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05년 삼성전자의 밀라노 디자인 전략회의에서 "제품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순간은 평균 0.6초인데 이 짧은 순간에 고객의 발길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가전제품 시장에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가 얼마나 힘든지 단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말이다.


이는 소설에 비유하면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일반적인 플롯으로 결코 현대 독자들의 환심을 사기 어렵다는 의미와도 일맥상통한다. 현대 소설에서는 플롯 해체를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가령 '위기'가 책 서두에 드러나 긴박감을 높이면서 독자들이 책 읽기를 포기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0.6초 안에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핵심기술'이 성공열쇠

가전업계에서도 그와 마찬가지로 '플롯 흔들기-차별화'가 핵심과제로 떠올랐다. 기술이 어느 정도 평준화된 상태에서 '혁신적인 기능'이나 '독창적인 디자인' 등 소비자의 마음을 0.6초 만에 사로잡을 수 있는 '무엇'이 없어서는 경쟁에서 쉽게 우위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이 역량을 집중시킨 프리미엄 제품들은 타사 제품과 단번에 구별되는 요소들을 크게 부각시키고 있다. 

세탁기에도 그런 시도들이 꽤 많이 포착됐다. 1인 가구를 타깃으로 한 동부대우전자의 소형 벽걸이세탁기, 아기옷 세탁을 위한 삼성전자의 아가사랑 세탁기, 그리고 얼마 전 LG전자가 선보인 하나의 바디에 2대의 세탁기를 장착한 트롬 트윈워시까지, 기존에 없던 아이디어들로 무장한 제품들이 꾸준히 출시되면서 경쟁사들과 확연히 구별되는 매력을 뽐내고 있다. 

손잡이 일체형 도어와 상단 조작 버튼을 장착해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하우젠 드럼세탁기(사진=삼성전자)
손잡이 일체형 도어와 상단 조작 버튼을 장착해 굿디자인상을 수상한 삼성전자 하우젠 드럼세탁기(사진=삼성전자)
그 중에서도 삼성전자의 세탁기는 유독 많은 변화를 보여왔다. 아가사랑 세탁기 이후 지난 2006년에는 몸을 굽히지 않고도 세탁물을 쉽게 넣고 꺼낼 수 있도록 전면 전체가 열리는 사각도어를 채택했고 조작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조작 패널을 상단에 마련한 하우젠 드럼세탁기를 선보여 큰 인기를 모았다.
세탁물 투입구를 넓히고 도어가 170도까지 열리는 WW9000 세탁기(사진=삼성전자)
세탁물 투입구를 넓히고 도어가 170도까지 열리는 WW9000 세탁기(사진=삼성전자)
작년에는 곡선으로 이어지는 유려한 디자인을 적용한 세탁기를 내놓았다. WW9000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세탁물 넣고 빼기 편리하도록 도어의 위치를 올리고 세탁물 투입구를 키웠으며, 도어가 170도까지 활짝 열리도록 설계해 사용 편리성을 대폭 개선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기존 세탁기에서 보여줬던 것 이상의 변화를 보여줬다. 10년 이상 세탁기 분야에서 핵심 모멜이었던 드럼세탁기가 아닌 전자동세탁기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물론 이 전자동세탁기는 기존 전자동세탁기와 완전히 구별되는 특장점이 있다. 
전에 없던 혁신을 두른 전자동세탁기, 삼성 '액티브워시'
삼성전자의 세탁기 야심작인 '액티브워시'는 개수대와 빨래판을 결합시킨 세탁조 커버 '빌트인싱크'와 애벌빨래 전용 물 분사 시스템인 '워터젯'이 더해진 전자동 세탁기다. 삼성전자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세탁 전 애벌빨래를 한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 많은 가구가 세탁기를 베란다에 두고 사용하는데 화장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화장실에서 애벌빨래를 하고 그 세탁물을 세탁기로 옮겨 담는 불편한 행위를 반복적으로 해왔던 것이다. 
애벌빨래를 위한 싱크대를 상단에 장착한 세탁기, 액티브워시
애벌빨래를 위한 싱크대를 상단에 장착한 세탁기, 액티브워시

무엇보다 많은 주부들이 소량의 애벌빨래를 쪼그려 앉아 하다 보니 척추와 무릎에 무리가 가는데, 액티브워시 세탁기를 사용하면 서서 애벌빨래를 한 후, 애벌빨래를 마친 세탁물을 바로 세탁기 안에 투입할 수 있어 세탁 환경을 크게 개선시켜 준다. 지금까지는 베란다나 화장실에서 손빨래한 후 물이 가득 찬 바스켓을 들고 세탁기로 이동하면서 물을 흘리거나 허리에 통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았는데 액티브워시를 사용하면 이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연수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과장은 올해 액티브워시 신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액티브워시를 사용해 손빨래와 애벌빨래를 할 경우, 척추 세움근이 받는 부하량이 43% 감소하고 척추 하중이 실려 나타나는 압박력이 31%, 복원력이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세탁력 외에 사용자의 세탁기 사용환경 자체를 개선시킨 점을 강조했다. 

출시 20주 만에 국내판매 10만대 돌파…글로벌 시장 출시로 판매량 급증

한 눈에 보이는 독창적인 시스템과 우수한 세탁력 덕분에 액티브워시는 국내 출시 20주 만에 판매량 10만 대가 넘어섰다. 올해 2월 4일 본격 출시된 이후 국내 전자동세탁기 시장에서 무려 40% 후반대의 높은 시장점유율 올릴 만큼 반응이 폭발적이다. 전자동세탁기 전체 판매량은 작년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소비자들에게 꼭 필요한 기능을 담고 출시된 액티브워시는 출시와 동시에 전자동세탁기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판매량과 점유율을 모두 크게 올리는 겹경사를 만들었다. 

미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액티브워시(사진=아마존 화면 캡처)
미국 시장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액티브워시(사진=아마존 화면 캡처)
한편, 해외 시장에서도 서서히 액티브워시 세탁기에 대한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올해 2월 우리나라에 출시된 이후 액티브워시는 현재까지 북미, 중국, 중남미, 동남아, 서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 전 세계에 출시됐다. 사용해 보니 편리함에 반했다는 해외 사용자들의 긍정적인 평가도 계속 나타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당초 계획했던 액티브워시 200만~300만 대 판매목표는 무난하게 달성할 수 있을 듯하다. 
액티브워시는 신혼부부들의 혼수가전으로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액티브워시는 신혼부부들의 혼수가전으로도 크게 인기를 얻고 있다.(사진=삼성전자)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