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차주경] ‘다큐멘터리 사진’은 많은 사진 분야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기록 매체로, 알려지지 않은 것을 세상에 내보이는 메신저로, 때로는 시대의 부조리를 고발하는 목소리 역할도 해 왔다.
2007년 결성된 니콘 리더스 클럽은 국내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의 모임이다. 이 가운데 니콘 리더스 클럽 김홍희, 성남훈, 이재갑 작가는 P&I 2015 행사장에 참가해 ‘한국 다큐멘터리 사진에 대해’라는 주제로 강연을 맡았다.
니콘 리더스 클럽 작가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을 ‘역사를 기록하는 일’이라 칭했다. 역사는 기록을 토대로 증명되고 존재하는 것이므로, 시대상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 다큐멘터리 사진은 곧 역사를 의미한다는 것이 이들의 의견이다. 작가들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록성과 역사성, 관점을 강조하면서 이에 따라 사진을 해석하는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고도 밝혔다.
수많은 장면과 사건을 만나는 다큐멘터리 사진 작가들. 이들이 지금까지 촬영한 사진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컷 혹은 순간이 있을까. 황남훈 작가가 입을 열었다. 황 작가는 “내게 본격적인 다큐멘터리 사진의 길을 열어준 친구가 있다. 그는 말을 못하는 집시였다. 다른 이들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내게 말을 건넸다. 한 번은 그와 함께 불을 쬐며 소통할 기회가 있었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그와 나는 표정만으로 의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그 순간을 담은 사진은 나를 다큐멘터리 사진계에 뛰어들게끔 했다”고 밝혔다.
때로 다큐멘터리 사진은 극한 상황에서 만들어진다. 니콘 리더스 클럽 작가들은 작품 활동 시 내구성이 높은 니콘 디지털 카메라를 주로 사용한다. 이재갑 작가는 니콘 디지털 카메라 중에서도 D810을 애용한다고 밝혔다. 그는 “니콘 D810의 장점은 고화소다. 흔히 다큐멘터리 촬영에는 고화소가 필요 없다고들 하는데, 알고 보면 다큐멘터리 사진이야말로 고화소가 필요한 사진 분야다. 고화소뿐만 아니라 응답 속도 및 기기의 퍼포먼스도 중요한데, 이 점에서 니콘 장비는 탁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작가는 “렌즈 중에서는 광각 렌즈를 선호한다. 니콘 렌즈는 톤 묘사력이 탁월해 피사체와 프레임을 있는 그대로 재현해낸다. 동굴이나 지하 등 빛이 모자란 상황에서도 니콘 광각 렌즈는 적은 노이즈와 선명한 묘사력을 나타낸다. 특히 어두운 부분의 톤을 잘 살린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고 밝혔다.
사진가들은 흔히 ‘좋은 사진’의 정의에 대해 논쟁을 벌인다. 니콘 리더스 클럽 작가들은 입을 모아 ‘좋은 사진’이라는 표현 자체에 어폐가 있다며 꾸짖었다. 이들은 “사진에는 여러 가지 시선과 기준이 있다. 그렇기에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 정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 없다. 좋은 사진이라는 표현은 도리어 사진가를 혼란에 빠지게 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작가들은 “사진은 호흡이다. 사람, 관계, 일상이 서로 호흡하는 수단이 바로 사진이다. 어떤 사진이 좋은 사진인가를 따지지 말고 일상 안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과 교감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 이것이 좋은 사진을 만드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니콘 리더스 클럽 작가들은 이제 갓 사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사용자들에게 ‘사진을 소통의 도구로 보라’고 조언했다. “사진은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됨은 물론이고 사람을 행복하게 해 주는 도구로도 쓰인다. 반드시 작품 사진을 남겨야겠다는 강박에 빠질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사진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 사진 작품에 욕심내지 말고 사진을 통해 소통하고 즐겨라. 삶의 행복감을 느끼는 가장 좋은 방법이 사진”이라고 이재갑 작가가 말했다.
나아가 김홍희 작가는 “사진은 자신을 위해 찍는 것이며, 인간을 인간답게 해 주는 요소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사물을 다른 눈으로 보라. 일반적인 아름다움 이면에 감춰진 또 다른 세계를 찾아볼 것”을 사용자들에게 주문했다.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