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센서를 통해 다양한 데이터를 실시간 수집해 분석할 수 있는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확산되면서 기업 경영이 그만큼 더 빨라지고 있다. 전통적인 IT 시대를 넘어 '데이터의 시대', '분석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IoT를 가장 활발하게 기업 활동에 적용하는 부문 중 하나가 마케팅이다. 사물 인터넷이 가격 책정뿐만 아니라 유통 관리, 상품 기획, 커뮤니케이션 등 광범위한 영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료 산정 시 현재는 개인의 운전 습관이나 주행거리 등을 반영하기 쉽지 않지만 측정 센서를 자동차에 설치해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계산할 수도 있다.

미국의 보험사 '프로그레시브'는 운전 습관을 측정해 보험료를 30% 할인해 준다. (사진=프로그레시브)
미국의 보험사 '프로그레시브'는 운전 습관을 측정해 보험료를 30% 할인해 준다. (사진=프로그레시브)
실제로 미국의 보험사인 '프로그레시브'는 지난 2011년부터 UBI(Usage based Insurance) 자동차 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스냅샷(Snapshot)'이라는 소형 기기를 보험자 자동차에 설치해 운전 습관을 측정, 전송하고, 이를 기반으로 보험료를 최대 30%까지 할인해준다. 이 상품은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2013년까지 200만 건 이상 판매됐고, 스냅샷을 이용한 고객은 그렇지 않은 고객 대비 19% 이상 보험을 더 오래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움직임은 매스마케팅에서 개인맞춤형 마케팅이 변화하는 최근의 추세와 무관하지 않다. IoT가 개인별 맞춤 서비스를 가능케하는 관련 정보를 취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개인별 맞춤 마케팅은 물론 위치 등에 따라 사실상 실시간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도 가능케 한다. 고객이 특정 시간, 특정 장소를 이동할 때 위치 정보 등을 바탕으로 가장 필요한 서비스와 상품을 제안하는 식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인타이 백화점은 온라인 유통업체 알리바바와 손잡고 실내 위치기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항저우시에 있는 쇼핑몰에 실내 측위 장비를 400개 이상 설치해 매장에 들어온 고객을 감지하고, 고객의 스마트폰에 적절한 세일 정보를 전송한다. 고객이 특정정보를 선택하면 해당 매장으로 가는 길도 안내해 준다. 앱을 통해 제품 선택, 주문, 결제까지 원스톱으로 해결하는 서비스도 내놨다.
채널별 확보할 수 있는 고객 정보 (표=LG 경제연구원)
채널별 확보할 수 있는 고객 정보 (표=LG 경제연구원)
사물인터넷이 기업 경영 전반에 접목되는 것은 마케팅 부문 만이 아니다. 생산된 제품이 어떻게 유통되는 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대응할 수 있고, 생산설비 자체에 센서를 달아 고장으로 인한 생산 중단 사태를 예방한다. 제품 판매량을 더 짧은 주기로 파악해 생산, 유통 과정 전반을 신속하게 조정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고객의 반응을 확보해 기존 제품과 서비스의 개선 작업에도 반영하는 등 기업 전체가 더 유연하고 빨라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이처럼 IoT가 기업 경영에 폭넓게 활용되는 배경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다. 무엇보다 IoT 관련 기술과 장비 가격이 빠르게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사물 인터넷의 핵심 요소인 센서의 경우 더 많은 영역을, 더 정확하고, 더 적은 에너지로 센싱할 수 있는 방향으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센서 가격도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에 의하면 10년 전 개당 평균 1.3달러에서 현재 0.6달러로 절반 수준까지 저렴해졌다.

센서가 확보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네트워크도 진화하고 있다. 와이파이 커버리지가 넓어지고, 1기가비트(Gbps) 당 인터넷 비용이 10년보다 1/40정도로 저렴해졌다. 데이터 처리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것도 IoT를 활발하게 활용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이 되고 있다. 정형, 비정형 형식을 포함한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새로운 인사이트를 발견해내는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고 있고, 주요 솔루션 업체들은 비전문가도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도록 더 쉽고, 직관적인 소프트웨어를 잇달아 내놓고 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알리바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사진=알리바바)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변화가 결국 데이터의 시대, 분석의 시대로 귀결될 것으로 전망한다. 무수한 센서가 쏟아내는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하는 과정과 그 성과를 통해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혁신이 촉발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최근 방한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 역시 이에 동의했다. 그는 "이제 데이터 기술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앞으로 30년간은 데이터를 통해 고객이 더 잘되고 직원들이 더 잘되는 기술 같은 것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