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시대] ①시중은행 자금이탈 ‘빨간불’…자금운영난 우려 커져

김남규 기자
입력 2015.04.22 18:49 수정 2015.04.23 14:24

기준금리가 1%대에 진입하면서 금융상품의 수익률 하락에 따른 ‘머니무브(money move)'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머니무브란 특정 금융상품으로 금융권 자금이 집중되는 현상으로, 국내에서는 2007년부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대거 이동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머니무브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시중은행들의 안정적인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편집자주>

[IT조선 김남규] 올해 3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75%로 낮추면서, 수익률 하락을 우려한 금융권 또는 금융상품 간 자금의 대규모 이동이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 1%대 은행 예금금리 이자에 만족하지 못하는 금융소비자가 늘면서 펀드와 같은 투자자산으로 금융자금이 집중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들 역시 펀드상품 판매에 주력하는 등 대응전략 마련에 나섰지만, 자금 이탈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한국은행 금통위는 2012년 7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5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각각 0.25%p씩 인하한데 이어 지난 3월 추가로 기준금리를 0.25%p 내려 사상 최초로 1%대 기준금리 시대를 맞이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도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2008년 10월 4.87%까지 떨어진 예금은행 총수신금리(잔액기준)는 지난 3월 기준금리 인하로 추가적인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처럼 1%대 금리는 최악으로 내몰렸던 금융위기 당시에도 찾아볼 수 없던 수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금리인하로 2%대 금리를 유지했을 당시에도 국내 시중은행들의 저축성 수신금리는 4%대를 유지한 바 있다.

당시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처음 접한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서 원금만은 지켜야한다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확산됐고, 부동산과 주식 등 기타 자산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원금보장형 안전자산 보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중은행의 자금 이탈이 빨라지고 있다. 또한 은행의 수신증가가 대부분 만기 1년 미만의 단기성 예금으로 구성돼 있어 각 시중은행들의 자금운영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실제, 2014년 7월 기준으로 432조 5000억 원 규모였던 국내 시중은행의 장기성 예금 규모는 2015년 1월 421조 7000억 원으로 11조 원 가량이 감소했다. 은행권 수신자금의 단기화 현상이 은행 수신금리의 추가적인 하락 기대와 맞물려 금융권 내 대규모 자금이동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1%대 기준금리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금융업권 간 자금이동 역시 장기화될 우려가 크다. 사실상 시중은행 자금이 증권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등으로 흘러가는 현상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같은 이유로 금융업계에서는 근시일내에 머니무브가 발생하면, 과거 주식형펀드 열풍이 불었던 시기의 자금 쏠림 현상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2007년 4월 주식형 펀드 열풍이 거세게 불었던 시기 총 51조 원이 넘는 자금이 주식형펀드에 집중됐고, 1년 4개월 만인 2008년 8월에는 144조 원 규모의 시중자금이 펀드 시장으로 집중된 바 있다. 이에 반해 같은 시기 예금은행의 총수신 잔액은 593조 4000억 원에서 577조 9000 억 원까지 감소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들이 충분한 대출 수요를 확보하지 못하면 예대율 규제, 유동성 규제 등으로  시장성 자금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우려가 크다”며 “주택담보대출 등 대출 수요 증가에 따른 수익창출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각 시중은행들이 머니무브에 대응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며 “과거 펀드 상품으로의 급격한 자금이탈 경험을 살려 수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기존 고객을 잡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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