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재필] 무선 와이파이처럼 전력 공급원과 떨어진 곳에서도 무선 충전이 가능한 '와이파워' 세상이 열리고 있다. 전동칫솔에 사용되는 수준에 머물렀던 무선충전 기술은 스마트폰, 주요 전자기기를 넘어 차량에도 탑재될 만큼 그 영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무선충전'은 오늘날 새롭게 개발된 신기술은 아니다. 이미 100년 전인 1890년경 크로아티아 출신 물리학자 리콜라 테슬라가 무선충전과 관련된 이론을 정립한 바 있다. 하지만 이 기술은 전류가 전자기로 바뀌고 이를 다시 기기에 전송 과정에서 전력손실이 워낙 커 큰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한 필립스 전통칫솔 (이미지=필립스)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한 필립스 전통칫솔 (이미지=필립스)

이후 110년 뒤인 2000년대 초반 일부 벤처회사들이 전력 유도 기술을 선보이기 시작했고, 필립스가 무선충전 방식의 전동칫솔 등을 내놓으면서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칫솔에 직접 선을 연결하는 것이 아닌, 거치대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무선충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무선충전 기술이 다시 각광 받게 된 계기로 삼성전자 '갤럭시S6' 시리즈 출시를 꼽을 수 있다. 기존에는 유선충전기를 가지고 다니면서 선을 연결해야 충전이 가능했던 반면, '갤럭시S6'는 무선충전 전용 패드 위에 올려놓는 것만으로도 충전이 가능하다. 갤럭시S6가 등장하며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프랜차이즈 매장을 중심으로 무선충전 시스템이 빠르게 구축되고 있다.

무선충전 중인 갤럭시S6 엣지 (이미지=삼성전자)
무선충전 중인 갤럭시S6 엣지 (이미지=삼성전자)

PC업계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무선 충전 기능을 탑재한 '노트북PC'를 선보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인텔은 지난 4월 중국 심천에서 열린 개발자 포럼에서 무선충전 테이블이나 충전기에 올려두면 자동으로 충전되는 노트북PC 시제품을 선보였다. 아직 구체적인 출시 계획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공항, 식당, 카페 등에 무선 충전기 설치와 관련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밖에 자동차 업계에서도 '무선충전' 시스템 구축이 확산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먼저 기아자동차는 오는 7월 출시 예정인 K5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한다. 신형 K5의 휴대전화 무선충전기는 별도의 선 연결 없이 센터페시아(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앞부분) 트레이에 올려놓기만 해도 충전돼 운전자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토요타 차량 내부에 무선충전기가 탑재돼 있는 모습 (이미지=엔가젯)
토요타 차량 내부에 무선충전기가 탑재돼 있는 모습 (이미지=엔가젯)

현대차 역시 올해 하반기 시장에 선보일 신형 싼타페에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너럴모터스(GM), 토요타, 피아트·크라이슬러 등이 출시한 일부 차종에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술을 선택 사양으로 포함시켰다. 아우디도 내년에 무선 충전 기술을 탑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Q7을 선보일 예정이다.

무선충전 기능을 탑재한 '전기버스'도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무선충전 전기버스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개발한 것으로, 자기공진형상화 기술을 이용해 주행 또는 정차 중에 무선으로 전력을 공급받아 달릴 수 있도록 개발된 신개념 전기자동차다. 지난 2013년 8월 세계 최초로 경북 구미시에서 상용화됐다.

 

무선충전 전기버스 '올레브' 운행 개념도 (이미지=행복청)
무선충전 전기버스 '올레브' 운행 개념도 (이미지=행복청)

아울러 오는 6월 22일부터는 세종시에서도 무선충전 전기버스(올레브)가 정식운행에 들어간다. 앞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과 세종시는 무선충전 전기버스 운행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앞 지선버스 정류장에 충전시설을 설치했다. 또 무선충전 전기버스 주관사인 '올레브'에서 전기버스 1대를 제공받아 지난 8~10일까지 시범운행과 함께 정식 운행에 필요한 안전검사 및 차량 등록을 완료했다.

세종시는 첨단 친환경 전기버스인 무선충전 전기버스(올레브) 운행을 계기로 대중교통 중심의 친환경 녹색도시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선충전 시스템이 다양한 곳에 구축되고, 많은 사람들의 일상 속으로 깊숙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활용 영역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최재필 기자  jpcho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