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초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는 가운데 올해 상반기 국내 금융기관들이 수수료이익 등의 비이자이익 확대를 통한 생존 돌파구를 모색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둔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한 수수료 경쟁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의 순이자마진(NIM)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이에 반해 비(非)은행·비이자 부문 이익이 크게 개선되면서 열악한 상황에서도 나름 선방하는 모습이다.

이처럼 이자수익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금융권 내부에서도 비이자이익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특히 올해 6월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수수료 조정은 금융권이 자율적으로 할 문제라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나서 각 시중은행들의 수수료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무엇보다도 각 금융기관의 상반기 실적을 살펴보면 수수료 이익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신한금융의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난 1조 284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 6년 연속 상반기에 순이익 1조 원 돌파했다. 신한금융의 순익 증가는 카드·투자·보험·캐피탈 등 주요 계열사의 이익 회복이 주효했는데, 이들 계역의 순이익 비중은 올 상반기 43%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신한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8419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 는 6.1% 감소한 7903억 원의 순익을 내는데 그쳤다. 기준금리 하락에 의한 NIM 감소와 상반기 중 발생한 경남기업, 포스코플랜텍 등 부실기업들에 대한 추가 충당금 4305억 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KB금융 역시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의 7515억 원과 비교 시 25.7% 증가한 9446억 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특히 2분기의 경우 최대계열사인 KB국민은행이 법인세 환급효과 소멸 등으로 2540억 원의 순익을 기록한데 그쳤다.

그러나 기타영업손익은 2분기 인식한 주택도시보증공사 주식 매각익 1382억 원과 안심전환대출 매각익 618억 원으로 인해 상반기 중 228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여 전년 동기 대비 손실규모가 크게 축소됐고, 2분기에는 895억 원의 이익이 발생해 1123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던 전분기 대비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금융지주는 지난해 동기 6104억 원 대비 22.7% 증가한 7488억 원의 반기 순익을 기록했다. 특히 포스코플랜텍의 워크아웃 대손충당금이 전년 보다 560억 원 증가한 속에서도 신탁보수 등 수수료이익 9716억 원과 매매평가이익 5889억 원을 기록해 전체 실적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냈다.

NH농협금융지주는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5250억 원 대비 16.8% 감소한 437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농협금융 역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에 따른 염가매수차익이 3655억 원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전년 대비 상반기 순익이익이 174% 증가했다.

올 상반기 주요 금융권에서는 이자이익을 확대하기 보다는 다양한 수수료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 뚜렷했다. 문제는 계좌이동제 시행이 임박한 현 상황에서 지금과 같은 단기적인 이익 확대를 노린 수수료 수익 확대 정책을 고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일례로, 최근 우리은행, 신한은행, KB국민은행 등은 오는 10월 시행되는 계좌이동제를 겨냥한 수수료절감 상품을 대거 선보이고, 기존 고객 사수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이들 상품의 경우 수수료 절감 뿐 아니라 추가금리 등의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올 하반기 상품 판매에 흥행한다 해도 각 은행의 수수료 이익이 감소하는 현상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저금리 시대가 지속되면서 올해 상반기 순이자마진은 감소하고 수수료이익 비중이 커지고 있는 추세”라며 “하반기 계좌이동제가 본격화 되면 각종 수수료 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예상돼 수수료 이익 역시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