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T 에브리웨어] ① 사물인터넷, 기업 인프라 근본부터 바꾼다

박상훈 기자
입력 2015.05.12 16:44 수정 2015.05.13 00:15
사물인터넷이 산업 전체를 바꾸고 있다. 특히 선진국의 견제와 신흥국의 부상 사이에서 성장의 한계에 부딪힌 우리 기업에게 새로운 돌파구를 제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물인터넷이 생산과 유통 등 경영 전반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보고 우리 기업에 시사하는 바를 분석한다. <편집자주>

[IT조선 박상훈]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원칙은 단순하고 명확하다. 남보다 좋은 품질의 상품을 더 낮은 비용으로 만들어 고객이 원할 때, 원하는 곳으로 가져다주면 된다. 비단 물건을 만드는 제조업 뿐만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 역시 기업 간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이 원칙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난 200여 년 이상 전 세계에서 기업과 국가의 성장을 견인하면서 시장경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다. 

문제는 이러한 원칙이 작동하는 경쟁의 구도가 점점 복잡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과 인도 등 후발 개도국이 덩치를 키우면서 선발 업체를 위협하고 있고, 원가 절감을 위해 글로벌 아웃소싱이 확대되면서 전체 가치 사슬에 참여하는 기업과 국가가 많이 늘어났다. 가격 대비 품질이라는 전통적인 경쟁력이 약화되는 반면 개인화, 차별화에 대한 요구는 더 강해지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요소는 복잡해지고 있고 많아지고 있다.

제1차 산업혁명 이후의 산업 발전 경로 (그림=LG경제연구원)
이러한 거대한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해 선진국들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지난 2012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놓은 ‘제조업의 부활(Reindustrialization)’ 아젠다, 독일이 발표한 ‘산업 4.0(Industrie 4.0)’ 전략 등을 보면 IT 기술과 산업의 결합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최근 우리 정부가 공개한 ‘제조업 혁신 3.0 전략’ 구상도 같은 맥락이다. 조용수 LG경제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이들 전략의 중심에 사물인터넷(IoT)이 있다고 말한다.

IoT란 세상의 모든 기기와 도구를 고성능 센서와 지능형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기술이다. 생산 설비와 수송 수단, 매장은 물론 개별 제품에 센서를 달아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연구개발, 원료 조달, 생산과 판매, 유통, 그리고 고객 피드백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기업의 모든 활동영역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아 분석하면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줄이면서 경쟁사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가 대표적이다. 스마트 팩토리는 스마트 머신(Smart Machine)과 가상현실 생산 시스템(CPPS)을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으로 구성된다. 스마트 머신은 원자재와 부품, 주변 기계, 작업자 등을 고려해 최적의 생산 효율을 구현한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도 작업자 개인의 상태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더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방식을 제안한다.

스마트 팩토리 개념도 (그림=LG경제연구원)
스마트 머신은 주변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소량 생산 주문이라도 대량 제품과 거의 같은 비용으로 생산할 수 있다. 특히 CPPS는 실제 생산 프로세스가 시작되기 전 미리 시뮬레이션해 불필요한 자원 낭비나 공정 오류를 잡아낸다. 이를 통해 일정한 품질 수준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고, 무엇보다 더 개인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원하는 시장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IoT가 산업현장에 도입됐을 때 기대되는 효과는 이 정도가 아니다. 생산된 제품을 고객이 필요한 시점에 차질없이 배송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배송 차량과 선박 등에 센서를 달아 현재 위치와 도착 예정시간, 최적의 경로를 산출하는 것은 물론 기상정보 등을 고려해 차질 가능성까지 미리 검토하는 기술과 제품이 이미 상용화됐다. 이를 통해 재고와 배송 오류 등 기업의 비용 부담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들 과정에서 수집된 막대한 정보를 이른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가공해 경영 성과를 극대화하는 데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IoT에는 거의 모든 최신 IT 성과가 집대성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독일 정부가 추진하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의 주요 기술요소를 IoT 외에 빅데이터, 시뮬레이션, 클라우드, 사이버 보안, 증강현실, 3D 프린팅 등이 망라돼 있다. 최신 IT 성과와 산업현장의 결합이 IoT라는 모습으로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

앞으로 더 많은 생산 현장에 IT 기술이 활발하게 접목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현대자동차)
반면 IoT에 대해 아직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수많은 기기 간에 데이터를 주고받는 공통 기술 기반이 필요하지만 현재는 이것이 없어 기업마다 독자 규격을 사용하고 있다. IoT 네트워크 대부분이 파편화된 것도 이 때문이다. 대규모 기기 간 연결을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집안 보일러를 자유롭게 원격 제어할 수 있게 되면 해킹에 노출돼 마치 폭탄처럼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관련 기술이 동시 다발적으로 진화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5년 이내에 상당한 완성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IoT를 이용한 산업 혁신이 필요한 우리 경제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생산과 무역의 글로벌화 흐름에 잘 대응해 왔지만 중국 등 신흥국의 부상과 선진국의 견제 사이에서 점점 어려운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최근 상당수 국내 기업이 성장 정체, 혹은 저성장에 접어든 것도 이 때문이다. IoT는 우리 기업에 필요한 발상의 전환과 구체적 실행을 지원하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조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 기업이 공통으로 경험하고 있는 성장 정체와 저성장 증후는 일상적인 개선 활동이나 생산 요소의 양적 투입 확대로 해결하기 어려운 이슈"라며 "사물인터넷과 같은 유용한 도구를 통해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를 뿌리에서부터 뒤흔들고 전면적으로 해체, 재조합하는 수준의 혁신이 수반될 때 새 고객과 시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