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길을 가다 보면 기본 사양 외에 각종 외부 부착물이나 특수 조명기구 등을 장착해 멋을 부린 차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안전운행에 지장을 줄 수 있어 관련 규제가 엄격하지만, 자신의 차를 남들과 다르게 꾸미려는 ‘자동차 외관 튜닝’은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튜닝 관련 시장 규모는 결코 무시 못할 수준으로, 아예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을 구성하고 있을 정도다.

PC에도 튜닝 문화가 있다. PC 부품이 규격화된 이후 남들과 뭔가 다른 ‘나만의 PC’를 추구하려는 마니아들이 자신의 PC를 각양각색으로 꾸미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다.

지금은 거의 보기 힘들어졌지만, 한때 튜닝 마니아들끼리 멋지게 꾸민 PC를 한데 모아 감상하고 튜닝 관련 정보를 교환하며 친목도 다지는 이른바 ‘랜파티(Lan party)’로 불리는 모임도 있었다.

전문가의 손을 통해 잘 튜닝된 PC의 예시.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PC'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PC 튜닝의 매력이다. (출처=MEG커스텀 홈페이지)
전문가의 손을 통해 잘 튜닝된 PC의 예시. 세상에 둘도 없는 '나만의 PC'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PC 튜닝의 매력이다. (출처=MEG커스텀 홈페이지)
 

물론 자동차 튜닝과 마찬가지로 초창기 PC 튜닝은 어느 정도 손재주는 물론, 원하는 튜닝 작업을 하기 위한 기계, 전기, 전자부문의 지식과 설비가 필요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사용자의 미적 감각까지 요구했다. 즉 일반인들이 접근하기엔 상당히 난도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PC 튜닝은 누구나 약간의 시간과 비용만 투자하만 시도해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나름 하나의 산업을 형성하고 있는 자동차 튜닝과 마찬가지로 PC 튜닝 분야도 상당 부분 규격화가 이뤄지고, 관련 상품들도 많이 개발됐다.

과거 PC 튜닝의 가장 첫걸음이자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케이스 튜닝’이었다. PC 튜닝의 ‘꽃’이라 할 수 있는 내부 튜닝을 외부에서 직접 보기 위해서는 케이스 측면 커버에 커다란 투명 창을 달아야 했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측면에 투명 창이 기본으로 달려있는 PC 케이스가 많지만, 그 때만 해도 전문 설비를 보유하거나, 철물 가공 전문 업체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했다. 특히나 과거의 PC 케이스는 내구성을 위해 더 두껍고 튼튼한 철판을 사용해 쇠톱 등 가정용 공구로 시도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때문에 케이스 측면 패널을 아예 떼놓고 쓰거나, 두꺼운 아크릴 판을 재단해 대신 끼워넣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했다. 아예 케이스 없이 PC 내부 부품을 그대로 노출한 채로 사용하는 경우도 흔했고, 처음부터 내부가 훤히 들여다보이는 ‘아크릴 케이스’도 인기를 끌었다.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PC 케이스들은 기본적으로 튜닝 효과를 제공하도록 디자인됐다. (사진=다나와)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PC 케이스들은 기본적으로 튜닝 효과를 제공하도록 디자인됐다. (사진=다나와)
 

지금은 앞서 언급한 대로 상당수 케이스 제품들이 처음부터 측면 커버에 큼직한 투명 창을 달고 나오기 때문에 큰 수고 없이 더 쉽게 PC 튜닝 입문이 가능해졌다. 즉 내부 부품 선택만 잘 하면 누구나 그럴듯하게 꾸민 ‘나만의 튜닝 PC’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외부에서도 내부가 비쳐 보이는 금속 메시(mesh) 망이나 투명/반투명 아크릴 창을 곳곳에 적용하고, 자체적으로 발광하는 LED 팬을 기본으로 장착한 케이스들이 늘어나서 제품만 잘 골라도 어느 정도 튜닝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본격적인 PC 내부 튜닝은 주로 각종 부품을 냉각시키는 ‘쿨러’를 통해 이뤄진다. 일반 가전제품들과 달리 PC는 GHz(기가헤르쯔) 단위의 클럭 속도와 수천 rpm(분당 회전수)으로 회전(주로 하드디스크)하는 고성능 부품이 많아 열이 많이 발생하고, 그만큼 열을 식히는 ‘쿨러’도 다수 사용된다.

특히 CPU나 그래픽카드처럼 매우 높은 열이 발생하는 핵심 부품은 신속히 열을 흡수해 공기중으로 확산시키는 큼직한 방열판과 커다란 팬이 달려있는 것이 보통이다. 당연히 덩치가 큰 만큼 PC 커버를 열거나, 측면에 투명 창을 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부품이다.

잘 튜닝된 PC 내부는 그 자체가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사진=앱코)
잘 튜닝된 PC 내부는 그 자체가 보는 즐거움이 있다. (사진=앱코)

여기에 착안해 각종 쿨링 솔루션 제조사들은 더 크고 화려한 디자인의 방열판에 조명효과를 내는 LED(발광다이오드)를 적용한 대형 팬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어슴푸레한 PC 내부에서 형형색색의 LED팬이 빛나는 CPU 또는 그래픽카드 쿨러는 다른 부품들에 비해 더 도드라져 보인다.

또 과거에는 사용자가 팬이나 케이스 프레임, 방열판 등에 직접 조명효과용 LED를 달고 전기선 작업을 하는 등 수작업이 요구됐지만, 요즘에는 쿨링 솔루션 제조사들이 처음부터 LED가 적용된 튜닝용 팬이나 방열판, 쿨러 등을 따로 내놓으면서 PC 튜닝의 문턱은 더 낮아졌다.

최근에는 ‘튜닝’과는 거리가 멀었던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 제조사도 동참하고 있다. PCB 기판 색상을 전통적인 녹색이나 황색이 아닌, 검정색이나 하얀색을 적용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고, 쿨러나 방열판은 물론 기판 자체와 각종 구조물에 형형색색의 LED를 박아넣는 등 ‘외모’를 강화한 메인보드나 그래픽카드가 부쩍 늘었다.

그래픽카드도 튜닝 효과를 고려해 시각적으로 화려한 디자인을 제공하는 제품을 많이 선호한다.(사진=다나와)
그래픽카드도 튜닝 효과를 고려해 시각적으로 화려한 디자인을 제공하는 제품을 많이 선호한다.(사진=다나와)
 

실제로 하드웨어 마니아 중에는 기판과 LED 색상 등을 특정 색상으로 맞춰 통일감을 추구하려는 이들도 적지 않으며, 성능과 사양이 비슷하다면 더 화려한 디자인이나 튜닝 효과를 제공하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도 크게 늘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옛 말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게이밍 환경에 특화된 제품일수록 그런 경향이 강하다. 아예 게임 환경에 특화된 키보드나 마우스까지 화사한 디자인에 형형색색의 LED를 적용한 제품이 대세다.

이처럼 과거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이었던 ‘PC 튜닝’은 누구나 조금만 신경을 쓰면 자신만의 멋지고 화려한 PC를 꾸미고 소유할 수 있게 되면서 상당부분 대중화가 실현됐다. 또 사회 자체가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변해가면서 PC를 입맛대로 꾸미는 행위도 일종의 취미 문화로 자리잡았다.

똑같은 기성 디자인에 별 특색 없는 PC가 지겹다면 ‘PC 튜닝’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남들과 다른, 입맛대로 꾸민 자신만의 유일한 PC를 만들어가다 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새로운 즐거움을 찾게 될 지도 모른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