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부동의 1,2위를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서로 다른 색깔의 마케팅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치열한 스마트폰 시장에서 양대 산맥의 자존심을 건 양사의 차별화된 마케팅 전략은 뭘까.

이미지=폰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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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소가치로 소비자들의 애를 태워라

지난달 27일 삼성전자 온라인 스토어에서 1000대 한정으로 예약판매 된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이 24시간이 채 안 돼 완판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119만 9000원에 판매된 이 제품이 매진된 후, 미국 이베이 경매에서 무려 3만 5600달러(한화 약 394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책정한 판매가격 보다 33배가량 오른 셈이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스스로 제품 가격을 올리고 거래를 했다는 것은 삼성전자의 희소가치를 더한 마케팅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은 영화 어벤져스2에 등장하는 캐릭터 중 하나인 아이언맨의 수트를 입은 듯 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전·후면의 강렬하면서도 깊이 있는 레드 컬러와 측면 엣지 테두리의 골드 컬러가 조화를 이뤄 마치 아이언맨이 스마트폰으로 재탄생한 듯 한 인상을 줬다는 분석이다.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 (이미지=삼성전자)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 (이미지=삼성전자)

하지만 삼성전자는 독특한 디자인으로만 승부를 보지 않았다. 이 제품에 희소가치를 더해 소비자들의 애를 태우는 마케팅 전략을 택한 것이다. 먼저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제품 판매를 진행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만 공식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또 제품은 1000대 한정으로만 판매됐는데, 제품 후면에 0001부터 1000번까지 한정판 일련번호를 새겨 넣었다.

전 세계에 딱 1000대 밖에 없는 스마트폰의 소유주라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키는 것은 물론, 시간이 흐를수록 제품의 소장가치를 더 할 수 있다는 전략을 꾀한 것이다. 특히 1번, 777번, 1000번등과 같은 골든넘버가 찍힌 제품을 받은 소비자들을 두고 '잭팟이 터졌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인기에 힘입어 이달 중 중국과 홍콩에서도 '갤럭시S6 엣지 아이언맨 에디션'을 한정판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시장에서 소비자들에 의해 가치를 인정받은 '아이언맨폰' 돌풍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귀한 몸, 함부로 손대지 말아다오

애플의 아이폰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느 스마트폰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제품 후면에 박혀 있어야 할 통신사 로고가 없다는 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대부분의 스마트폰에는 제품을 판매하는 통신사 로고가 박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아이폰에는 단 한 번도 통신사 로고가 박힌 채 출시된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애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일반적으로 제조사와 통신사는 제품을 출시하기 전 디자인, 앱, 문자 표준, 판매, 유통 등에 관련된 내용을 협의하는데, 애플은 자사가 추구하는 정책을 최대한 고수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아이폰 디자인에 손을 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에는 통신사 로고가 박혀 있는 반면, 애플 아이폰에는 통신사 로고가 박혀 있지 않다.
국내 제조사들의 스마트폰에는 통신사 로고가 박혀 있는 반면, 애플 아이폰에는 통신사 로고가 박혀 있지 않다.

실상 통신사 로고가 있다고 해서 아이폰을 구매하지 않을 소비자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다른 스마트폰에는 있는 통신사 로고가 아이폰에만 없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큰 매력요소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애플의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기업의 파워'를 단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축적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몸집이 갈수록 불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삼성과 애플이 변함없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의 양대 산맥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분명 그들만이 할 수 있었던 색다른 마케팅 전략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