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영국의 기술기업다이슨(Dyson)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다이슨 하이제닉 미스트가습기와 다이슨 핫앤쿨냉온풍기 국내 출시를 알렸다. ‘다이슨하면 진공청소기 전문기업 이미지가 강한데, 다이슨은 이날 자사의 날개 없는 선풍기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을 응용한 신제품 2종을 선보이며 한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번 다이슨의 신제품은 매우 독특하다. 우선, ‘다이슨 하이제닉 미스트의 경우 자체 개발한 자외선 세정기술을 적용해 물속 박테리아를 99.9% 없애주며,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을 통해 살균된 수증기를 방 안 전체에 고르게 전달해 준다. 다른 가습기들은 수분이 기기 주변에 머무르는데 이 제품은 에어 멀티플라이어 기술을 사용해 미세한 수분을 공기에 실어 방 전체에 널리 퍼뜨려 준다. 세척도 간편하고 소음도 크게 줄인데다 정밀하게 방 안 습도를 측정해 최적의 실내 습도를 유지해 준다. 여름에는 수분 없이 선풍기(에어 멀티플라이어)로 사용할 수 있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다.

또 다른 신제품인 다이슨 핫앤쿨냉온풍기는 이름 그대로 찬바람뿐 아니라 따뜻한 바람도 재생해 사계절 내내 사용할 수 있다. 요즘 같이 일교차가 큰 때에는 낮에는 선풍기로, 밤에는 온풍기로 사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상당히 효과적인 집중모드분산모드를 통해 냉풍·온풍을 한 곳에 집중시키거나 거의 90도 가까이 넓게 퍼뜨릴 수 있다. 역시 타 제품에서 보기 힘든 활용도를 자랑한다.

이날 다이슨은 하이제닉 미스트와 관련해 275개 이상의 특허를 가지고 있으며, 130개의 특허를 출원 중이라고 밝혔다. 자외선 세정 기술과 관련해서도 5개의 특허에 의해 보호 받는다고 설명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을 국내 가습기 시장에서 다이슨의 하이제닉 미스트는 별도의 살균제를 쓰지 않고 물에 레몬즙을 섞어 돌리기만 하면 간편하게 세척되는 것도 장점으로 와 닿는다.

다이슨은 가습기 기술 개발에 643개의 시제품들이 제작됐으며 총 60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고 밝혔다. 핫앤쿨 냉온풍기도 마찬가지다. 530개 이상의 특허, 특허 출원 중인 기술이 적용됐다. 역시 1086개의 시제품을 거쳐 제품을 완성했고, 제품 개발에 약 550억 원을 투자했다. 기존 기술에 아이디어를 더해 완전히 새롭고 편리한 제품을 개발한 다이슨의 노력, 그리고 세련된 디자인은 칭찬받을 만하다.

그러나 이날 공개된 소비자가격은 비상식적일 정도로 비쌌다. 하이제닉 미스트의 국내 소비자가격은 89 8000원이며 핫앤쿨 냉온풍기는 84 8000원이다. 한마디로 너무 비싸다

기능이 뛰어나 가격이 비싼 것은 비난 받을 이유는 없을 듯하다. 그 제품만의 철학과 아이덴티티에 높은 가격을 매기는 것은 모든 기업의 희망사항이며 명품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차별이다. 다이슨은 비싸도 잘 팔리는 한국 시장의 특성을 이해하고 고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반면 동일한 제품이 타국에서는 훨씬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다.

다이슨 하이제닉 미스트의 미국 소비자가격은 499.99달러다. 현재 환율로 약 60만 원이다. 국내보다 30만 원 가까이 저렴하다. 일본에서는 6 3500(62 8000)에 출시됐으며 국내보다 앞서 출시된 일본의 실구매가격은 50만 원대 초반 수준이다. 이는 국내 소비자가격보다 30~4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똑같은 제품인데도 한국만 유독 비싸다. 10% 정도라면 나라별 정책에 따른 차이로 이해할 수 있지만 30%~40% 비싼 것은 정도가 지나치다. 

다이슨의 가격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다이슨 청소기 때부터 꾸준히 한국 판매가격이 해외보다 월등히 비싸 제품 출시 때마다 언론으로부터 가격에 대한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다이슨 측은 매년 시장마다 가격이 다르다. 다이슨 기기의 가격은 개발 투자비용이나 지역 세금, 관세뿐만 아니라 최종 가격을 결정하는 유통사들의 재량 등 수많은 요인들로 결정된다면서 한국 소비자가격의 당위성을 설명한다.

이렇게 타 국가보다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판매하고 있지만 다이슨 제품은 아름다운 디자인과 간편한 조작법,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국내에서 매년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다이슨은 올해 상반기 청소기 국내 판매량이 작년 동기간 대비 530% 증가했다고 밝혔다. 비싸도 잘 팔리니 굳이 가격을 낮출 필요가 없는 셈이다. 이런 다이슨의 차별 정책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명품가전이란 인식과 함께 주부들 사이에서 워너비가전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타사 제품들과 달리, 다이슨 제품은 기능과 디자인에서 차별된다. 명품이라 부르기에 손색 없어 보인다. 그러나 그것이 소비자의 차별로 이어져선 안 된다. 한국 소비자들도 이런 부당한 차별을 받으면서까지 다이슨 제품을 구입해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