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우리나라처럼 자원 없는 나라가 성장하는 길은 두가지다.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거나 혹은 뛰어난 두뇌를 활용하는 것이다. 일단 값싼 노동력의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판단되면 가능한 한 빨리 뛰어난 두뇌를 활용하는 '브레인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을 '창조경제'라고 부르든 다른 이름으로 부르든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두뇌를 잘 활용해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자원이 없는 나라는 ICT 외에는 대안이 없다."
 
윤종록 정보통신사업진흥원(NIPA) 원장은 14일 취임 후 첫 오찬 간담회를 통해 창조경제의 핵심으로 창업과 ICT 융합을 제시했다. 그는 2월 미래부 차관에서 퇴임한 이후 최근 NIPA 원장에 선임됐다. 그는 먼저 창업 관련해서 "미국의 경우 '스타트업 아메리카' 정책을 통해 매년 실업률을 1%씩 낮추고 있다"며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창조 경제가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사진=미래부)
윤종록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원장 (사진=미래부)
가축 사료 업체에서 출발해 가축 질병 진단 키트, 질병 백신 등으로 주력 사업을 바꿔온 네덜란드 업체 '핸드릭스(Hendriks)'의 사례는 산업과 ICT 융합의 대표 성공사례로 소개했다. 윤 원장은 "이들 업체는 제품 경쟁력을 서비스, 고부가가치 솔루션으로 고도화해 성공했다"며 "우리는 현재 제조 부문에서 매우 잘하고 있지만 제품에서 서비스로 사업모델을 고도화해야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더 큰 부가가치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산업 현장의 준비 상태에 대한 윤 원장의 평가는 박했다. 항공기용 엔진으로 유명한 GE는 엔진에 센서를 달아 이를 관리해주는 서비스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 그는 "GE에서 생산한 모든 엔진은 세계 어디를 날고 있든 그 상태를 GE가 실시간으로 관리해 주는데, 엔진 수명이 다할 때까지 매출이 계속 발생한다"며 "우리 중공업 업체들도 이런 변화를 알고 있지만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결국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윤 원장은 앞으로 NIPA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로 전통산업과 ICT의 융합을 지원하는 것을 꼽았다. 이를 위해 CEO를 위한 융합 교육과정 개설을 추진한다. 전통 산업 CEO가 융합 관점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과정을 채워가며, 대학에 MBA 혹은 AMP(Advanced Management Program) 형태로 개설한다는 구상이다. 그는 "레거시 산업에서 ICT 융합이 성과를 내려면 CEO가 융합 개념을 확실히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빠르면 올 하반기 중 과정을 개설해 운영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통산업과 ICT 융합을 통해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든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별도의 센터 설립도 검토하고 있다. 윤 원장은 "신발 회사를 운영하는 CEO라면 'ICT 융합을 통해 우리 회사를 이렇게 바꿀 수 있겠구나'라고 시각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센터 구성, 운영방안은 기획 중이지만, 물리적인 별도 조직을 만드는 대신 온라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형태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윤 원장은 미래부 차관 퇴임 이후 NIPA 원장 공모에 응한 것과 관련해, "실제 산업현장을 돌아보면서 ICT와 기존 산업 간의 융합 부분에서 더 할 수 있는 역할이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ICT 융합은 물론 크게는 '창조경제', '브레인 경제'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SW) 경쟁력 등 관련 인프라가 같이 따라줘야 한다"며 "조급해하지 않고 인프라부터 시작해서 기초를 다져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IITP), SW정책연구소 등 부설기관과의 협업 체계 관련해서는 아직은 '독립성 유지'가 더 중요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들 기관은 NIPA의 부설기관이지만 일부 예산 집행 등의 프로세스에서는 오히려 승인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어 NIPA의 위상과 맞물려 혼선 가능성이 지적되기도 했다. 윤 원장은 "미래부 차관 재직 당시에도 이들 기관에 독립성을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지금도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원장은 NIPA와 부설기관 간의 관계를 '이네이블러(enabler)'와 '이네이블링(enabling)'이라고 표현했다. 구체적인 정책 수단을 확보하는 역할과 이를 집행하는 역할로 구분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벽돌이 있어야 건물을 짓고, 벽돌을 잘 만드는 것이 좋은 건물을 짓는 출발점"이라며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부설기관장들을 만났고, 앞으로 3개 기관장 간의 모임을 정례화해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윤 원장은 우리 ICT의 해외 진출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최근 미래부가 내놓은 국내 SW 경쟁력 강화와 해외 진출 지원 정책인 'K-ICT'에 대해 큰 기대를 표시했다. 그는 "미래부 차관으로 재직할 때는 일상 업무에 국한됐지만 밖에 나와서 보니 전체 국가라는 관점으로 시야를 더 넓고 멀리 볼 수 있게 됐다"며 "K-팝이 국내에서는 몰라도 해외 나가면 완전히 다른 느낌이 드는 것처럼 우리 ICT가 해외 시장에 더 많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