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기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 진출을 노리는 관련업계의 준비 작업이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ICT 업계에게 불리하게 작용하는 은산분리법 등으로 인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11일 금융권 및 ICT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위해 금융회사와 IT업체의 컨소시엄 구성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금융사 중에서는 한국투자금융지주, 미래에셋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키움증권, 교보생명, 신한은행, 우리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 중이다. 또한 ICT 기업 중에는 다음카카오, 인터파크, KG이니시스, KT, SK플래닛, 다날 등이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한 컨소시엄 구성에 적극 참여의사를 밝힌 상태다.

금융·ICT업계, 컨소시엄 구성 본격화

현재 관련업계에서는 앞으로 설립될 인터넷전문은행이 이종 산업간 지분 융합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증권회사가 최대 주주가 되고 ICT 기업과 시중은행이 소액 지분을 확보하는 형태의 컨소시엄이 시범사업자 후보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곳은 다음카카오와 한국투자금융지주의 컨소시엄이다. 다음카카오는 한국투자금융지주와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 사업권 획득에 나설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 둘의 컨소시엄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50%, 다음카카오가 10%의 지분을 보유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나머지 지분 30%에는 ICT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고 시중은행은 10%의 지분을 투자하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인터파크 역시 컨소시엄 구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터파크는 인터파크쇼핑 대표를 역임한 바 있는 현 아이마켓코리아 대표를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하고 사업을 추진 중으로, 향후 인터넷전문은행을 주도적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이유로 현재 인터파크는 다수의 사업자가 소수 지분 형태로 참여하는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 중으로, 사업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KT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 사업자 경쟁 참여를 공식 선언하고, 컨소시엄 구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재 KT는 김인회 전무를 부문장으로 하는 ‘금융컨버전스 TF’를 구성하고, 자회사 BC카드의 전경혜 영업부분 전무를 영입했다. 당초 KT의 경우 BC카드를 전면에 내세우고 KT가 지원사격에 나서는 형태의 컨소시엄 구성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금융위가 대기업 계열의 금융사 역시 산업자본으로 분류한다는 기본 방침을 내놓음으로 인해 가장 유력한 후보군에서 한발 멀어진 형국이다.

또 다른 유력 후보 중 한 곳인 NHN엔터테인먼트는 현 사태를 관망하는 모습이다. 당초 NHN엔터테인먼트는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 경쟁에 적극 뛰어들겠다는 입장이었지만, 경쟁사인 다음카카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는 데 반해 여전히 구체적인 입장 발표 없이 미온적 태도를 일관하고 있다.

실제, 안현식 NHN엔터테인먼트 CFO는 지난 6일 진행된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참여를 긍정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준비가 진행되면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것”이라고 밝혀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러나 다른 내부 채널을 통해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어, 사업 참여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상반된 의견을 밝히는 등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초기 리스크 부담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 사업자 선정에 앞서 금융권과 ICT업계가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여전히 성공에 대한 확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금융권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운영을 통한 추가 수익을 기대하기가 어렵고, 반대로 산업자본의 경우에는 지분구조에 대한 제약이 커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 인터넷전문은행 시범인가 사업자가 시장에서 성공할 경우, 관련 규제가 더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활성화될 경우 산업자본에 대한 지분확대 요구가 반영될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정책이 선순환 고리를 타게 될 경우 2호, 3호 사업자가 더 쉽고 빠르게 등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무엇보다도 올 하반기 국내 금융산업 전체적으로는 하강 국면에서 탈피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나금융연구소는 10일 ‘하반기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하반기 계좌이동제 시행, 외국환업무 규제 완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에 따라 은행영업이 더 험난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시중은행의 수익성 악화는 각 은행 간 경쟁심화를 촉발하고, 결국 시장 형성 초창기인 인터넷전문은행 역시 이 같은 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현 금융권이 모바일 금융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어, 앞으로 설립될 인터넷전문은행이 자신만의 독자적인 서비스 경쟁력을 확보하기도 쉽지 않다. 성공이 확실치 않고 각종 규제 역시 가장 심한 현 시점에서 높은 리스크를 지고 시장에 뛰어들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SK C&C와 LG CNS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시장 경쟁에 참여하기보다는 관련 인프라 구축 사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KB국민은행 역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과정에 대해 예의주시하면서도 직접적인 경쟁 참여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해외에서도 인터넷전문은행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 시장에서 정착한 대표적인 금융 서비스”라며 “선진국과 달리 핀테크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 지나치게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서두르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범 사업자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경우 시장을 선점할 수 있지만, 실패할 경우 받게 될 리스크 역시 상당히 크다”며 “결국 인터넷전문은행 시범 사업자가 어떤 서비스 차별화 요소를 금융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느냐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