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초보자들이 조립PC를 꾸밀 때 어떤 CPU를 쓸 것인지 정한 다음에 결정해야 할 것은 ‘그래픽카드’다. 어떤 용도로 PC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래픽카드의 선택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그래픽카드는 쓸만한 제품들이 최소 10만 원은 넘기 때문에 PC 구매 비용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단 몇 만원이 아쉬운 초보자 입장에서는 신중한 선택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그래픽카드는 더 이상 필수 부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즉 당장에 구입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구매할 수 있다. 즉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부릴 필요가 없고, 부담 없이 좀 더 여유를 갖고 선택할 수 있다.

지난 기사에서 CPU 및 그와 짝을 이루는 메인보드를 고르는 방법을 간단히 설명했다. 이번에는 PC의 사용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는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는 요령을 소개해 보겠다.

 

간단한 업무용, 멀티미디어 감상용이라면 ‘내장그래픽’으로 충분


PC의 핵심 부품인 CPU에 자체적으로 그래픽 처리 및 출력이 가능한 ‘내장그래픽’의 탑재는 PC 시장 전체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이전까지 ‘필수부품’이었던 그래픽카드가 내장그래픽의 보편화로 인해 ‘선택 옵션’으로 바뀌었고, 조립PC의 양상 자체도 크게 바뀌었기 때문이다.

일단 본인의 PC 사용 목적이 인터넷 검색과 영화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감상, 간단한 웹 기반 게임이나 나온지 오래된 캐주얼 온라인 게임이라면 별도의 그래픽카드는 필요 없다. 최신 CPU의 내장그래픽만으로도 해당 작업들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게임'을 제외한 일반적인 용도의 PC라면 CPU의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충분하다.
'게임'을 제외한 일반적인 용도의 PC라면 CPU의 내장 그래픽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래픽카드를 추가하는 것은 단순히 비용 증가뿐만 아니라 소비전력 상승으로도 이어지기 때문에 2중의 손해다. 차라리 그래픽카드를 구입할 비용으로 메모리 및 SSD의 용량을 늘리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가장 많이 쓰는 120~128GB SSD는 영화 한 두편 다운 받으면 금새 가득 차기 때문에 250~256GB 정도의 SSD로 업그레이드하는 게 훨씬 낫다.

내장그래픽을 사용하려면 시스템 메모리도 최소 8GB 정도는 갖춰야 한다. 시스템 메모리를 공유하기 때문에 그만큼 가용 용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같은 용량이라도 4GB인 경우는 2GB 모듈 2개, 8GB인 경우는 4GB 모듈 2개로 구성해 ‘듀얼채널’ 효과를 활성화시키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게임 용도라면 그래픽카드 추가 구입이 ‘필수’


하지만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 게임인 ‘롤(리그 오브 레전드)’이나 ‘피파(피파온라인)’ 등의 게임을 즐기기 위한 PC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내장그래픽으로도 전혀 불가능한 것은 이니지만, 성능의 한계 때문에 오히려 해당 게임을 즐기다가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장 많이 쓰는 모니터 해상도인 풀HD(1080p, 1920x1080)에서 인기 온라인 게임들을 쾌적하게 실행하려면 최소 10만~20만원대의 그래픽카드를 따로 갖춰야 한다.

본격적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제대로된 그래픽카드를 따로 장만해야 한다. 지포스 GTX 960은 20만원대 그래픽카드의 대표주자다. (사진=조텍코리아)
본격적인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라면 제대로된 그래픽카드를 따로 장만해야 한다. 지포스 GTX 960은 20만원대 그래픽카드의 대표주자다. (사진=조텍코리아)
 

그 이후부터는 그래픽카드의 등급과 가격도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풀HD 해상도에서 ‘최고 화질’로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적어도 20만~30만 원대의 그래픽카드는 있어야 하며, 해상도가 QHD(2560X1440)나 UHD(4K, 3840x2160)로 올라가는 경우도 40만원 대 이상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십 만원에 달하는 하이엔드급 그래픽카드는 제대로 쓰려면 하드웨어에 대한 지식도 충분히 있어야 하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또 고급 그래픽카드를 쓰려면 CPU의 성능과 파워서플라이의 출력 용량도 그만큼 높아야 되기 때문에 이래저래 신경 쓸 부분도 늘어난다.

초보자라면 그래픽카드에 20만원 이상 투자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없는 한 비효율적이다. 남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비싸고 좋은 그래픽카드를 쓰는 것은 금물이다. 자칫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장만한 그래픽카드가 막상 쓸모없는, 즉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가 될 위험성이 크니 조심해야 한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