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화석연료는 한정돼 있다. 우리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자동차 역시 이러한 에너지원의 한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솔린과 디젤만으로는 이제 자동차를 탈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연료와 배기가스에서 자유로운 친환경차 전쟁이 시작됐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PHEV)'는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차세대 친환경차의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 하이브리드차(HEV)와 전기차(EV)의 장점만을 결합한 'PHEV'의 특징을 면밀히 분석한다. <편집자 주>

 

쉐보레 볼트 2세대 모델 (사진=GM)
쉐보레 볼트 2세대 모델 (사진=GM)
[IT조선 정치연] 정부가 내년부터 PHEV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함에 따라 국내 PHEV 시장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0일 환경부는 내년부터 PHEV 구매 보조금을 대당 600만원으로 책정하고 5000대에 약 3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기로 했다. 보조금 지원 대상은 전기차 모드로 30㎞ 이상 주행이 가능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50g/㎞ 이하인 차량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자동차 업계도 국내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위해 PHEV를 앞다퉈 선보인다. 현대차를 비롯해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 등이 이르면 연내 PHEV를 도입할 계획이다.

BMW가 선보인 PHEV 스포츠카 'i8' (사진=BMW코리아)
BMW가 선보인 PHEV 스포츠카 'i8' (사진=BMW코리아)
 

BMW i8, 출시 한 달 만에 '190대 완판'

PHEV 시장에서 요즘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는 모델은 바로 BMW의 PHEV 스포츠카 'i8'이다.

i8은 지난 3월 26일 출시 이후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올해 사전계약 물량인 190대가 완판됐다. 1억9900만원이라는 가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판매 실적이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4에서 주인공 톰 크루즈가 타고 나와 유명세를 탄 i8은 기존 친환경차의 틀을 깬 스포츠카다. 주로 연료 효율성에 초첨이 맞춰진 기존 PHEV와 달리 순수한 스포츠카의 달리는 즐거움을 추구한 것이 특징이다.

i8는 BMW의 최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적용됐다. BMW 트윈파워 터보 기술이 적용된 3기통 가솔린 엔진(최고출력 231마력, 최대토크 32.6kg·m)은 6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차량 뒤축에 힘을 전달한다. 또 하이브리드 모터(최고출력 131마력, 최대토크 25.5kg·m)가 2단 자동변속기를 통해 출력을 차량 앞축에 전달한다.

BMW i8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사진=BMW코리아)
BMW i8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사진=BMW코리아)
이처럼 트윈파워 터보와 지능형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결합한 i8은 최고출력 362마력과 최대토크 58.1kg·m을 발휘한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은 4.4초에 불과하며, 연비(유럽 기준)는 ℓ당 약 40km에 달한다.

i8은 사륜구동 시스템을 채택해 마치 도로 표면에 붙어 달리는 듯한 강력한 접지력을 자랑한다. 프런트 휠 드라이브, 리어 휠 드라이브, 4륜 드라이브의 장점들을 결합해 필요에 따라 최적의 성능을  발휘한다.

i8은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컨트롤 스위치와 eDrive 버튼을 통해 다섯 가지 주행모드를 제공한다. 특히 5kW의 고전압 리튬이온 배터리 덕분에 전기모드로만 최대 35km까지 주행할 수 있으며, 시속 120km의 최고속도를 낸다.

현대차가 개발한 '쏘나타 PHEV' (사진=현대차)
현대차가 개발한 '쏘나타 PHEV' (사진=현대차)
 

핫한 'PHEV' 언제쯤 타볼 수 있올까?

현재 국내외 자동차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시판 중인 PHEV의 국내 판매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

국내 출시를 앞둔 PHEV 신차는 국산차 최초의 PHEV인 현대차 쏘나타 PHEV를 비롯해 수입차인 BMW X5 xDrive40e, 벤츠 S클래스 PHEV, 아우디 A3 e-트론, 폭스바겐 골프 GTE, 토요타 프리우스 PHEV 등이다.

현대차가 지난 서울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쏘나타 PHEV는 156마력을 발휘하는 누우 2.0ℓ 직분사(GDI) 가솔린 엔진과 50kW 전기모터, 전용 6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했다. 9.8kWh 리튬이온 폴리머 배터리를 얹은 쏘나타 PHEV는 순수 전기차 모드로만 40㎞ 이상을 주행할 수 있다.

올 하반기 국내 출시 예정인 아우디 A3 e-트론은 1회 주유로 940㎞를 주행할 수 있으며, 전기모터로만 최대 50㎞를 달릴 수 있다. 연비는 유럽 기준으로 ℓ당 66.6㎞에 이른다.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골프 GTE' (사진=폭스바겐코리아)
엔진과 전기모터를 결합한 '골프 GTE'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의 골프 GTE는 150마력의 1.4ℓ TSI 가솔린 엔진과 6단 DSG 듀얼 클러치 변속기, 102마력 전기모터를 조합했다. 복합 기준 최고출력 204마력, 최대토크 35.7kg·m의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 가속 시간은 7.6초, 최고속도는 시속 222km에 이른다.

한국지엠도 내년 쉐보레 2세대 볼트를 국내에 소개할 예정이다. 볼트는 1회 충전 시 80㎞를 휘발유 없이 주행할 수 있으며, 충전 엔진을 가동하면 최대 676km를 달릴 수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보조금의 지급 규모가 향후 국내 PHEV 시장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PHEV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보다 가격 면에서 비쌀 수밖에 없다"며 "PHEV 보급률을 높이려면 보조금을 전기차 수준(환경부 기준 최대 1500만원+충전기 600만원)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