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10은 마이크로소프트(MS)는 물론 업계, 사용자 입장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컴퓨터에서부터 모바일, 사물인터넷(IoT)에 이르는 ‘하나의 플랫폼’을 표방하는 윈도 10은 포스트 PC 시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전망이다. 윈도 10 정식 출시를 전후해 윈도 10이 관련 생태계에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중요한 변화와 극복해야 할 한계, 앞으로의 향방을 조망한다. <편집자주>

 

[IT조선 최용석] 지난 7월 말 전격 출시된 윈도 10은 침체 분위기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PC업계에 모처럼 숨통을 터줄 만한 대형 이슈로 등장했다. 단순히 운영체제의 ‘버전업’ 뿐만 아니라 정책적 혹은 전략적으로도 기존의 PC업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이슈를 품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윈도 8/8.1에서 소홀했던 PC 하드웨어(HW)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다시금 강화된 것이 눈에 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IT업계의 주역으로 떠오르기 전까지 PC업계를 이끌던 것은 강력한 잠재력을 지닌 최신 하드웨어와 그와 짝을 이루는 최신 윈도 운영체제와의 결합이었다.

그 둘의 결합이 시너지효과를 일으키면서 오늘날의 IT산업이 있게 한 기틀을 다져왔다. 이를 감안하면 하드웨어 친화적으로 돌아온 윈도 10의 등장은 향후 PC 관련 산업 전반에 새로운 전환의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반적인 데스크톱 및 노트북 환경을 기준으로 전통적인 스타일로 회귀한 윈도10은 주변기기를 중심으로 기존의 하드웨어에 좀 더 최적화되어 있다.
일반적인 데스크톱 및 노트북 환경을 기준으로 전통적인 스타일로 회귀한 윈도10은 주변기기를 중심으로 기존의 하드웨어에 좀 더 최적화되어 있다.
기존 윈도 8/8.1이 성공을 거두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무리하게 시도된 ‘모바일과의 융합’을 들 수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터치’ 인터페이스가 그 예다. 30여년 가까이 잘 써오던 키보드와 마우스 대신 PC와는 어울리지 않은 터치 인터페이스를 적용하면서 이도 저도 아닌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가장 큰 불만을 샀던 ‘시작버튼'의 제거와 타일형식의 ‘스타일 UI’도 터치 인터페이스를 강조하기 위한 방편 중 하나였다.

물론 터치 인터페이스의 도입으로 ‘2-in-1’ 및 ‘윈도 태블릿’이라는 분야가 재조명 받기도 했다. 그러나 무리한 통합은 기존의 소비자들이 오히려 쓰기 불편해진 윈도 대신 쓰기 편한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더욱 쏠리게 만드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게다가 쇠퇴할 것으로 전망됐던 키보드와 마우스 등 입력장치 시장은 ‘게임’이라는 콘텐츠를 만나면서 더욱 활성화됐다. 윈도 10이 일반 PC 환경을 기준으로 마우스/키보드 친화 인터페이스로 돌아온 것은 기존 사용자들의 불편함을 해소했을 뿐만 아니라 여전히 건재한 기존 입력장치 시장까지 배려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핵심 요소인 최신 API ‘다이렉트X 12(DirectX 12)’ 역시 윈도 10이 하드웨어 친화적 운영체제로 돌아왔음을 보여주는 징표다.

윈도 8/8.1은 기존 윈도 7에서 큰 변화 없는 다이렉트X 11을 사용하면서 하드웨어 지원과 관련된 큰 이슈는 거의 없다시피 했다. 업데이트를 통해 2D 가속 및 3D비전 등에 대한 지원이 추가되긴 했지만 일반적인 사용자, 특히 게이머들에게는 거의 의미가 없었다. 즉 PC시장에서 고정적인 수요를 창출해왔던 게이머 입장에서는 기존의 윈도 7을 버리고 윈도 8/8.1로 갈아 탈 이유가 없었다.

다이렉트X 12의 존재는 윈도10이 그만큼 하드웨어 친화적 운영체제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다이렉트X 12의 존재는 윈도10이 그만큼 하드웨어 친화적 운영체제임을 보여주는 증거다.
반면 윈도 10과 함께 등장한 다이렉트X 12는 경우에 따라 최신 PC 하드웨어의 성능을 120%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함으로써 일찌감치 PC 하드웨어 업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이렉트X 12의 대표적인 특징으로는 윈도 8/8.1에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던 CPU의 멀티코어 처리능력(멀티쓰레드)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CPU의 1~2개 코어에만 집중되던 연산처리를 남은 코어로 더욱 효율적으로 분산 처리함으로써 PC 성능의 전반적인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특히 일부 전문적인 애플리케이션 외에는 큰 장점이 없었던 쿼드코어 이상의 고성능 CPU가 제 몫을 다할 수 있게 됐다. 쿼드코어 이후 뚜렷하게 발전이 없던 개인용 프로세서 시장에 다시금 멀티코어 바람이 불게 될 가능성도 크다.


CPU 뿐만 아니라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프로세서)를 활용하는 기능도 크게 향상됐다. 다이렉트X 12를 지원하는 애플리케이션이 GPU에 하드웨어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내장그래픽은 물론 외장그래픽카드의 성능을 적어도 10% 이상 더 효율적으로 끌어낼 수 있게 됐다.

게다가 이종(異種) GPU 가속을 지원하는 ‘비동기식 멀티 GPU’ 환경을 지원해 PC에 탑재된 모든 그래픽카드를 그래픽 연산 가속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즉 외장 그래픽카드를 사용할 때 잉여 자원으로 전락하던 내장그래픽을 그래픽 가속에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추가 비용없이 3D 그래픽 성능(특히 게임)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윈도 10에서는 향후 PC 업계의 핵심 사업으로 기대되는 게임과 AR(증강현실), VR(가상현실) 등의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기대되고 있다. 물론 ‘키넥트’로 대표되는 모션컨트롤러를 비롯해 다양한 종류의 환경 인식 장치 지원은 필수다. 모바일과의 융합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기존 및 PC기반 새로운 하드웨어 지원이 형식적이었던 윈도 8/8.1과는 확실히 다른 행보다.

기존 PC 시장이 20여 년에 걸쳐 급성장을 거둬왔던 배경에는 운영체제(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공고한 결합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업계에서 ‘윈텔(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인텔 프로세서)’이란 말이 공공연하게 사용됐을 정도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결합은 최고의 시너지를 발휘했다.

PC 업계가 윈도10에 다시금 주목하는 이유도 왕년의 ‘윈텔’ 결합이 다시금 부활할 가능성이 조금씩 엿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운영체제의 도움없이 독주하던 하드웨어 업계에 든든한 운영체제의 지원이 더해지면 이전만큼은 아니어도 침체된 PC 시장 전반에 타개책을 가져다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윈도 10은 이제 막 출시됐고, ‘최적화’라는 산도 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실제로 여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윈도 10의 하드웨어 최적화 문제가 여기저기서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기존 윈도 8/8.1 대비 하드웨어 친화적 운영체제로 돌아온 윈도 10은 침체된 PC 시장에 무언가 반전의 계기를 가져다 줄 것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