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차주경] 동경 번화가. 밤 12시가 되면 이 곳의 구석진 골목에서 심야식당이 문을 연다. 메뉴라고 해 봐야 돼지 된장국 정식 정도지만, 이 곳의 마스터는 손님이 원하는 음식이 있다면 가능한 만들어주는 것이 모토다. 

발 디딜 틈 없이 유명하지는 않지만, 심야식당을 찾는 단골 손님은 은근히 많다. 이어 서로 다른 미래를 바라보는 연인이, 시골에서 동경으로 갓 올라왔지만 현실에 지쳐버린 소녀가, 절망 끝에서 잠시 마주친 희망을 다시 찾으려는 남녀가 심야식당엘 찾아온다. 

심야식당의 마스터는 이들의 사연을 듣고 깊은 숨을 담배 연기와 함께 내뱉는다. 그리고는 이들에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따뜻한 요리 한 그릇을 내놓는다.
심야식당 (사진=배급사 영화사 진진)
심야식당 (사진=배급사 영화사 진진)
이 영화의 원작, 심야식당은 만화와 드라마로 제법 유명세를 탔다. 원작 만화 자체는 간단한 요리와 이에 연관된 짧은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형식이다. 영화는 원작의 특징인 간결함을 잘 살리면서 유머와 소박함까지 엮어 120분을 지루하지 않게 채워낸다.

영화는 크게 세 가지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따로 벌어지는 듯하지만, 사실은 유기적으로 연결됐다. 물론, 원작처럼 이 에피소드들은 인간미와 소박함이 넘치는 이야기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가미된 보너스 요소가 에피소드를 한 데 모아 극을 훌륭하게 마무리짓는다. 

이야기와 음식은 우리의 삶을 만드는 요소다. 심야식당에 모이는 이들과 우리는 다르지 않다. 모두 피곤하고 힘든, 전쟁같은 하루를 보내며 그 가운데 이야기도 탕진하고 허기를 느끼고 마는 게다. 많은 것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저 편안한 분위기와 적당히 맛있는 음식 정도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심야식당은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배를 채우고 이야기를 채우고 위로받으며 살아간다. 이 곳을 찾는 이들의 면면이 그러하고 우리 역시 그러하리라. 그렇기에 이 작은 식당에서의 이야기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거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지막 장면과 함께 음악이 흐르는 것을 듣고 나면 으레 속이 헛헛해질 게다. 여러 가지 의미로. 원작 만화를 본 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고, 모르는 이라도 고즈넉한 분위기에 빠질 수 있을 것이다.

별점 : ★★★ 7.5/10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