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신 기술 선점을 위한 국가간 주도권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미국이 가장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유럽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며 5G 표준 경쟁에 본격 뛰어들었다. IT조선은 현행 LTE보다 최대 1000배 빠른 5G가 만드는 세상의 모습과 주요 이슈를 분석해 본다.<편집자주>

[IT조선 이진] 지난 2011년 4세대 통신인 LTE가 전국망으로 구축된 지도 벌써 4년이 다 됐다. 통신장비 업체들이 큰 수익을 올리는 때는 응당 대량 납품이 진행될 때인데, 5G 상용화를 위해서는 대대적인 통신망 구축 사업이 필요하므로 국내외 통신장비 업체의 관심이 극대화되고 있다. 5G는 통신장비 업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예정이다.


통신3사와 통신장비 업체, 5G 표준화 위해 '합종연횡'

우리나라는 그 어느 국가보다 발 빠르게 새로운 통신 방식을 상업화해오고 있다. 세계에서 톱 클래스에 랭크되는 기술력을 보유했을 뿐 아니라, 전국망 구축도 1위를 달리고 있다. 통신 3사가 유수의 통신 관련 어워드에서 수상을 하는 것도 이 같은 노력의 결과다.

통신3사는 현행 LTE보다 최대 1000배 빠른 5G 통신방식 역시 세계에서 가장 빨리 상용화시키기 위해 벌써부터 팔을 걷어붙였다. 누구 하나 예외랄 것 없이 국내에 '5G 연구소'를 설치하고, 아직 표준방식이 결정되지 않은 5G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통신3사는 자사뿐만 아니라 해외 네트워크 장비업체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표준화 경쟁에 나서고 있다.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업체는 외산 업체와 합종연횡을 진행하고 있으며, 통신장비 업체들 역시 통신사들과의 협력을 공고히 함으로써 표준 경쟁의 선두에 이름을 올리기 위한 경쟁에 돌입했다.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8월 7월 오픈한 'KT 5G R&D' 센터 개막식에 참석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KT)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8월 7월 오픈한 'KT 5G R&D' 센터 개막식에 참석해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KT)

KT는 우면동 연구소에 '5G R&D 센터'를 두고 삼성전자, 노키아, 알카텔루슨트 등과 5G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SK텔레콤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노키아솔루션에 '5G R&D 센터'를 오픈했으며, LG유플러스는 'LG유플러스-노키아 차세대 기술개발센터'를 열고 5G 핵심 기술인 대용량 데이터 전송과 클라우드 가상화 기지국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통신장비 업체들이 통신사와의 협력을 위해 물밑 접촉을 추진 중이다. 현재 국내에서 활동중인 통신장비 업체로는 국산 기업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에릭슨LG, ZTE, 노키아네트웍스, 화웨이, 모토로라솔루션, 알카텔루슨트 등 기업이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국내 통신3사 중 누가 5G 표준을 주도하느냐가 시장 주도권을 판가름할 수 있다"며 "통신사들이 주요 통신장비 업체와 손잡고 연구를 추진함으로써, 우리나라의 통신 시장 위상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신장비 업체 "5G는 새로운 기회"

이같은 업계 움직임은 5G망 구축이 종전 LTE 통신망 업그레이드를 통한 수익보다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통신3사는 지난 2011년 최대 75Mbps 속도의 LTE를 상용화한 후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해 왔다. 망 업그레이드의 대표적인 것으로 2개 이상의 주파수를 묶어 쓰는 LTE CA와 3밴드 LTE-A 등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수량의 통신장비가 납품됐다.

SK텔레콤이 지난 6월 오픈한 5G R&D 센터에서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SKT 연구센터는 노키아솔루션코리아 내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SK텔레콤이 지난 6월 오픈한 5G R&D 센터에서 직원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SKT 연구센터는 노키아솔루션코리아 내에 위치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통신3사가 매년 투자하는 설비투자(CAPEX)비를 살펴보면, 업체당 매년 수조 원에 달하는 비용을 통신장비 업그레이드용으로 투입한다. 통신장비 업체들의 국내 매출이 통신사의 CAPEX 규모에 따라 변동되는 셈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일반적인 LTE 망의 고도화를 할 때와 5G 전국망 구축을 비교하면 5G의 CAPEX 비용이 망 고도화보다 더 많이 소요된다. 3G에서 LTE로 전환했을 당시의 투자비에서 알 수 있듯, LTE에서 5G로 전환이 될 때 통신장비 업계가 확보할 수 있는 수익이 더 큰 것이다.

2011년 LTE 전국망을 구축한 SK텔레콤의 CAPEX는 2010년 대비 23.4% 늘어난 2조 2770억 원에 달했고, LG유플러스는 1조 1715억 원을 썼다. 통신3사 중 가장 늦은 2012년 LTE 전국망을 구축한 KT의 당해 CAPEX 중 LTE 통신망에 사용된 비용은 1조 50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의 경우, 통신3사의 CAPEX가 지난해보다 하향됐기 때문에 통신장비 업체들의 수익도 동반 하락할 전망이다. 통신3사의 올해 투자액은 지난해보다 5.8% 줄어든 6조 4000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통신장비 업체 관계자는 "LTE 망이 안정화되면서 통신3사의 망관련 투자액이 지속적으로 줄고 업계 수익도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 통신장비 업계가 5G의 상용화만 바라보고 있다"며 "업체들은 5G가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2018년 진행될 5G 시범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벌써부터 협력 관계를 만들며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