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 이대로 좋은가] 꺼지지 않는 ‘기업사냥꾼’ 논란…몸집 불리기 ‘왜?’

노동균 기자
입력 2015.04.20 17:13 수정 2015.04.21 00:08

[IT조선 노동균]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기업사냥꾼의 손에 넘어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에 나서는 등 몸집 불리기에 집중하고 있는 한컴의 행보가 전형적인 기업 가치 부풀리기의 일환이라는 지적이다.



한컴은 한때의 ‘국민 기업’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와 관련해 기업사냥꾼의 손에 넘어갔다는 구설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사진은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한컴 사옥 전경)

한때 ‘국민 소프트웨어(SW) 기업’으로 불렸던 한컴은 지난 1990년대 말부터 외풍이 끊이지 않았다. 그나마 ‘아래아한글(이하 한글)’을 MS에 맞설 토종 워드프로세서로 내세운 애국심 마케팅으로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한컴은 2003년 프라임 그룹, 2009년 TG삼보와 그 모회사인 셀런 등 2010년까지 주인이 9번이나 바뀌었다. 그 와중에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 사건도 잇따랐다.

 

김상철 회장 부부, 기업사냥꾼의 귀재인가

 


결국 한컴은 현 김상철 회장이 몸담고 있던 소프트포럼에 최종 인수됐는데, 소프트포럼의 한컴 인수 목적에도 의문의 시선이 많았다. 앞서 한컴을 인수하겠다고 달려든 수많은 기업사냥꾼처럼, 소프트포럼 역시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컴을 성장시키기 보다 단기적 이익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뒷말이 무성했던 이유는 소프트포럼 오너였던 김상철 회장 부부에 있다. 김상철 회장은 앞서 코스닥 시장에서 여러 건의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챙긴 인물이다. 2006년 사출성형 기업 대동을 인수하고 3개월 후 되팔아 시세차익으로 수십억원을 벌었고, 2007년에는 아이티플러스라는 SW 기업을 인수해 6개월 후 매각, 10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기도 했다.


부인인 김정실 회장 또한 이 업계의 ‘큰 손’으로 유명하다. 김정실 회장은 전 남편과 공동 창업한 통신장비 기업 자일랜을 1996년 나스닥에 상장시킨 후 알카텔에 20억달러에 매각했다. 업계는 이를 통해 그가 약 8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컴 인수에도 100억원을 출자했고, 당시 사들인 주식의 일부를 지난 2012년 다시 소프트포럼에 팔아 큰 이익을 챙기기도 했다.



 

▲김상철 회장(왼쪽)과 김정실 회장 부부는 여러 건의 기업 인수·매각을 통해 큰 시세차익을 남기면서 인수합병(M&A)의 베테랑으로 손꼽힌다.(사진= 한컴)




이렇듯 M&A의 대표주자들이 한컴 인수에 뛰어들자 업계에서는 한컴이 1~2년 내로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한컴은 대외적으로 회사를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핵심 사업영역에서 매출 758억원을 기록하는 등 경영이 안정화되면서 실적도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회사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한컴이 ‘그룹화 전략’을 앞세워 몸집 불리기에 치중하고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 한컴 그룹은 한컴과 소프트포럼, 다윈텍, 두레콤, APS코리아, ATT R&D, 캐피탈익스프레스 등을 주요 계열사로 두고 있고, 지난 2013년에는 소프트웨어이미징, 지난해에는 MDS테크놀로지를 잇달아 인수했다. 김 회장은 추가적으로 3~4개의 기업 인수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몸집 불리기는 표면적으로는 이종산업간 시너지를 꾀한다는 명목을 내걸고 있으나, 처음부터 더 큰 시세차익을 노린 중장기적인 M&A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한컴은 ATT R&D 인수할 때 “단기 차익을 노렸던 2007년 이전의 M&A 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된 상황”이라고 밝혔고, 김 회장도 아이티플러스 인수 당시 언론을 통해 “최소 몇 년간 기업을 경영해 가치를 높일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곧 더 큰 시세차익으로 수익을 남기기 위해 기업을 경영한다는 의미로 파악된다.

 

이홍구 대표 '글로벌'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

 


한컴이 몸집 불리기와 함께 ‘글로벌’을 강조하는 것 또한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컴은 소프트포럼에 인수된 뒤 다국적 기업 임원들을 대거 영입했다. 그 중 전문경영인으로 한국IBM과 한국HP, 델코리아를 거친 이홍구 씨를 대표로 선임했다. 다국적기업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아온 이홍구 씨를 통해 한컴의 글로벌화를 추진해 보겠다는 김상철 회장의 복안이 작용했던 것이다. 이러한 김 회장의 의중을 파악한 이홍구 씨는 한컴 대표 취임 이후 줄곧 해외 진출을 강조하면서 한컴 매출에서 수출의 비중을 확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이홍구 대표는 한컴을 ‘글로벌 SW 리더’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한컴의 현실은 여전히 국내에서 머물고 있는 ‘안방 호랑이’ 수준에 그치고 있다.(사진= 한컴)

그럼에도 한컴의 핵심사업 영역에서 수출로 인한 매출은 약 3% 수준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내수시장 매출이며, 그 중에서도 90%가 전통적인 오피스 SW에 의존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한컴이 자체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이렇다 할 대박을 터뜨린 예는 찾아보기 힘들다. 최근 클라우드 시장을 겨냥한 ‘넷피스’를 선보였으나 이마저도 한참 후발주자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SW 기업으로서 SW라는 본질적인 가치는 뒷전인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한컴의 행보가 자칫 무분별한 사업 다각화로 몸집은 커녕 빚만 불렸던 프라임 사태의 재현으로 이어지지 않을지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지난 2003년 한컴을 인수한 프라임 그룹은 2009년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한컴을 매각했다. 프라임 그룹은 한컴을 통한 SW사업 외에도 건설, 금융, 문화사업 등 중구난방식으로 사업을 확장해오다 결정적으로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하자 동아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며 빚더미에 올랐다. 또한 프라임그룹 회장의 막내동생인 백종진 당시 한컴 대표가 횡령 혐의로 구속된 것도 무분별한 사업다각화와 무관하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한컴이 지금의 성장을 할 수 있었던 배경이 국민 기업이라는 이미지에 힘입어 정부, 공공기관이 한글을 적극 사용해줬기 때문인데, 정작 한컴이 소수의 기업사냥꾼들에게 놀아나는 회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며 “한컴이 과연 책임경영을 통해 고객과 투자자, 직원과의 약속을 잘 지키고 있는지 자문해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