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리뷰는 싫다! 여러 사람이 제품을 구입할 때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제품인지 한 번쯤 생각해 본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쉽게 접하는 리뷰들은 대부분 제품의 사양에 포커스를 둔 채 비슷비슷한 사용기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어머! 이건 사야만 해' 코너는 기자가 실제 필요로 했던 기능들을 중점적으로 파헤쳐 같은 용도의 제품을 찾는 이에게 보다 확실한 구매 가이드가 될 수 있도록 했다. <편집자 주>
[IT조선 이상훈] 평범한 내 TV를 스마트TV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실천하는 게 가능할까.
현재 기자가 집에서 사용하고 있는 TV는 3D 기능도, 스마트TV 기능도 지원하지 않는, 오로지 영상 신호를 출력하는 ‘기본기능’만 제공하는 TV다. 얼마 전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 500달러에 올라온 LG전자의 55인치 TV를 직구한 제품이다.
비록 3D 기능이 없지만 어차피 3D 영상을 지원하더라도 콘텐츠 부족으로 사용 빈도는 거의 ‘제로’에 가까웠을 거라 생각한다. 반면 스마트TV 기능이 없는 것은 못내 아쉬웠다. 아직 스마트TV의 활용성에 ‘?’를 붙일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가끔 TV의 큰 화면으로 웹 서핑을 하고 싶고 또 다양한 콘텐츠를 TV를 통해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물론 최신 TV인 만큼 MHL 기능을 지원하고 USB 단자를 통해 동영상과 사진, 음악 파일 등을 재생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기능, 은근히 불편하고 짜증난다. MHL로 스마트폰과 연결해 대화면에 스마트폰 화면을 굳이 띄워 볼 일은 많지 않다. USB를 통한 콘텐츠 재생 역시 지원하지 않는 포맷이 많아 제대로 즐기기에 불가능에 가깝다.
기자의 TV에서는 FLAC, DTS 파일이 재생되지 않고 SRT 형식의 자막을 읽지 못한다. 또 일부 고용량 동영상 파일은 읽지 못할 때가 있어 재생 전 호환성 여부를 체크해야만 한다.
그런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지인이 준 초소형 멀티미디어 플레이어를 연결해 봤지만 역시 재생 불가능한 파일이 있어 스트레스만 커졌다. 집에 있는 2 in 1 태블릿PC를 TV와 HDMI 단자로 연결하니 불편했던 점이 거의 해소됐지만 좁은 TV 랙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다가 아이가 자꾸 떨어뜨려 애꿎은 디스플레이 패널에 흠집만 더해졌다. 과연 일반 TV를 스마트TV로 만들 간단한 방법이 없을까?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한 초소형 윈도 PC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때마침 여러 PC 제조사들이 앞다퉈 초소형 PC를 선보였다. PC 사양이 높아지고 부품들이 작아지면서 크기와 무게를 대폭 줄일 수 있게 된 건데, 기본적으로 애플의 ‘맥미니’ 컨셉의 제품들과 유사하다. 손바닥 만한 PC여서 고사양 작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일반 가정용 데스크톱 PC로 사용할 수도 있고 기자처럼 TV에 연결해 스마트TV로 활용해도 좋다.
미니PC의 사양도 가격에 따라 꽤 차이 난다. 아톰이나 셀러론 CPU를 사용한 제품부터 코어 i7-5세대 브로드웰 제품까지 다양하며, 저장장치도 SSD인 것과 HDD를 사용한 제품도 있다. 미니PC 대부분이 공통사양으로 지원하는 것은 HDMI 단자 지원, 블루투스와 무선랜 지원 등이다. 일부 고사양 미니PC는 4K 동영상 재생도 가능하다.
시중에는 조텍의 ZBOX ID91과 NANO CI320, 기가바이트 BRIX GB-BXBT-2807, MSI Cubi i5-5200U, 인텔 NUC 5i7RYH, ECS LIVA-X 등 실로 다양한 미니PC가 출시됐다. 이 제품들 가운데 조텍 ZBOX ID91과 MSI Cubi i5-5200U, 인텔 NUC 5i7RYH 등은 가격대가 제법 높아 간단히 TV에 연결해 사용하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다른 제품들도 디자인이 네모반듯한 깍두기 형태여서 거실 TV 옆에 두기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가장 PC 같지 않은 PC로 눈에 띄는 제품은 HP의 스트림 미니와 파빌리온 미니다.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형태로 돼 있고 모서리를 라운드 처리해 타사의 각진 PC와 대비된다. 제품 상판과 그 아래의 색상, 재질을 다르게 해 포인트를 둔 것도 인상적이고, 상단 중앙에 HP 로고가 새겨진 것도 마음에 든다.
스트림 미니와 파빌리온 미니는 전체적인 부피와 디자인은 동일하지만 색상과 사양에서 차이가 있다. 파빌리온 미니는 은색이지만 스트림 미니는 푸른색이다. 사양도 파빌리온 미니가 더 높다. 인텔 브로드웰 i3 CPU를 탑재했다. 반면 스트림 미니는 인텔 셀러론 2957U가 탑재됐다. 내장 램도 4GB와 2GB로 차이가 난다. 만약 PC 대용으로 생각한다면 파빌리온 미니가 좀 더 적합하지만 어차피 고사양 그래픽 작업을 하기 적합한 제품은 아니다. 특히 거실에서 멀티미디어 PC로 사용할 거라면 HP 스트림 미니로도 충분하다. 인텔 셀러론 제품이지만 풀HD 해상도의 동영상은 끊김 없이 재생할 수 있고 웹 서핑도 충분하다.
HP 스트림 미니의 장점은 크기가 무척 작은데도 입력단자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영상출력 단자도 HDMI와 디스플레이포트를 각 1개씩 갖췄다. 듀얼 모니터 사용도 가능하다. USB 단자는 앞뒤 각각 2개씩 총 4개나 탑재됐다. 모두 USB 3.0이다.
기자가 장만한 제품은 내부 저장용량이 32GB에 불과한 가장 저렴한 제품이지만 대신 20만 원대 중후반에 구입할 수 있다. 더 저렴한 제품은 거실에 두기 애매한 디자인이니 만족할 수밖에.
PC에 HDMI 케이블로 연결한 후 블루투스 무선 키보드와 페어링하면 준비 완료다. 선을 하나라도 줄이고자 와이파이로 연결했다. 그리고 필요한 동영상 플레이어 프로그램을 설치하면 끝. 기자는 KM플레이어를 설치했다. 여러 블루레이 디스크를 구입해 즐기고 있지만 아무래도 디스크를 넣는 방식은 불편하다. 파일 형태로 변경해 외장 HDD에 저장한 후 스트림 미니에 연결했다. 55인치 TV로 각종 동영상을 즐기기에는 윈도 PC가 최고다. 재생 못하는 파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윈도 환경이니 유튜브 재생도 간편하고 웹 서핑도 편리하다. 윈도 스토어에 앱은 많이 있지만 TV에서 쓸 만한 앱은 그리 많지 않다. 뉴스 앱이 그나마 유용하나 키보드와 마우스가 하나로 합쳐진 스카이디지털의 블루투스 키보드 X11를 사용하면 빠르게 익스플로러로 들어가 즐겨 방문하는 웹 페이지로 접속할 수 있어 좋다.
HP 스트림 미니는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좋아하는 PC다. 매우 작고 예쁘다. 4개의 USB 3.0 단자 외에도 측면에 SD카드 슬롯까지 갖췄다. 돈을 더 지불하면 HDD가 들어가는 제품을 고를 수 있지만 거실에서 웹 서핑하고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정도로 쓰기에는 20만 원대 제품이 제격이다. 여기에 나스(NAS)나 외장 HDD를 물리면 용량도 그리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