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사에 지불해야 하는 망 이용대가가 낮아지고 전파사용료 감면도 1년 더 연장됐다. 15개 사업자들이 판매하는 알뜰폰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구입할 수 있는 온라인 유통망도 생겼다. 그러나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새로운 알뜰폰 활성화 정책이 대기업에 편향된 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알뜰폰 판매처에 단말기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알뜰폰 판매처에 단말기들이 진열돼 있는 모습


 

미래부, '알뜰폰' 이름빼고 싹 뜯어 고쳤다

미래부는 21일 500만 가입자를 넘어선 알뜰폰의 통신시장 가입자 비율을 10%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알뜰폰 활성화 정책을 발표했다.

미래부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게 지불하는 망 대여 대가인 음성·데이터 도매대가를 모두 인하했다. 도매대가는 전년대비 음성은 10.1%(39.33→35.37원/분), 데이터는 31.3%(9.64→6.62원/MB) 인하됐다. 이번 인하로 소매요금(음성 108원/분·데이터 51.2원/MB) 대비 음성은 67.2%, 데이터는 87%까지 할인된다.

표=미래부
표=미래부

아울러 이통사의 정액형 상품 자체를 알뜰폰 사업자가 도매로 제공받아 판매하고, 판매수익의 일정 부분을 대가로 지급하는 '수익배분 방식'의 비율도 조정됐다.

월 기본료 4만 2000원 이하 요금제는 기존 55(알뜰폰):45(이통사)에서 60:40으로 조정했고, 5만 2000원 요금제는 현행 45:55 비율을 유지했다.

아울러 6만 2000원 요금제는 45:55를 55:45로, 7만 2000원 이상 요금제는 45:55를 50:50으로 조정했다. 다만 데이터 중심 요금제는 별도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표=미래부
표=미래부

조규조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알뜰폰은 미래부 출범 후 업계 노력과 정부의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가입자수 500만명을 넘어서고 통신비 인하에 기여하고 있다"면서도 "업체의 재무건전성 미흡, 싸구려‧AS 미흡 등 부정적 이미지가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번 알뜰폰 활성화 방안은 문제점을 해소해 알뜰폰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미래부는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전파사용료 면제 기간을 내년 9월까지로 1년 연장했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사와 마찬가지로 가입자 1인당 매달 461원의 전파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는 사업자가 이를 낼 경우 부담이 가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전파사용료 1년 연장으로 알뜰폰 사업자들은 연 300여억원의 전파사용료를 감면받게 되므로, 알뜰폰 업계의 사업 환경 개선에 직접적인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한 곳에서 비교하고 구입까지"… 알뜰폰 허브사이트 오픈

미래부는 알뜰폰 도매대가 인하, 전파사용료 연장 등 정책의 변화를 꾀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이 알뜰폰 상품을 한 곳에서 비교하고 구매할 수 있는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22일 오픈한다.

알뜰폰 허브사이트에는 총 15개 알뜰폰 사업자가 피쳐폰·스마트폰, 요금수준 등을 쉽게 분류해 비교할 수 있는 온라인 사이트다.

이미지=방송통신위원회
이미지=방송통신위원회

허브사이트에는 ▲SK텔링크 ▲케이티스 ▲미디어로그 ▲한국케이블텔레콤 ▲CJ헬로비전 ▲아이즈비전 ▲이지모바일 ▲스페이스네트 ▲유니컴즈 ▲에넥스텔레콤 ▲머천드코리아 ▲온세텔레콤 ▲프리텔레콤 ▲스마텔 ▲위너스텔 등이 참여한다. 이마트는 구축비는 부담하되 온라인 판매는 참여하지 않는다.

대부분 사업자들이 자사 홈페이지에서 알뜰폰 상품을 판매하고 있지만 사업자별 인지도가 낮아 그 활용도는 높지 않으므로, 소비자들은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방문해 자신이 원하는 사업자의 상품을 비교·선택 및 구매할 수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통해 가입한 이용자 중 선착순 500명에게 2만원 상당의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미래부의 '알뜰폰 활성화' 정책 = '대기업 살리기' 특화 상품?

미래부가 야심차게 알뜰폰을 활성화 시키겠다고 갖가지 새로운 정책들을 내놨지만, 정작 영세업자들 수익의 발목을 잡고 있던 낡은 정책들은 손대지 않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에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망 도매대가, 판매수익 배분 외에 업무대행수수료도 포함된다.

자체 전산망 보유 여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업체들은 고객의 월간 사용료 정산, 미납금액 관리, 채권 추심 SMS, 지로용지 발송 등을 위해 이통사의 전산시스템을 이용한다. 자체적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추가적인 업무대행수수료가 발생하는 것이다.
 
CJ헬로비전과 같이 자체 전산시스템을 갖춘 알뜰폰 대형사업자는 이통사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중소 사업자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가입자당 월 2000원 안팎의 금액을 지불해야 하는데, 적잖은 부담이 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중소사업자들이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업무대행수수료에 대한 정책은 바뀌지 않았다"며 "수익배분도 사업자들이 요구했던 수준은 원래 70(알뜰폰):30(이통사)였는데, 결국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부가 내놓은 알뜰폰 활성화 정책은 대기업에 유리한 조건으로 이뤄진거 같다는 느낌은 떨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알뜰폰 허브사이트 역시 대기업들만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는 '그들만의 리그'가 되지 않겠느냐고 우려하고 있다. 중소사업자가 대기업과 동일한 상품을 내놓고 가격을 낮추더라도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보고 선택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미래부는 알뜰폰 허브사이트를 통해 가입한 이용자 중 선착순 500명에서 2만원 상당의 '샤오미 보조배터리'를 증정한다고 했는데, 국내 기업들을 살리겠다고 새 정책을 내놓는 자리에 굳이 '중국산 사은품' 카드를 꺼내들었어야 하냐는 지적이다.

삼성전자·LG전자는 물론 국내 중소기업들도 보조배터리를 문제없이 판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사은행사에 중국산 보조배터리가 등장한 건 어울리지 않는 선택이었다"고 꼬집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