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철현] 게임사들의 핵심 사업모델인 확률형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안이 발의돼 업계 파장이 예고된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제2의 게임규제 법안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장 정우택 의원(새누리당)은 온라인 및 모바일 게임업체가 게임 이용자에게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할 때 획득 확률 및 아이템 구성을 공시하도록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정 의원이 대표 발의하는 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 확률, 보상 아이템의 가치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골자로, 정 의원은 “이미 대법원은 베팅과 우연성, 보상의 환전 가능성 등 3가지가 충족될 경우 사행성 게임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며 “게임 사용자들의 지나친 과소비를 줄이고, 사행성 조장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우택 의원(새누리당) (사진=연합뉴스)
정우택 의원(새누리당) (사진=연합뉴스)

확률형 아이템의 경우 '아이템 획득을 위한 베팅'과 '우연에 따른 획득 결과'라는 두 요소를 충족하고 있으며, 획득한 아이템을 이용자 간 거래나 중개거래사이트를 통해 현금화시키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사행성 게임물을 규정하는 세 요소를 모두 충족하고 있다는 게 정 의원의 주장이다.

또한 어떤 아이템을 어떤 확률로 얻을 수 있는지 공개되지 않아 투입금액 대비 높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조성, 이용자의 과소비와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정 의원은 "확률형 아이템을 미성년자에게도 판매하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게임 밸런스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까지 내놓으면서 게임의 질 하락은 물론 게임산업 경쟁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고 꼬집었다.

현재 확률형 아이템은 부분 유료화 모델에서 핵심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잡았다. 특히 국내 모바일게임 대부분은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 점유율이 높은 외산 게임은 확률형 아이템 없이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고 있기 때문에 국내 게임업계도 수익모델을 제고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해당 법안은 건전한 게임문화를 조성함은 물론, 게임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인식을 이끌어내기 위한 것에 그 목적이 있다"며 "국내 게임사들이 더욱 좋은 콘텐츠 개발에 집중토록 해 국산 게임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 제2의 게임규제 되나?

정 의원의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안 대표 발의가 곧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법안 발의가 제2의 게임 규제 법안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빠졌다.

이미 게임 업계에서는 지난해 11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규제 의사를 밝힌 바 있고, 올 상반기 시행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이번 규제 법안이 발의돼 더욱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현재 게임 산업 종사자들의 거센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게임 업계 및 한국인터넷디지털엔터테인먼트협회(K-IDEA)는 이번 규제 법안은 글로벌 시장과 역차별이 진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게임 기업 전체가 글로벌 서비스로 가고 있는데 국내법으로 규제할 경우 국내외 기업 간 역차별은 물론 실효성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K-IDEA측은 “글로벌 사업자도 규제에 동참하도록 유도하면서 자율적인 규제로 풀어나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입장을 밝혔다.

규제 대상 범위도 너무 광범위하게 잡혀 있다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우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규제안을 보면 이용등급별 규제에 대해 별도 명시된 내용이 없다. 이는 즉 전체이용가부터 성인이용가까지 게임물 전체에 대해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고 볼 수 있다. 법안내용은 게임물 이용을 통해 획득 가능한 아이템의 종류와 구성 비율, 획득확률 그리고 보상아이템의 가치 등에 대한 정보 공개를 규정하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비즈니스 모델의 한 축인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며 “현재 규제 철폐를 추진 중인 정부 기조와도 상반되는 법안이다. 이건 제2의 게임규제와 같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업계가 자율규제를 선언한 상황에서 세부적인 안들을 만드는 중에 이런 법안이 발의돼 당혹스럽다”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봤을 때 이건 역차별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세금을 걷지 못하는 외산 게임에 이 규제를 어떻게 적용시킬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박철현 기자 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