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하반기 SSD 시장에 TLC(트리플레벨셀)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제품들의 공습이 예고되면서 SSD 가격 하락의 신호탄이 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TLC SSD는 그동안 안정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 가격 대비 성능, 소위 말하는 ‘가성비’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낸드플래시의 종류는 기록의 최소 단위인 셀(Cell)에 몇 비트(bit)를 저장하는지에 따라 구분된다. 흔히 SLC(싱글레벨셀), MLC(멀티레벨셀), TLC로 불리는 구분은 하나의 셀에 각각 1~3비트씩을 저장함을 의미한다. 저장 효율로는 한 번에 3비트를 저장하는 TLC가 가장 높고, SSD 생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반면, SLC는 하나의 셀에 1비트만 저장함으로써 성능과 안정성이 가장 높지만 가격이 비싸다. 현재 일반 소비자용 SSD 시장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MLC는 SLC와 TLC의 가격 대비 성능을 절충한 방식이라 할 수 있다.

SLC-MLC-TLC 기록 방식 차이.
SLC-MLC-TLC 기록 방식 차이.

가격비교사이트 다나와의 올해 상반기 SSD 판매량 자료에 따르면, TLC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SSD의 점유율은 28%에 그쳤고, 나머지 72%는 모두 MLC SSD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중 출시된 TLC SSD의 종류가 그리 많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28%가 그리 적은 비중은 아닌데, 여기에는 가장 많이 판매된 삼성전자의 ‘850 EVO’ 시리즈가 TLC 낸드플래시를 탑재한 점이 적극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SSD 시장 1위인 삼성전자는 TLC 낸드플래시에 있어서도 선도자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는 일찍이 지난 2012년부터 2차원 평면 방식의 낸드플래시를 수직으로 쌓아 집적도를 올리는 3D V낸드 기술을 적용해왔고, 대용량 SSD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이후 인텔과 마이크론, 도시바, SK하이닉스 등도 TLC 낸드플래시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SSD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에도 TLC의 비중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간 TLC SSD는 끊임없이 안정성 논란에 휘말려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출시한 ‘840 EVO’에서 저장한지 오래된 데이터에 접근 시 속도저하가 발생하는 문제가 이슈가 되면서 긴급 펌웨어 업데이트로 문제 해결에 나선 바 있다. 당시 삼성전자 측은 해당 문제가 소프트웨어로 인한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소비자들은 TLC 낸드플래시의 고질적인 안정성 문제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벗지 못하고 있다.

TLC가 MLC에 비해 성능이나 수명 등에서 불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TLC SSD가 쓰지 못할 물건은 아니다. SSD의 데이터 입출력을 관장하는 컨트롤러의 성능이 최근에는 쿼드코어로까지 향상되면서 TLC SSD의 안정성도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제조사들도 이 점을 들어 일반적인 PC 사용 환경에서는 TLC SSD로 전혀 무리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 소비자들이 TLC SSD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안정성에 대한 심리적 장벽보다는 오히려 ‘가격’에 있다. TLC SSD가 생산 단가 면에서 유리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MLC SSD에 비해 가격적으로 큰 메리트가 없었기 때문. 삼성전자 EVO 시리즈를 제외한 TLC SSD는 비교적 보급형 제품으로 분류됨에도 불구하고, MLC 제품과 1만 원도 채 차이가 나지 않는 가격을 형성해왔다. 기회비용을 따져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슷한 가격을 지불하고 굳이 TLC SSD를 구입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한 것이다.

이에 하반기에는 제조사들이 TLC SSD 가성비 경쟁이 기대된다. 실제로 최근 TLC SSD ‘950X 네오(Neo)’를 출시한 국내 SSD 업체 리뷰안테크는 120GB 모델의 가격을 4만9000원대, 240GB 모델의 가격을 8만9000원대로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각 용량대별로 5만 원대, 9만 원대의 벽을 깬 것. GB당 가격도 372원으로 기존 제품들보다 가격 면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리뷰안 950X 네오(사진= 리뷰안테크)
리뷰안 950X 네오(사진= 리뷰안테크)

한편, 마이크론, 도시바, 샌디스크, OCZ SS 등 글로벌 제조사들의 240~256GB 용량 TLC SSD 가격도 조만간 9만 원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이러한 추세가 이어지면 자연스럽게 한 단계 더 높은 용량의 SSD 수요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는 지금까지는 일반 사용자용 PC 시장에서 120~128GB 용량의 MLC SSD가 가장 많이 판매됐다면, 앞으로는 240~256GB TLC SSD가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성능, 안정성, 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