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하나금융지주의 숙원이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메가뱅크 탄생이 예고된 상태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앞으로 진행될 통합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이 완료되면 자산규모만 290조 원, 당기순이익 역시 1조2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돼 명실공히 업계 선두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지난 2010년 하나은행이 외환은행을 인수한 이후 약 5년 만에 이뤄낸 쾌거가 아닐 수 없다.

양행의 통합 이슈는 지난 2010년 11월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계약을 체결하면서부터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2년 2월 외환은행 노조와 5년간 독립경영 보장한다는 ‘2.17 합의’로 잠시 답보 상태를 보였지만, 지난 2014년 7월 김정태 회장이 조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하면서부터 또다시 표면 위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당시 외환 노조는 김정태 회장이 연임을 목적으로 조기 통합이라는 초강수를 던진 것이라 비난하며 강력히 반발했고, 통합 논의가 시작된 후 약 1년간 양측의 고소고발이 난무하는 등 날선 대립각을 지속했다. 이 과정에서 양행의 실적은 바닥을 찍었고 심지어 실적하락의 책임이 서로에게 있다고 떠넘기는 꼴사나운 장면도 수없이 연출했다.

그간의 과정이야 어찌 됐든, 현 단계에서는 양행의 통합을 이끌어냈다는 점만 놓고 평가한다면 김정태 회장의 리더십에는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그러나 앞으로 남은 통합과정에서도 지금과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더 많다.

우선, 김 회장은 심각하게 망가진 양행의 실적을 끌어올려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외환은행의 경우 한때 국내 외환시장을 상징하던 아이콘이었지만, 최근에는 지방은행보다 못한 초라한 실적에 허덕이고 있고, 하나금융 역시 저금리·저마진 기류 속에서 이렇다 할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그간 김정태 회장의 조기 통합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양행의 통합으로 인한 재무적 시너지가 크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라는 데 있다. 최근 에프앤가이드 및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양행의 통합이 리스크 해소에 따른 투자심리 개선 효과는 기대할 수 있지만, 비용 측면에서는 통합과정에서 오히려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통합 이후에도 2년간의 독립경영을 보장한다고 합의한 만큼, 양행의 통합 자체가 앞으로 시너지 보다는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직원들에 대한 경영진의 신뢰도 하락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 중 하나다. 양행 통합의 전권을 부여받았던 김한조 행장은 차기 통합행장으로 거론될 만큼 육중한 존재감을 과시했지만, 1년이 넘도록 노조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직원들의 갈등만 조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병호 하나은행장 역시 김승유 전 회장의 최측근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이끌어갈 적임자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특히 현 김정태 회장이 김승유 전 회장의 그늘에서 벗어나려 노력했던 만큼, 김병호 하나은행장을 통한 양행의 갈등 봉합은 쉽지 않다는 게 현실이다.

조직 내 산적한 문제 해결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바로 고객과의 신뢰를 재구축 하는 것이다. 양행의 대립 과정에서 보여준 모습은 그간 금융소비자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 주기에 충분했다. 실제로 선두권을 노렸던 신용카드 실적은 업계 최하위 수준으로 떨어졌고, 기존 고객의 이탈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서비스 개발과 제휴 확대를 통한 고객 혜택 강화에 소홀한 채, 조기 통합이라는 소모적 논쟁에 몰두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소비자의 신뢰를 잃은 금융기관의 막대한 자산규모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는다. 김정태 회장을 중심으로 출범할 통합 은행이 외형적 규모 확대를 과시하기 보다는 기본으로 돌아가 고객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