이용자 수가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 파운데이션 캐피털(Foundation Capital)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영국에서 생겨난 P2P 대출은 2007년과 2009년 미국과 중국으로 확산돼 활성화됐고, 지난해를 기준으로 전세계 시장에서 88억 달러에 육박하는 시장으로 성장했다.

P2P 대출 서비스를 처음 선보인 영국의 조파(Zopa)는 최근 10년 동안 8만여 명의 투자자로부터 6억7000만 파운드(한화 약 1조 1600억 원)가 넘는 대출을 중개했으며, 지난 한 해 동안만 2억 4000만 파운드를 중계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랜딩클럽 역시 지난해 3분기 말 누적 기준으로 62억 500만 달러(약 6조 8000억 원)의 대출 중개 실적을 기록하며 전 세계 최대 P2P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또한 최근에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8억 7000만 달러의 자금을 조달에 성공했다.

출처=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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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P2P 금융, 기존 금융권 위협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세계 금융권이 저금리·저성장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P2P 대출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기존 금융권을 위협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했다. 이에 최근에는 P2P 대출이 기존 제도권 대출시장의 경쟁자로 발전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는 지난 2012년 4월 신생기업의 자금조달이 쉽도록 하는 ‘JOBS(Jump start Our Business Startups)’ 법이 통과돼 P2P 대출 시장의 성장 발판을 마련했다. 영국 역시 정부와 민간이 P2P 대출을 창업기업과 중소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금융행위감독청(FCA, Financial Conduct Authority)은 P2P 대출 중개업을 감독 범위에 포함시켜 투자자가 신뢰할 수 있도록 했고, 관련 민간단체 또한 업계 표준을 제정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제도권 금융회사로의 진입을 모색 중이다.

게다가 최근 유럽계 은행의 경우에는 P2P 대출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식을 통해 해당 시장에 진출하는 등 P2P 대출과 기존 제도권 내 금융회사의 대출 경쟁이 본격화되는 추세다.

일례로 씨티그룹, 바클레이즈, 도이체방크 등도 P2P 대출 유동화를 모색 중에 있으며, 네덜란드의 ABN 암로 은행은 이미 P2P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즈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2월부터 본격적인 서비스에 돌입했다. 프랑스의 우편은행 역시 2010년 3월 킥스티터와 파트너십을 통해 프랑스 최초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인 ‘KissKissBankBank’를 설립했다.

중국 역시 P2P 대출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차이상은행이 지난해 별도의 웹사이트를 개설해 P2P 대출 시장에 진출했다. 또한 푸파은행, 광파은행, 등 다수의 상업은행 역시 최근 시장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P2P 대출 시장 걸음마 단계

국내에서도 최근 금융당국과 주요 은행들을 중심으로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P2P 대출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일부 소규모 창업기업을 중심으로 P2P 대출 시장이 형성됐던 데 반해, 향후에는 대형 금융회사들의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시장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평판 리스크 등의 위험요인으로 인해 P2P 대출 시장 진출을 꺼리고 있다”면서도 “글로벌 트렌드와 규제 변화, 그리고 다양한 시장 기회를 고려하면 대형 금융기관의 P2P 대출 시장 진출이 멀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