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불가' 논란 확산

이진 기자
입력 2015.03.31 17:41 수정 2015.03.31 18:10

[IT조선 이진] 인천 어린이집 아동 폭생 사건으로 영유아 보육법 일부 개정법안이 발의됐으나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부결됐다. 국회는 학부모 등 유권자 표를 의식해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어린이집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당초 보건복지위원회가 의결했던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허용' 조항이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의결 과정에서 삭제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예상된다.



법사위,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허용조항 제외해


네트워크 카메라는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달리 통신망을 이용해 영상정보를 송출하고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며, 보호자가 모바일 기기나 PC 등을 통해 자녀의 안전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효용성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당초 폐쇄회로 텔레비전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카메라도 설치할 수 있도록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사위는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허용조항을 본회의 회부 법률안에서 제외해 'CCTV 설치 실효성'이 또 다른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가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를 반대한 명분은 네트워크 카메라가 폐쇄회로 텔레비전 보다 정보열람 등 접근이 용이해 보육교사들의 사생활을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LG유플러스가 3월 18일 송파구에 위치한 키즈스쿨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스마트 어린이집을 구축하고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LG유플러스)

네트워크 카메라는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비교할 때 해킹 및 유출의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할 수 있는 법적·기술적 근거가 없다. 네트워크 카메라는 보호자 등의 열람권자가 임의로 실시간으로 영상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 받아 볼 수 없으며, 어린이집 설치 운영자인 개인정보관리자가 보호자 등의 열람권자에게 스스로 영상정보를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할 경우에 한해 원격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폐쇄회로 텔레비전의 경우에도 네트워크 카메라와 마찬가지로 영상정보가 저장돼 있는 저장장치를 네트워크에 연결하면 동일한 방식으로 보호자 등의 열람권자에게 영상정보를 전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어린이집 운영자에 의해 영상정보 전송 및 열람 여부가 결정되므로 정보 유출 가능성의 높고 낮음은 CCTV 기술방식과 관련이 없다. 오히려 '국민의 안전'이라는 공익 목적을 실현하는데 폐쇄회로 텔레비전보다 네트워크 카메라가 효과적일 수 있다. 서울시내 여러 사립학교와 공공장소 등에서는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어린이집에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해도 아무나 열람할 수 있는 건이 아니다. 보호자 및 보육교직원 전원의 동의를 받아야 설치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저장 서버나 망 접근이 매우 까다로워 어린이집 운영 관리자가 허락하지 않는 한 제 3자의 무단 열람이 불가능하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들은 바쁜 맞벌이 직장인인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학부모들을 안심시키려면 출근길 지하철, 사무실이나 회식자리에서도 자녀의 안전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영상확인이 번거로운 폐쇄회로 텔레비전으로는 이들의 마음을 안심시키는데 한계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법사위가 법익 실현에 용이한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허용을 제외함에 따라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더라도 직장인 부모 등 보호자가 자녀 안전을 쉽게 확인하기 어렵게 돼 개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실효성 논란이 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법사위 보고서는 영유아 보다 보육교사 위한 것?


국회 법사위의 반대로 어린이집 안전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는 '네트워크 CCTV' 설치 의무화가 무산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학부모나 아동의 권익보다 일부 보육교사 주장에만 편중된 법사위 보고서 관련 논란이 일고 있다.


법사위 소속 행정실 입법 조사관이 제출한 '영유아보육법 일부개정 법률안 검토 보고'에 따르면 "네크워크 CCTV의 경우 폐쇄회로와 달리 실시간 정보를 전송하고 정보를 열람하면서 전송된 해킹 및 유출 가능성이 높아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법사위 보고서의 주장이 기술적·법률적으로 설득력이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네트워크 카메라는 촬영된 영상정보를 기기의 설치·관리자가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한지 여부에 따라 구별되는 개념으로, 영상의 촬영 및 영상정보의 녹화·기록이라는 기능은 차이가 없다.


따라서 폐쇄회로 텔레비전도 사후 인터넷 공유기에 연결하면 네트워크 카메라가 될 수 있으며, 네트워크 카메라도 기기 설치·관리자가 타인에게 접근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면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유사한 방식으로 운영이 가능하다.


오히려 네트워크 카메라는 사용자가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할 경우 접속 기록이 남아 누가 영상을 열람했는지 쉽게 알 수 있으며, 동시에 여러 기기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다. 로그인 시 문자(SMS)로 접속 사실을 알려줘 타인이 사용자 몰래 정보를 열람하거나 유포할 가능성이 적다.


또한 클라우드 서버와 PC, 휴대폰 등을 연결하는 통신망은 외부 인터넷망과 완전 분리돼 있는 폐쇄망일 뿐만 아니라 통신사가 직접 운영하고 있어 원격 접속을 통한 외부 해킹 자체가 불가능하다. 학부모의 휴대폰과 통신망 간에도 강력한 암호화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어 사용자가 접속 중 정보를 빼내 올 수 없다.


최근에는 네트워크 카메라 공급 업체들이 보안성을 강화하기 위해 영상정보 자체를 암호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학교 뿐만 아니라 회사 및 공공장소 등에 네트워크 카메라 확산 속도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장면 (이미지=국회)

법률적 측면에서도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하더라도 영상정보의 열람 등 관리 권한은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보 관리자가 갖고 있으며, 정보 관리자는 '개정안' 제15조의5에 따라열람 영상정보의 금지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해서 해당 영상정보를 다수가 실시간으로 볼 수 없으며,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하는 경우보다 보육교사 등의 기본권이 더 침해되지 않는다.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네트워크 카메라 등 영상정보처리기기의 설치·운영과 관련한 일반적 규정을 정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하위 법령에서도 영상정보처리기기 중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네트워크 카메라를 구별하지 않으며 두 기기에 대해 같은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또한 폐쇄회로 텔레비전은 보호자가 영상정보 열람을 원할 경우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해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어 어린이집 사고의 사전 예방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데 반해 네트워크 카메라는 보호자가 직접 어린이집을 방문하지 않아도 영상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보호자의 경제적·사회적 활동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영유아보육법의 취지에 더욱 부합한 것으로 파악된다.


네트워크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정보 열람 시 그 정보를 복사, 저장해 이를 유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이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방지할 수 있으므로 '개정안' 제15조의5 제3항에 따라 시행령으로 복사 방지 대책 마련과 관련한 규정을 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 얻는 공익이 이로 인해 제한되는 보육교사의 기본권보다 작다고 볼 수 없다.


영유아가 학대받지 않을 권리는 생명권까지 연결되는 것이므로, 영유아가 학대받지 않을 권리가 보육교사의 사생활의 자유 및 프라이버시권 등보다 상위의 기본권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재판소도 이처럼 상하의 위계질서가 있는 기본권끼리 충돌하는 경우에는 상위기본권우선의 원칙에 따라 하위기본권이 제한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영유아 보육법 개정안에서는 보호자뿐만 아니라 보육교직원 전원의 동의를 받은 경우에만 CCTV를 설치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충분한 개인정보보호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상황이다.


현실적인 측면을 고려하더라도 영유아의 보육과정이 담긴 영상정보는 경제적 가치가 없으므로 해킹 등에 의해 불법적으로 유출될 우려가 크지 않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네트워크 카메라는 폐쇄회로 텔레비전과 달리 카메라 설치 및 이용에 대한 대가를 매월 분할해 납부하는 방식이므로 막대한 카메라 설치 비용 지급을 분산함으로써 재원 마련을 위한 정부·지자체·어린이집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



"네트워크 CCTV 설치 허용해야"


네트워크 CCTV 설치 의무화의 본질은 어린이 학대사건으로 증폭된 부모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한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사위의 보고서가 학부모가 아닌 보육교사를 우선 고려한 것이어서 학부모의 어린이집에 대한 강한 불신을 해소시키기 어려울 공산이 크다.


어린이집 운영자 중에 상황에 따라 네트워크 카메라를 선호하는 경우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불합리한 이유로 이들의 선택권을 제한해서는 안된다. 


업계 관계자는 "네트워크 카메라 설치 허용 조항을 제외한 법사위의 보고서는 기술적, 법률적, 경제적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재검토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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