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진] 예산 부족으로 국가 재난안전통신망(이하 재난망) 구축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정보화전략계획(ISP)이 종료됐지만, 기획재정부가 ISP 관련 예산의 타당성을 다시 검토하자고 주장해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졌다. 시범사업 종료 시기도 올해가 아닌 내년으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지난 6일 국방부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경찰청 등 관계자를 대상으로 LG CNS가 진행했던 ISP 완료 보고회를 개최했지만, 17억원을 들인 ISP 계획 자체가 추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복병은 '예산'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당초 계획한 시범사업 관련 계획서 (자료=국민안전처)
정부가 당초 계획한 시범사업 관련 계획서 (자료=국민안전처)


기재부, "단말기 구입비 낮춰라"

기재부는 총 1조 7000억원에 달하는 재난망 구축 사업에 배정된 예산이 너무 많아 이를 대폭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이를 설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은 듯하다.

ISP 완료 보고회에 따르면, 재난망 시범사업은 총 2개의 사업자(컨소시엄)를 선정해 진행된다. 한 사업자는 제1운영센터와 평창지역 관련 사업을 담당하고 다른 사업자는 강릉·정선 지역 재난망을 담당한다.

국민안전처는 올해 추진될 시범사업에 424억원, 내년도 확산 사업에 4664억원, 2017년 사업에 4153억원 등 총 9241억원을 투입하며, 운영센터 관련해 총 7728억원을 쓸 계획이다.

기재부는 재난망 예산 중 '단말기' 비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ISP를 통해 집계된 전체 단말기 수는 19만 7340대이며 필요예산은 8128억원이다.

 

위쪽부터 재난망 구축사업비와 운영센터 구축비 현황 (자료=국민안전처)
위쪽부터 재난망 구축사업비와 운영센터 구축비 현황 (자료=국민안전처)

 

이 예산은 정부가 제품을 모두 구입한 후 필요 기관에 나눠주는 방식을 취할 때의 비용인데, 기재부는 구매 대신 '리스'와 같은 형태로 제품을 임대해 이용하면 예산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필요 예산과 관련해 기재부와 협의 중이지만 쉽지 않다"며 "단말기 예산을 줄이라는 요구가 있었다"고 말했다.


예산 문제로 시범사업 종료 내년으로 늦춰진다

재난망 사업이 시범사업은 물론 전체 예산과 관련된 새로운 논의에 빠지자 전체 사업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재난망 목표 개념도 (자료=국민안전처)
재난망 목표 개념도 (자료=국민안전처)

 

당초 국민안전처는 5월까지 시범사업자 선정을 완료하고 연내 시범사업을 종료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산 집행과 관련된 논란이 일며 연내 시범사업 종료 계획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조달청을 통해 진행될 시범사업자 선정에는 입찰제안요청서(RFP) 공고에 10여일, 본 공고에 45일, 입찰 사업자 평가에 7일 등 약 60일이 필요하다.

국민안전처와 기재부가 이달 중으로 전체 예산을 합의하지 못하고 내달 입찰 공고를 낸다면, 사업자 선정은 7월말~8월초 경은 돼야 가능하다. 국민 안전을 책임지게 될 재난망 사업의 시범사업을 4~5개월간만 진행한 후 본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자칫 부실한 재난망을 구축할 수 있다는 위험성이 크다. 이에따라  시범사업 기간이 내년 초까지로 수정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예산이 걸린 만큼 기재부와 전체적인 사업 기간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연내 시범사업을 종료하겠다고 했지만 내년으로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