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박상훈] 지난해 정부가 집행한 연구개발(R&D) 예산이 총 17조6000억 원 규모였던 것으로 집계됐다. 중소기업과 기초연구에 대한 투자가 꾸준히 늘고 있지만, 수도권 집중 현상이 여전하고 대기업에 대한 지원도 상당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조사·분석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지난해에 33개 부·처·청·위원회가 집행한 정부 R&D는 605개 사업, 5만 3493개 과제로 전년 대비 4.3% 늘어난 17조 6395억 원이었다. 미래부가 6조 원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산업부(3.2조 원), 방사청(2.3조 원), 교육부(1.6조 원), 중기청(0.9조 원) 순이었다. 애초 예산은 17조 7793억 원이었지만 1398억 원이 미집행됐다고 미래부는 설명했다.

2010-2014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액과 세부과제 수 추이 (표=미래부)
2010-2014 국가연구개발사업 투자액과 세부과제 수 추이 (표=미래부)

세부 내용을 보면 기초연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액 순으로 보면 개발연구가 5.1조 원으로 기초연구 4.5조 원보다 더 많았지만, 전체 예산 중 기초연구 비중은 2010년 29.2%, 2012년 33.8%, 2014년 36.3%로 계속 증가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공분야가 산업 분야의 2배 수준인 것도 눈에 띈다. 2010년 이후 국민편익증진기술개발 등 신규사업이 시작됐고 줄기세포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기술 분야별로 보면 ICT 융합과 미래성장동력 확충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됐다. 미래성장동력 확충이 4.3조 원으로 전체의 26.6%를 차지했고, ICT 융합 신산업 창출 분야(2.5조 원, 15.4%), 건강장수시대 구현(1.8조 원, 7.2%), 깨끗하고 편리한 환경 조성(0.8조 원, 4.9%) 순이었다. 과학기술표준분류 기준으로 보면 기계(2.4조 원, 14.6%), 정보/통신(1.8조 원, 10.9%), 전기/전자(1.7조 원, 10.4%), 보건의료(1.3조 원, 8.0%) 순이었다.

여성 연구책임자의 증가세도 두드러졌다. 세부 과제를 수행한 연구책임자는 총 3만 2881 명으로 이 중 남성이 2만 8564 명, 여성이 4317 명으로 여전히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러나 여성 연구책임자 비율은 2010년 10.4%에서 지난해 13.1%로 3%p 가량 늘어났다. 성별 간 연구비 격차도 줄고 있는데, 특히 40세 이하 연구책임자인 '신진 연구자'를 보면 2010년 2배 수준에서 지난해 남성 1.58억, 여성 1.17억으로 1.35배 수준까지 떨어졌다.
2010-2014 연구수행 주체별 투자 추이 (표=미래부)
2010-2014 연구수행 주체별 투자 추이 (표=미래부)
반면 대기업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막대한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의 R&D 투자 중 대기업이 수행한 것은 6923억 원이었다. 전년 8608억 원에서 1500억 원가량 줄었다고 하지만 중견기업(5437억 원)보다 오히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그룹의 사내 유보금만 500조 원이 넘어선 상황에서 정부가 수천억을 지원한 것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R&D에 대한 투자는 2조 41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000억 원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수도권에 대한 R&D 예산 쏠림도 매우 더디게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국가 R&D 예산이 수도권에 편중됐다는 지적이 계속됐고, 2011년 이후 매년 비중이 줄어 지난해 40.2%(6.8조 원)를 기록했지만 여전히 2010년 수준(40.4%)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에 대한 예산 배분 비중을 봐도 2011년 28.8%로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점차 늘고 있지만, 지난해 29.5%로 3년간 단 0.7%p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부는 이번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부처와 연구현장 의견을 수렴해 오는 10월까지 내년도 계획에 반영할 개선안을 만들기로 했다. 당장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R&D 지원이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8일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기준 16.8%였던 중소·중견기업 대상 국가 R&D 지원 비율을 내년까지 18% 수준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상훈 기자 nanugi@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