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업의 네트워크 환경에서 가장 큰 이슈로는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과 NFV(네트워크 기능 가상화)로 대변되는 데이터센터 통합 및 가상화를 꼽을 수 있다. 클라우드 컴퓨팅과 사물인터넷(IoT)이 몰고 온 초연결시대를 맞아 진화하고 있는 네트워크 시장의 현주소를 살펴보고, 지능형 네트워크 구현을 위한 선결과제를 점검한다. <편집자주>

 

[IT조선 노동균] 지난 23일 열린 대한민국 통신 130년 기념행사에서 황창규 KT 회장은 지능형 ICT 융합 서비스가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라는 ‘4차 산업혁명론’을 주창했다.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 2차는 전기, 3차는 컴퓨터가 이끌었다면, 4차 산업혁명은 강력한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제조업과 ICT의 융합이 이끌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와 함께 황 회장은 4차 산업혁명론의 선결 조건으로 지능형 기가 인프라 구축을 강조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기가 인프라와 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기가 인프라와 ICT 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능형 네트워크, 모든 산업의 경쟁력으로 급부상

이렇듯 네트워크 고도화는 모든 산업에 걸쳐 중요한 경쟁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찍이 한국이 IT 강국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전 세계적으로 최고 수준의 1인당 평균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 인프라 고도화는 기본적으로 더 빠른 연결과 더 많은 트래픽을 감당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더 이상 기존의 네트워크 디자인으로는 증가하는 트래픽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속적인 네트워크 증설은 투자비용(CAPEX)와 운영비용(OPEX) 차원에서 기하급수적인 부담으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특히 사물인터넷(IoT) 시대의 도래는 전통적인 네트워크 패러다임에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오는 2020년까지 500억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는 커넥티드 디바이스의 폭발적인 증가는 그만큼 많은 네트워크 접점을 필요로 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단순히 접속하는 기기의 수가 증가하는 것뿐만 아니라 응용 서비스도 함께 늘어나게 되면서 각 서비스에 최적화된 네트워크 운용을 위해서는 끊임없이 장비를 추가해야 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그 대안으로 지목되고 있는 지능형 네트워크는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킹)과 NFV(네트워크 기능 가상화)를 핵심 기술로 삼고 있다. SDN과 NFV는 데이터센터의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서버, 스토리지에서 앞서 시도된 가상화 등의 소프트웨어 접목이 자연스럽게 네트워크로 확대된 개념이다. 나아가 다양한 인프라에 소프트웨어 정의 개념은 접목한 SDx 트렌드는 IT 업계의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SDx 개념도(사진= 가트너)
SDx 개념도(사진= 가트너)

 

업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기업 환경에서의 가상화는 물리 계층(L1)과 데이터링크 계층(L2)까지는 어느 정도 구현돼 있지만, IoT로 인해 엔드포인트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되면, 네트워크 계층(L3)의 가상화도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아울러 트래픽 증가에 대응하는 방법론 또한 단순히 스케일 업으로 고가의 장비를 쌓아 올리기보다는 저렴한 장비를 스케일 아웃으로 늘어뜨리는 등의 유연한 운용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네트워크 산업에 부는 변화의 바람

그간 네트워크 시장은 전통적인 클라이언트-서버 애플리케이션에 최적화된 트리 구조와 특정 업체의 독점으로 인한 폐쇄적인 구조를 띠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확산되고 있는 시장 환경의 변화는 기존 네트워크 아키텍처가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고 있다. SDN과 NFV는 최근 수년간 발견되고 있는 트래픽 패턴의 변화, 가상화 기술의 발전, 정체를 일으키는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 네트워크 관리, 벤더 의존성 등과 같은 환경 변화와 시장의 요구, 네트워크 기능들 간의 불협화음 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본격적인 시도인 셈이다.

이처럼 네트워크 시장에 소프트웨어 개념이 확산되면서 당장 하드웨어 시장에도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다. 화이트박스 장비의 확산이 대표적인 사례다. 하드웨어 제조사들은 특정 하드웨어 부품 벤더의 독점에서 탈피하고, 소프트웨어 정의를 통한 비용절감 및 효율성 제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업계도 이 시장에 주목하고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VM웨어, 레드햇, 윈드리버 등은 하드웨어에 상관없이 SDN과 NFV를 활용해 기업들이 네트워크를 최적화함으로써 IoT 환경에서 새롭게 등장할 서비스로의 빠른 전환을 지원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나아가 전체 인프라가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SDDC(소프트웨어 정의 데이터센터) 실현에 한 발씩 다가가고 있다.

그동안 속도와 용량 중심으로 발전해온 네트워크의 패러다임은 이제 각 산업의 IT 융합을 촉진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관점의 지능형 네트워크로 중심축이 이동하고 있다. 가상화와 지능화, 융합화로 요약되는 새로운 네트워크 패러다임은 효과적인 IoT 구현을 위한 중요한 경쟁력으로 부각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SDDC의 궁극적인 목표는 특정 벤더의 종속에서 벗어나 네트워크 주도권을 사용자와 애플리케이션 소유자에게 돌려주고자 하는 것”이라며 “향후 인터넷의 고도화가 진전될수록 네트워크 인프라의 활용 수준과 비즈니스 경쟁력과의 상관관계는 더욱 높아질 것이며, 네트워크 인프라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업의 대응전략 역시 한층 강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