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진] 단말기유통법이 이통3사의 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예상이 보기 좋게 맞았다. 2분기 이통사 실적을 살펴보니 가입자별월매출(ARPU)은 물론 영업이익 등에서 뚜렷한 호조세를 보였다. 이에 따라 향후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한 통신비 인하 요구가 거세질 전망이다.


보조금 전쟁 사라지며 '마케팅비' 대폭 축소돼

통상 휴대폰을 구입하는 고객은 이통사나 판매점으로부터 보조금을 지급 받는데, 단말기유통법은 보조금 상한액을 법으로 정했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 이전까지만 해도 이통사들은 게릴라성 보조금 지급 경쟁을 통해 가입자 쟁탈전을 벌였는데, 법 시행 후 이같은 모습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법으로 정해진 상한액인 33만원 이상을 지급하다 적발되면 강한 처벌을 받기 때문이다.

단말기유통법은 이통사간 보조금 전쟁을 막음으로써 시장 과열을 미연에 방지하고 있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의 마케팅비 축소를 통한 실적 개선의 여지도 동시에 열어줬다. 이통사들이 기존 고객들에 대한 혜택을 강화하기 20% 요금할인 제도 등을 선보였지만, 2분기 실적만 놓고 보면 회사의 실적 개선에 더 신경을 쓴 모습으로 보인다.

 

이통3사의 분기별 마케팅비 집행 현황. (단위:억원, 자료=이통사)
이통3사의 분기별 마케팅비 집행 현황. (단위:억원, 자료=이통사)

이통3사가 발표한 2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총 7400억 원의 마케팅비를 집행했다. 지난 1분기 8460억 원, 작년동기 8250억 원을 사용했던 것을 고려하면 각각 12.5%, 10.3%나 적은 비용을 썼다.

KT는 2분기 마케팅비로 6742억 원을 집행해 전년동기 8233억 원과 지난 분기 7082억 원보다 각각 18.1%, 4.8% 적게 썼다. LG유플러스도 4757억 원을 마케팅비로 집행해, 전년동기 5297억 원과 지난분기 5038억 원보다 각각 26.6%, 23.9%씩 축소됐다.

마케팅비 축소는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졌다. KT는 전분기 3136억 원보다 17.6% 오른 3688억 원의 성적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고, LG유플러스는 1924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동기 980억 원보다 무려 96.3%나 상승했다.

다만 SK텔레콤의 영업이익은 특별퇴직 비용과 같은 일회성 비용을 반영한 특수한 상황에 따라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보다 24.4% 하락한 4130억 원을 기록했다.


데이터중심 요금제가 오히려 ARPU 상승 이끌어

이통사들의 수익 중 중요한 부분인 ARPU의 경우에도 뚜렷한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통3사는 지난 5월 KT를 시작으로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출시하며 전통적 수익 기반은 음성과 문자메시지의 전면 무료화를 선언했다.

당초 증권업계는 데이터중심 요금제를 출시한 이통3사의 ARPU가 하락할 것으로 점쳤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이통3사의 ARPU 변동 현황. (단위:원, 자료=이통사)
이통3사의 ARPU 변동 현황. (단위:원, 자료=이통사)

SK텔레콤은 2분기 3만 6317원의 ARPU를 기록하며 전분기보다 0.8% 상승했고, KT는 3만 4879원을 찍으며 전분기보다 1.4% 향상됐다. LG유플러스도 3만 6173원의 ARPU를 기록하며 전분기보다 1.2% 높아졌다.

이용환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밴드 데이터 요금제(데이터중심 요금제)와 관련,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ARPU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의 통신료 인하 요구 빗발칠 듯

정부의 단말기유통법 시행이 이통3사의 실적 개선에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주요 시민단체들의 통신료 인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 단체들은 줄곳 이통사의 기본료 폐지를 통한 통신료 인하를 주장해 왔다. 이통사의 주요 실적 및 ARPU가 지속적으로 상승되는 등 실적이 개선되고 있는 만큼, 보편적 서비스인 통신 관련 사용료를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통신요금에 책정된 1만 1000원의 기본료는 통신설비를 설치하는 데 드는 비용"이라며 "통신망 구축이 완료된 만큼 기본료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