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신 기술 선점을 위한 국내외 국가간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5G 표준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IT조선은 현행 LTE보다 최대 1000배 빠른 5G가 만드는 세상의 모습과 주요 이슈를 분석해 본다. <편집자주>

[IT조선 이진] 5G 세상이 서서히 다가오면서, 이통사들의 속도 경쟁이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이통3사가 신기술 ‘멀티패스’를 개발하며 통신속도를 최고 1.17Gbps로 높이며 5G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이통사가 미래 통신시장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새로운 통신 방식의 상용화가 시장에서의 주도권 변화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통3사, 1Gbps 속도의 통신망 상용화

4세대 통신방식인 LTE를 서비스 중인 이통3사는 5G 경쟁에 앞서 최근 LTE와 와이파이를 묶는 '멀티패스' 기술을 도입해 속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KT(기가 LTE)와 SK텔레콤(밴드 LTE 와이파이)은 지난 6월 중순, LG유플러스(기가 멀티패스)는 7월초 각기 다른 이름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SK텔레콤 직원들이 밴드 LTE 와이파이의 속도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 직원들이 밴드 LTE 와이파이의 속도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멀티패스는 3개의 주파수 대역을 묶는 3밴드 LTE-A와 무선 통신방식인 와이파이를 묶어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를 높이는 기술이다. 이론상 최고 속도는 1.17Gbps로, 종전 LTE의 15배, 3밴드 LTE-A의 4배에 달한다. 멀티패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품은 삼성전자가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등 2개 모델에 불과하지만, 향후 단말기 종류가 크게 확대될 예정이다.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 향상은 고객의 스마트폰 이용 환경을 무궁무진하게 변화시킨다. 지난 2011년 LTE가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내려받는 속도의 향상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예측이 어려웠지만, 4년이 지난 지금의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고화질 영상을 즐기는 이들로 변화됐다. LG유플러스는 '영상보기'에 특화된 요금제를 내놓는 등 3G 시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화됐다.

이통사 관계자는 "각종 통계자료에서도 확인할 수 있지만, LTE 상용화가 데이터 트래픽 폭증을 가져왔다"며 "고객이 원하는 비디오 등 동영상 콘텐츠의 증가가 데이터 트래픽 상승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통신 방식이 통신 시장의 '주도권'에 영향줘

1Gbps를 돌파한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는 향후 5G 상용화를 통해 종전 LTE보다 최대 1000배 빠른 속도를 낼 예정이다. 예를 들어 4GB 용량의 파일을 내려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LTE에서 최소 2분 26초 정도 걸리는데, 5G에서는 단 1초밖에 걸리지 않는다. 클릭 한 번으로 영화 한 편을 그 자리에서 뚝딱 내려받게 되는 셈이다.

이통사가 '빠른' 속도를 먼저 상용화하기 위해 경쟁하는 데는 새로운 통신방식이 통신 시장에서의 주도권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과거 3G와 4G 상용화의 역사를 보면 이해가 쉽다. 

3G 전국망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KT(당시 KTF)의 '쇼' 광고 모습. (이미지=유튜브 영상 캡처)
3G 전국망 서비스를 가장 먼저 상용화한 KT(당시 KTF)의 '쇼' 광고 모습. (이미지=유튜브 영상 캡처)

광대역코드분할다중접속(WCDMA)으로 불리는 3G는 KT(당시 KTF)가 가장 앞서갔다. KT는 2G에서 만년 2위의 설움을 겪었지만 지난 2006년 처음으로 3G 전국망을 구축, 약 1년여의 기간 동안 3G 1위 자리를 이어갔다.

특히 KT는 당시 론칭한 '쇼(SHOW)' 브랜드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TV 광고에서 '쇼곱하기 쇼는 쇼'라는 유행어를 만드는 등 시장을 주도하는 사업자로서의 진면목을 보여주기도 했다. 2G 통신에 집중하고 있던 1위 SK텔레콤은 KT의 공세에 긴장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3G 중심으로 전략을 완전히 수정했다.

4G 통신인 LTE 상용화도 통신 시장에 큰 변화를 줬다. 2011년 상용화된 LTE는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에 큰 기회를 안겨줬다. 3G에서 큰 힘을 발휘한 KT가 2G 서비스 종료 문제로 골머리를 앓으며 4G 경쟁에서 제외된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LTE를 먼저 시작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TE 상용화 당시 직접 현장을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LG유플러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LTE 상용화 당시 직접 현장을 찾아가 직원들을 격려했다. (사진=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이 진두지휘한 LG유플러스는 LTE 서비스의 핵심인 '비디오' 특화 상품을 내놓으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과거 LG유플러스는 만년 꼴찌라는 타이틀이 뒤따라 다녔지만, LTE 서비스의 빠른 상용화로 고객 확보에 성공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전체 이통시장에서의 LG유플러스 가입자 비율은 2010년 17.77%에서 지난해 19.69%로 대폭 높아졌다.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지던 20% 진입이 목전에 온 것이다.

경쟁사들의 거센 도전이 있지만, 이통시장에서 부동의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SK텔레콤은 고객 수성에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SK텔레콤은 국내 이통사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네트워크 관련 기술력이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를 바탕으로 경쟁사들의 5G 상용화를 통한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꾸준히 이어갈 계획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5G가 이통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들이 원하는 콘텐츠와 빠른 통신 속도를 바탕으로 주도권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KT는 오는 2018년 강원도 평창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5G 시범서비스를 진행하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도 같은 기간 5G 시범서비스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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