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진]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통해 가계통신비 부담을 낮추고 ICT 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제4 이통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부정적 목소리가 강하다. 제4이통 사업자의 생존은 물론, 통신 관련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느냐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미래부, 내달 30일까지 제4이통 주파수 할당 신청받는다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는 2.5GHz(TDD)와 2.6GHz(FDD) 대역 중 제4이통 진출을 희망하는 업체가 주파수를 선택해 입찰할 수 있는 주파수 할당 계획을 발표했다. 입찰은 내달 30일까지 할 수 있으며, 미래부는 허가대상 법인에 대한 심사를 거쳐 대상 법인을 최종 확정할 예정이다.

미래부가 밝힌 제4이통 관련 지원 내용. (자료=미래부)
미래부가 밝힌 제4이통 관련 지원 내용. (자료=미래부)

미래부는 제4이통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단계적 네트워크 구축 허용 ▲향후 5년간 이통3사의 로밍 제공 의무화 ▲상호 접속료 차등 적용 등 관련 정책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신규 사업자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아니냐는 부정적 목소리가 있지만, 제4이통 진출을 희망하는 사업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안도하는 모습이다.

주파수 할당대가는 사업 형태에 따라 2가지로 구분된다. 이동통신 사업에 활용할 경우 '1646억원+실제매출액의 1.6%'가, 휴대인터넷의 경우 '228억원+실제매출액의 2%'로 산정된다.

미래부 관계자는 "제4이통은 현재의 3개 이통사 중심 경쟁 환경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며 "업체간 경쟁이 국민들의 가계통신비를 인하하는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제4이통 후보사업자 살펴보니…

미래부의 신규 기간통신사업자 선정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다양한 컨소시엄이 등장하며 제4이통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제4이통 신청 후보로는 옛 정보통신부 관료 출신인 공종렬 대표가 이끄는 한국모바일인터넷(KMI)와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이끌고 있는 인터넷스페이스타임(IST)이 대표적인 사업자다.

이외에도 우리텔레콤, 코리아와이어리스이노베이션랩(KWI), 퀀텀모바일, 세종텔레콤 등이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인 CJ그룹의 참여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있다. CJ그룹은 최근 미래 CJ헬로비전의 사업과 관련된 부분을 논의하기 위해 '미래전락 TF' 운영에 들어갔는데, 이 조직이 제4이통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미지수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KMI, IST 등이 제4이통 사업을 추진 중이며, CJ그룹의 진입 여부가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주파수 경매 신청이 끝나는 내달 30일 상황이 어떻게 될 지 기대된다"고 말했다.

 

제4이통 출범에 '부정적'이라는 이유 들어보니

그러나 업계에서는 제4이통 출범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수차례 고배를 마신 KMI의 경우처럼, 기업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가진 컨소시엄의 탄생이 어렵고, 경쟁 업계의 통신기술 진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5G 관련 이미지.
5G 관련 이미지.

제4이통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이통3사는 오는 2020년 5G 통신을 상용화한다. 현행 LTE보다 최대 1000배 빠른 5G를 무기로 사물인터넷(IoT) 대중화와 클라우드·빅데이터 기반 신규 서비스 개발 등을 통한 경쟁력 확보에 나설 예정이다.

반면 제4이통은 서비스 개시 5년차가 돼서야 LTE 전국망을 구축하는 등 4G에 기반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뒤처진 기술 방식을 활용해 국민의 통신비를 낮추는 사명을 안게 되는 셈인데, 국민들이 얼마나 제4이통에 가입할 지 미지수다.

또한,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도입된 알뜰폰의 경우, 연내 600만 가입자 돌파가 예상되는 만큼, 알뜰폰과 제4이통의 중복 육성정책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제4이통이 자리를 잡으려면 가격·품질·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고르게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제4이통이 경쟁사에 대응할 수 있는 5G 상용화와 같은 카드를 꺼내들지 않는 한 시장에서 자리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알뜰폰을 대중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4이통이 출범하면 국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통신장비 업계도 부정적 의견이 나오고 있다. 신규 통신사가 출범할 경우 장비를 납품함에 따른 추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포화된 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업체가 과연 나올 수 있겠느냐는 비판적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비업체 관계자는 "우리나라 이통 가입자 수는 국민의 총합보다 많은 포화 상태"라며 "신규 통신방식이라면 모를까, 5G 대중화 시점에 4G를 주무기로 경쟁하는 이통사가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 기자 miff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