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호갱된다'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호구와 고객을 합친 신조어 '호갱'은 제품을 구입할 때 관련 정보 없이 지나치게 비싸게 구입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요즘은 스마트 기기가 널리 보급돼 있기 때문에 조금만 알아도 덤터기를 쓸 위험이 줄어든다. 누구나 알뜰한 쇼핑족이 될 수 있는 것이다. IT조선은 '호갱탈출' 시리즈를 통해 소비자들이 부당하게 손해를 보지 않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유용한 정보와 팁을 제공한다. 스마트폰이나 가전, PC·주변기기 등 각종 IT제품 구매나 사용 시 궁금한 점이 있으면 '호갱탈출' 코너를 활용하면 된다.<편집자주>

[IT조선 최재필] 정부는 단말기 유통법 시행 후 근절되지 않는 불법행위를 뿌리 뽑기 위해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 센터'를 개설해 운영중이다. 이 센터는 혹시라도 발생할 지 모르는 호갱 고객을 최소화하기 위해 운영되는 만큼, 소비자의 권익 보호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센터'란?

단말기 유통법 신고센터는 지난 2월 25일 이통시장에서의 불법행위 근절 및 시장안정화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소했다. 판매점의 법 위반으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는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 내에 마련된 신고센터 홈페이지(www.cleanict.or.kr)와 전화(080-2040-119)를 통해 해당 내용을 신고할 수 있다.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아이폰6·갤럭시노트4 할부원금 0원이라는 허위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 휴대폰 판매점 앞에 아이폰6·갤럭시노트4 할부원금 0원이라는 허위광고 현수막이 걸려 있다.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센터에서는 업체가 지급하는 지원금이 50만원을 넘은 사실을 신고했을 때 최대 1000만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한다. 신고자는 연 2회에 걸처 신고해 포상을 받을 수 있다.

불법 행위가 적발될 경우 신고자는 해당 유통점 뿐만 아니라 이통사의 책임을 모두 물을 수 있으며, 포상금은 이들이 각각 일정 비율로 분담해 지급하게 된다.

소비자는 불법지원금 외에 ▲기기변경 가입 거부 ▲12%에서 20%로 상향 조정된 추가 요금할인 거부 및 미제공 ▲고가요금제ㆍ부가서비스 강요 ▲요금제ㆍ부가서비스별 차감정책 운영 ▲판매점 승낙사실 미게시 ▲약식신청서 가입 ▲지원금 공시 미게시 ▲단말기 구입비용을 오인케 하는 허위과장광고 ▲단말기 할부안내 미고지 및 할부 또는 현금구입 강요 등 총 9개 불공정행위도  신고할 수 있으며, 포상금은 각각 30만원에 달한다.


신고센터의 '장점'은?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센터 개설은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부당한 행위로 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생겼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단말기 유통법이 시행됐지만 소비자들은 일부 유통점이 기기변경을 거부하거나 번호이동을 유도하는 등 불편한 상황을 자주 경험했다. 일부 판매점은 중고폰이나 자급제폰으로 가입했을 때 지원 받을 수 있는 요금할인을 해주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신고센터는 이같은 곤란한 상황 발생 시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한 소비자에게 발송된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센터 홍보 문자
한 소비자에게 발송된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센터 홍보 문자

유통점 현장에서 공공연히 접하던 '공짜폰'과 같은 허위·과장 광고와 같은 불법 행위도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광고와 달리 값비싼 단말기를 '공짜'로 주겠다고 판촉 활동을 벌이는 판매점이 있었는데,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대폭 줄었다.

많은 업체들이 페이백으로 현금을 지급해 주겠다고 약속한 후 고가요금제나 부가서비스에 가입하라는 요구가 빈번했는데, 신고센터는 이같은 부조리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창구가 될 전망이다.

 

애매모호한 신고 기준은 '단점'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센터는 소비자가 법에 어긋나는 불합리한 사례를 겪었을 때 호소할 수 있는 장치이지만, 소비자가 신고할 때 업체로부터 어떤 불합리한 대우를 받았는지를 증명할 수 있는 증빙 자료를 제출해야 된다.

위반행위에 따른 신고 처리 절차를 살펴보면, 소비자가 온라인 또는 전화를 통해 법 위반 행위를 신고하면 내용을 확인시켜 주기 위해 ‘사진촬영본’ 또는 ‘녹취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이후 방통위, 미래부, 이통사, 사전승낙제 운영위원회 등 처리기관이 지정되면 신고사항에 대한 사실여부 확인 및 제재가 진행된다.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 처리 절차 (이미지=KAIT)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신고 처리 절차 (이미지=KAIT)

하지만 유통현장에서 일어나는 불법행위를 그 자리에서 사진촬영을 하거나 녹취해야 한다는 것은 소비자에게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예컨데, 유통점을 방문한 소비자가 '기기변경'·'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을 거부당하거나, 고가요금제·부가서비스 등을 강요받았을 때 그 자리에서 녹음기를 켜고 이에 대한 내용을 재차 확인하며 녹음기에 대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녹음이 가능한 기기를 소지하지 않은 소비자가 유통점 측과 나눈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 등 정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 신고센터에 아무리 신고를 해도 구제를 받을 수 없다.

미래부 관계자는 "내용을 증명할 수 있는 채증자료 없이 신고를 하더라도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한 뒤 진위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피해를 입은 내용을 직접 제출하지 않으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단말기 유통법 신고센터'는 소비자들을 감시 인력으로 활용하기 위해 만든 장치가 아닌, 소비자의 피해를 구제하고 건전한 이통시장을 만들고자 개설됐다. 다만 증빙 자료 제출 등 일반인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부분을 고쳐야 센터 운영의 실효성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