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주요 IT 업체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존 다른 분야의 플랫폼 경쟁과 달리 스마트폰부터 TV, 자동차, 센서 등 더 많은 기기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인데 결국 더 확장된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따라 성패가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난 8일 개발자 대상 행사인 'WWDC 2015'를 통해 전동 창문과 블라인드, 모션 센서와 홈 시큐리티 시스템을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는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를 공개했다. 이를 이용하면 애플의 가정용 사물인터넷 플랫폼인 '홈킷(HomeKit)'을 통해 다양한 가정내 기기를 제어할 수 있다. 가정용 제품을 만드는 업체와 개발자들에게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셈이다.

구글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브릴로'의 구조 (사진=구글)
구글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브릴로'의 구조 (사진=구글)
이에 앞서 불과 며칠 앞서 구글도 사물인터넷 플랫폼 '브릴로(Brillo)'를 공개했다. 지난 달 29일 개발자 행사 '구글 I/O 2015'를 통해 구글은 간소화된 버전의 안드로이드인 브릴로를 발표했다. 이를 이용하면 전구와 토스터 등 인터넷에 연결된 다양한 기기를 스마트폰으로 제어할 수 있다. 브릴로는 3분기에나 개발자 버전이 공개될 예정이어서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냉장고와 감시용 센서 등 스마트홈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물인터넷 플랫폼 경쟁에는 아시아 업체들도 잇달아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개방형 플랫폼인 '아틱(Artik)'을 밀고 있다. 우표 정도 크기의 칩에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통신칩, 센서 등을 통합해 모듈 형태로 내놓았는데,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 저장장치, 보안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해 비용효과적인 시스템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5년 이내에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서 아틱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밖에 중국 업체인 샤오미는 지난 3월 열린 세빗(CeBIT) 전시회에서 스마트홈 솔루션인 ‘미홈(Mi Home)'을 발표하고 이를 지원하는 모듈을 장착한 가전제품을 전용 앱으로 제어하는 기능을 공개했다. 모듈 가격이 개당 2달러로 가격 경쟁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웨이도 ‘애자일IoT(Agile IoT)’ 플랫폼을 발표하고 오픈소스 기반 IoT 운영체제인 '라이트OS(LiteOS)'를 활용한 커넥티드홈, 커넥티드카 중심의 비전을 제시했다.
개방형 IoT 플랫폼 '아틱' 주요 스펙 (사진=아틱 홈페이지)
개방형 IoT 플랫폼 '아틱' 주요 스펙 (사진=아틱 홈페이지)
이러한 플랫폼은 사실 플랫폼의 경쟁력 자체보다 얼마나 많은 기업이 다양한 제품을 통해 이를 지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 있다. 특히 가장 플랫폼 경쟁이 치열한 영역이 거실과 부엌, 침실 등 가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미 이들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삼성전자가 다소 유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특히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IoT 콘퍼런스에서는 프랑스 기업 등이 아틱을 활용한 신발 패드 등을 선보여 확장 가능성이 주목받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0년까지 IoT 기기와 서비스로부터 창출되는 전 세계 시장 규모가 7조 달러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IoT 연결 기기 수는 500억 대에 이를 전망이다. 또다른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IoT 연결 기기 수가 지난해 37억 대를 넘어섰고 2020년에는 250억 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업체별로 연결 기기 규모 전망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에 IoT가 접목돼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주요 업체들이 IoT 플랫폼 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는 것은 앞으로 스마트폰은 물론 TV, 자동차, 전구, 냉장고, 토스터 등 다양한 기기와 솔루션이 IoT로 통합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다른 분야의 플랫폼 경쟁과 달리 개방형 기술을 채택하는 것도 더 많은 제품과 기업을 포용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이미 국내에서도 통신사, 제조업체, 인터넷 기업 등 다양한 IT 업체가 IoT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며 "폭넓은 산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