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이엇 김남규]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 위주로 급증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고소득층보다 저소득층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G경제연구원의 최근 보고서 ‘소득계층별 가계부채 진단’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38조 5000억 원으로, 그 전 해인 2013년 증가액 13조 9000억 원의 2.8배에 달했다.

특히, 주택금융관련 규제인 LTV, DTI 비율이 완화된 지난해 8월 이후 증가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늘어난 예금은행의 가계대출은 27조 원으로 5개월 동안의 증가분이 지난해 전체 증가분의 70%에 달했다.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는데, 지난해 8월 이후 예금은행 가계대출 증가분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95%였다. 특히 올해 1월의 경우 예금은행 주택담보대출은 1조 5000억 원 늘어 예금은행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보다도 많았다.

주목할 부분은 소득이 낮을수록 담보대출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 동안, 소득 하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1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78.3% 늘어나 소득분위별 계층 중 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분위별 담보대출 증가율 (출처=통계청)
소득분위별 담보대출 증가율 (출처=통계청)
 

반면,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소득 5분위 가구의 담보대출은 14.9% 늘어나 소득분위별 계층 중 담보대출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LTV 및 DTI 비율이 완화된 지난해 8월 이후 한 달간 늘어난 가계부채 4조 5000억 원 중 소득 30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의 부채가 1조 3000억 원, 소득 3000만원 초과 6000만 원 이하 중소득층의 부채가 1조 8000억 원, 소득 6000만 원 초과 고소득층의 부채가 1조 4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분이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의 29%, 중저소득층의 가계부채 증가분이 전체 가계부채 증가분의 69%에 달한다. 특히 소득 하위 계층의 부채 증가는 소득 상위 계층의 부채 증가에 비해 주택 등 자산에 투자되기보다 부족한 생계비 등으로 소비돼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저소득층의 부채상환능력은 타 소득 계층에 비해 매우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원리금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을 살펴보면, 소득 1분위 가구의 경우 27.2%로서 소득 분위 계층 중 가장 높았다. 이는 100만 원을 벌면 부채의 원금상환과 이자비용에 27만 2000원을 써하는 것이다.

소득분위별 원리금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및 변화 (출처=통계청)
소득분위별 원리금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및 변화 (출처=통계청)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기간 동안 소득 1분위 가구의 (원리금상환액/처분가능소득) 비율은 10.5%p 상승한 반면, 여타 소득 계층의 경우 그 상승 폭이 1.3%~4.4%p 수준에 불과했다. 결국, 저소득층의 경우 소득을 감안한 상대적인 부채 원리금상환 부담이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그 부담의 증가 속도도 가장 빨랐던 셈이다.

LG경제연구원 측은 “가계부채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담보대출 증가 속도가 가장 빠르고, 부채 상환 능력이 가장 빠르게 약화되고 있다”며 “약화되는 부채 상환 능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계층의 부채가 계속 빠르게 늘어난다면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경제 불안 요인으로 대두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에 출시한 안심전환대출은 이자부담은 줄어들지만 원금 상환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에 저소득 계층의 가계부채 구조 개선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소득 하위 계층을 대상으로 한 가계부채 대책이 보다 필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