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화석연료는 한정돼 있다. 우리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자동차 역시 이러한 에너지원의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솔린과 디젤만으로는 이제 자동차를 탈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료와 배기가스에서 자유로운 친환경차 전쟁이 시작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세대 친환경차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의 장점만을 결합한 'PHEV'의 특징을 면밀히 분석한다. <편집자 주>

 

BMW의 PHEV 스포츠카 모델인 'i8' (사진=BMW)
BMW의 PHEV 스포츠카 모델인 'i8' (사진=BMW)
 

[IT조선 정치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 Plug-in Hybrid Electric Vehicle)'는 내연기관과 전기모터 두 종류의 동력을 조합한 하이브리드차(HEV)에 일반 가정에서 충전할 수 있는 배터리를 장착한 차세대 친환경차를 말한다.

수년 전부터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HEV 개발에 집중해 왔다. 하지만 HEV로는 연료 효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HEV와 아직 미완성 단계인 전기차(EV)의 중간 형태인 PHEV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EU 환경규제 강화에 'PHEV' 급부상

유럽연합(EU)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는 PHEV 대중화를 부추기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EU는 2015년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기준 130g/km)의 1차 시한으로 정하고 오는 2021년까지 95km/g을 목표로 그 기준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각 유럽 국가들도 EU의 정책과 발맞춰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연료 효율성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차등 부과할 예정이다. 이에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같은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은 유럽 내 연비 및 배기가스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PHEV를 포함한 친환경차 라인업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다른 대중차 업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형차 비중이 높은 독일 프리미엄 완성차 업체들은 적극적인 친환경차 출시를 통해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있다.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자료=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BMW·벤츠·아우디, PHEV 라인업 확장 가속

최근 BMW가 3시리즈 PHEV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면서, 독일차 3사 간 차급별 PHEV 출시 경쟁은 더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소형차급에서는 아우디가 A3 이트론을 시작으로 PHEV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BMW가 2시리즈 액티브투어러를 개발해 추격에 나선다.

중형차급은 벤츠가 2015년 초 선보일 C350 PHEV를 공개한 데 이어 BMW가 내년 상반기 3시리즈 PHEV를 출시할 예정이다. 대형차급에서는 BMW가 i8을 출시하고 벤츠가 S클래스 PHEV를 공개했다. 아우디도 A6, A8의 PHEV 버전을 출시할 계획이다.

SUV 시장에서도 PHEV 라인업이 확장된다. BMW는 올해 X5 이드라이브 출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아우디와 벤츠도 각각 Q7과 ML클래스 PHEV 버전을 개발 중이다.

아우디의 PHEV 모델인 'A3 이트론' (사진=아우디)
아우디의 PHEV 모델인 'A3 이트론' (사진=아우디)
 

업체·국가 간 치열한 '친환경차 주도권' 경쟁

이처럼 독일 3사는 공통적으로 PHEV 라인업을 늘리고 있지만, 제품 개발과 출시에서는 업체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BMW는 친환경 전용 브랜드인 i시리즈를 선보이며 전용 모델 중심의 라인업을 내놓고 있다. 특히 자체적으로 탄소섬유 소재 개발에 나서는 등 기술적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벤츠는 오는 2017년까지 총 10개에 달하는 PHEV 모델을 출시하고, 향후 전 라인업에 PHEV 트림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우디는 디젤 PHEV과 디젤 엔진용 전기 터보차저 개발 등 기존 자사의 디젤 기술력에 기반한 성능 개선과 제품 개발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독일차 업체들이 PHEV 라인업 확대를 추진하는 데 반해 혼다오 토요타와 혼다, 닛산 등 일본차 업체들은 수소연료전지차(FCEV) 투자를 확대하는 등 업체별로 친환경차 주도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다.

박종욱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독일차 업체들이 PHEV 개발을 친환경차 시장 공략에 유리한 진입 전략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반면 일본차 업체들은 FCEV로 투자를 늘리고 있고 프랑스 업체들과 테슬라 등은 EV에 집중하고 있어 당분간 친환경차 타입 간 치열한 주도권 경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