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유진상]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핀테크 관련 규제 완화 및 핀테크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국내 금융업계도 핀테크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핀테크 시장은 아직 초보단계로 기존 금융권이나 IT기업, 통신사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지급, 결제 분야에만 집중돼 있다. 해외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결제 서비스부터 인터넷 은행, 전자화폐까지 기존 금융 분야를 아우르는 동시에 새로운 영역까지 개척하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각 분야별 뜨고 있는 해외 핀테크 스타트업을 알아본다. 


핀테크는 금융과 IT 기술을 결합해 기존에 제공하지 못하던 저비용과 효율적인 서비스로 더 높은 고객 가치를 만들어 내는 사업을 통칭한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급성장했으며, 미국과 영국 등을 중심으로 핀테크 서비스에 대한 투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액센츄어에 따르면 글로벌 핀테크 시장 투자 규모는 2013년 29억 7000만 달러로 이는 2008년 9억 2000만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핀테크 기업 수는 미국이 374개, 영국이 57개 등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세계 핀테크 투자규모와 국가별 핀테크 기업 수(표=한국정보산업연합회)
전세계 핀테크 투자규모와 국가별 핀테크 기업 수(표=한국정보산업연합회)


글로벌 시장이 이처럼 활발한데 비해 국내는 꽤 많이 늦어진 상황이다. 불명확하고 포괄적인 규제와 지나치게 세부적인 기술 지침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김남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높은 스마트폰 인구 비중과 디지털 뱅킹 활용률 등 앞선 금융 인프라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규제 장벽이 심해 IT와 금융시스템의 융합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각종 사업등록 요건, 보안 규정 등이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글로벌 핀테크 규제 비교(자료=한국정보산업연합회)
한국과 글로벌 핀테크 규제 비교(자료=한국정보산업연합회)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정부가 직접 나서 간편결제 활성화와 공인인증서 의무사용 및 액티브X 사용 폐지 등 다양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으며, 핀테크 진입 장벽을 낮추는 형태로 정책 변화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제도 완화로 SNS, 인터넷 포털, 게임, SW, 단말 제조사 등 많은 기업들이 핀테크 사업에 진출하거나 투자를 모색하며 신산업으로 발전할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며 “규제 수준이 높은 국내를 벗어나 상태적으로 뒤쳐진 동남아시아나 북미 지역으로 직접 진출하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핀테크 업체들의 등장과 함께 금융기관들도 IT와 금융 융합형 서비스 발굴을 위해 핀테크 전담부서를 구성하고 있어 전망은 더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국내 상황은 여전히 지급, 결제 분야에만 집중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이나 영국 등의 핀테크 선진국에서는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등장해 결제 및 거래, 신기술을 통한 리스크 관리, 고객 신용도 평가, 모바일 뱅킹, 재화 및 서비스 거래, 외환 시장 등을 아우르며 금융의 각 영역에서 핀테크 서비스의 다양한 응용 사례를 보여주는 것과는 비교된다.

그렇다면 해외 시장의 경우, 어떤 스타트업이 뜨고 있을까. 


지급, 결제 분야에서는 미국의 플린트(Flint)를 꼽을 수 있다. 플린트는 2011년 설립된 스타트업으로 스마트폰 앱을 통해 기존 POS 단말기 역할을 대체하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 서비스는 소규모 사업자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구매자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스캔만 하면 결제를 완료할 수 있다는 간편성을 무기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플린트는 카드 번호의 일부만을 스캔할 뿐 아니라 결제 정보는 모두 암호화돼 실행될 뿐 아니라 간단한 송장이나 영수증을 그 자리에서 발급해 줄 수 있어 소규모 사업자와 고객 모두 간편함을 느끼면서 사용률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플린트 앱을 통한 카드 번호 스캔 화면(출처=정보통신정책연구원)
플린트 앱을 통한 카드 번호 스캔 화면(출처=정보통신정책연구원)
 
플린트를 통한 송장 발송 및 고객이 받게 되는 결제 요청 페이지(그림=정보통신정책연구원)
플린트를 통한 송장 발송 및 고객이 받게 되는 결제 요청 페이지(그림=정보통신정책연구원)

송금 분야에서는 영국의 커렌시 클라우드(Currency Cloud)가 주목받고 있다. 이 스타트업은 국가별, 은행별, 거래 플랫폼별 다양한 송금 시스템을 마련해 빠르고 안전하면서도 보편적인 결재가 가능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커렌시 클라우드는 빠른 글로벌 송금과 투명한 환율 적용, 송금 내역 관리 기능 등 세 가지 장점을 진니고 있다.

대출 분야에서는 카배지(Kabbage)가 뜨고 있다. 카배지는 소규모 기업들이 자본을 충당할 수 있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소규모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데이터 소스에 접속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정 규모의 대출이 이뤄지고 있다. 데이터에는 e커머스, 소셜미디어, 회계 자료, 발송 내역 등 실시간 데이터가 포함돼 있어 카배지는 이 데이터를 조합해 소규모 기업을 평가하고 유연성 있게 대출 규모를 산출한다.

또 다른 장점은 은행권 대출에 비해 승인에 소요되는 시간이 짧다는 점이다. 은행권 대출과 대부업 사이의 적정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10만여 개 이상의 소규모 사업자들이 총 5억 50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대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내에도 8퍼센트라는 핀테크 서비스가 등장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 스타트업인 헬로우월드는 평균 대출금리 8%의 핀테크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지난 20일 첫 담보 대출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8퍼센트(그림=8퍼센트)
8퍼센트(그림=8퍼센트)


투자, 자산관리 분야에서는 모티프 인베스팅(Motif Investing)의 모티프 서비스가 인기다. 모티프 인베스팅이 투자 아이디어를 찾아 포트폴리오를 제시하면, 사용자들은 슬라이드 바 메뉴를 활용해 요인별 가중치를 두고 포트폴리오를 수정할 수 있다. 고객들은 주식이나 ETF(Exchange Traded Funds) 등을 추가해 나만의 포트폴리오를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모티프 인베스팅의 투자 포트폴리오(자료=모티프 인베스팅)
모티프 인베스팅의 투자 포트폴리오(자료=모티프 인베스팅)


전자화폐 분야에서는 에피파이트(Epiphyte)가 주목을 끌고 있다. 에피파이트는 지난 2014 이노트라이브 스타트업 챌린지에서 우승을 거머쥐었으며, ‘국제 은행간 통신협회 통신협회(Society for Worldwide Interbank Financial Telecommunication, SWIFT)’로부터 펀딩을 받는 스타트업 커뮤니티다. 에피파이트는 비트코인 기반의 국가간 이체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은행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된 화폐 플랫폼을 합법적으로 다룰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특히 이 솔루션은 일반 통화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하고, 비트코인을 이체한 후, 이를 다시 다른 지역의 통화로 인출하는 방식을 통해 전통적인 자금 이체의 영역을 우회한다.

박병선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비트코인이 하나의 또 다른 종류의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는 시점에서 이 서비스는 금융권의 핵심적인 니즈를 간파했다”며 “기존에 환율 리스크를 부담하는 대신 평가절하된 가치로 비트코인을 거래할 수 있게 한 비트페이와 같은 서비스와도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진상 기자 jinsang@chosunbiz.com

키워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