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일부 기업은 주변 소품에 칩을 넣고 스마트한 사물이라고 말한다. 양말에 칩을 넣어 오른쪽 몇 벌, 왼쪽 몇 벌인지를 계산해 주는 식이다. 그러나 양말이나 토스터, 냉장고에 칩을 넣어, 사람이 기존에 쉽게 처리하던 것을 대신해 주는 것은 사물인터넷이 아니다. 사물인터넷의 핵심은 네트워크다. 전 세계에 센서를 분산 배치하고 이를 네트워크화해 기존에 불가능하던 것을 해내는 것이 바로 사물인터넷이다."

사물인터넷(IoT)이라는 개념을 처음 주창한 캐빈 애시턴이 21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LG CNS가 개최한 '엔트루월드 2015'의 기조 강연자로 나섰다. 그는 "인체가 피부를 통해 바람과 온도 등 정보를 수집해 신경망이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를 파악하는 것처럼, 사물인터넷은 분산된 센서 네트워크를 통해 세계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며 "IoT는 인류와 지구를 위한 신경계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물인터넷 개념을 처음 발표한 캐빈 애시턴이 21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LG CNS가 개최한 '엔트루월드 2015'의 기조 강연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LG CNS)
사물인터넷 개념을 처음 발표한 캐빈 애시턴이 21일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LG CNS가 개최한 '엔트루월드 2015'의 기조 강연자로 나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LG CNS)
그는 IoT의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마르스 큐리오시티(Mars Curiosity)'를 꼽았다. 화성 탐사에 투입된 무인 자동차로 무선 센서가 달린 자동차다. 자율주행 기능을 지원해 스스로 화성을 탐사한 후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자동으로 지구로 전송해 준다. IoT가 지구 범위를 넘어 다른 행성에서 일어나는 일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애시턴은 IoT 시대가 이제 시작 단계라고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IT가 지배한 20세기 패러다임에서 컴퓨터는 센서가 없는 뇌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바코드의 등장으로 센서처럼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할 길이 열렸지만 여전히 수작업이 많은 한계가 있었다. 돌파구를 마련한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애시턴은 "수억대의 스마트폰에 장착된 디지털카메라와 인식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더 많은 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의 기반에는 '무어의 법칙과 '쿠미의 법칙'으로 통하는 컴퓨팅 파워와 저전력 기술의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무어의 법칙은 2년마다 컴퓨팅 파워가 2배씩 늘어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애시턴은 "무어의 법칙이 나온 지 50년이 지나면서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아직 무어의 법칙은 끝나지 않았다"며 "우리가 상상하지 못할 만큼 작은 크기의 칩이 나오고 컴퓨터와 센서도 계속해서 작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쿠미의 법칙은 18개월마다 같은 연산에 필요한 에너지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실제로 최신 노트북을 보면 5년 전보다 성능은 더 좋아졌지만 전력 소모는 오히려 더 줄었다. 그는 "분산된 센서 네트워크에서 최종적인 목표는 센서용 배터리를 없애고 공기 진동이나 주파수를 통해 에너지를 공급받는 것"이라며 "앞으로 10~20년간은 쿠미의 법칙을 통해 사물인터넷이 크게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성 탐사에 투입된 무선 센서가 장착된 자율주행 차량 '마르스 큐리오시티'. 캐빈 애시턴은 IoT라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마르스 큐리오시티를 꼽았다. (그림=LG CNS)
화성 탐사에 투입된 무선 센서가 장착된 자율주행 차량 '마르스 큐리오시티'. 캐빈 애시턴은 IoT라는 새로운 네트워크가 인류의 지평을 넓히는 대표적인 사례로 마르스 큐리오시티를 꼽았다. (그림=LG CNS)
그렇다면 기업들은 이러한 IoT 시대 흐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애시턴은 20세기 패러다임인 IT에서 21세기 패러다임인 IoT로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전히 많은 사람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사용할 때 GPS 기능이 함께 사용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며 "사물인터넷 기술이 눈에 보이지 않지만 IoT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으로 상용화를 고민하라는 주문도 내놓았다. 바코드 라벨 출력 업체에서 실시간 위치 분석 서비스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변신한 제브라(Zebra), 소비자 가전업체에서 홈오토메이션으로 확장하고 있는 벨킨, 웨어러블 기기용 핵심부품 업체로 승승장구하는 실리콘랩 등을 보면 기존 사업 경험에 IoT 기술을 적극 수용해 사업화에 나서 성공적으로 IoT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구글의 행보에 대해서 우려를 나타냈다. 애시턴은 "구글 글래스와 자율주행 차량 등 구글이 오랜 기간 연구하고 있는 것들을 보면 선구자적 역할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프로토타입이고, 특히 자율주행차의 경우 상단에 대형기기가 장착된 차량을 구매할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그사이 다른 자동차 업체는 이미 상용화가 임박했고 특히 테슬라는 초고속 전기차에서 네트워크 기반의 센싱 분야로 진출해 자동주차, 자동픽업 등을 이미 상용화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애시턴은 IoT가 앞으로 인류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네트워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강연 초반에 제시한 '마르스 큐리오시티'를 다시 언급하며 "과거 인류는 무역항로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문명과 혁신을 공유했고, 20세기에는 인터넷이라는 네트워크를 만들어 모두가 수혜를 입었다"며 "이제 우리 세대의 도전은 지구를 위한 신경계를 만드는 것이고 이것이야말로 IoT의 정수"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