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김남규] 쿠팡이 인터넷 오픈마켓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쿠팡이 탄탄한 유통망과 자금력을 내세워 시장에 안착할 것이란 전망과, 오픈마켓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제로섬 경쟁만 더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이 엇갈리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김범석 쿠팡 대표 (사진=쿠팡)

2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일부 상품에 한해 오픈마켓 시범서비스를 시작했고, 추석 연휴가 끝나는 다음 달 초부터 취급 상품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오픈마켓 서비스 오픈을 위해 지난달 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전자금융업 허가를 취득했고, 전자지급 결제대행 시스템과 결제대금 예치, 선불전자지급 수단을 완비한 상태다.
 
쿠팡의 오픈마켓 진출이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간단하다. 쿠팡이라는 기업이 격동기에 접어든 국내 온라인쇼핑몰 시장에서의 헤게모니 경쟁에서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아직 위법성 논란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쿠팡은 온라인쇼핑몰 중 최초로 당일배송 서비스를 선보여 경쟁사를 바짝 긴장시켰다. 더 나아가 쿠팡의 로켓배송은 국내 온라인쇼핑몰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업계까지 당일 배송 서비스를 내놓게 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해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프닝으로 마무리 됐지만, 쿠팡의 과실이 국정감사에서 집중 논의될 만큼 대·내외적인 시각이 집중된 기업으로 발돋움한 것이다.
 
일단, 쿠팡의 오픈마켓 진출은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는 점에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오픈마켓은 통신판매중개업으로 분류돼 있어 기존 소셜커머스 형태의 통신판매업에 비해 더 다양한 물건을 취급할 수 있다. 때문에 소셜커머스 사업에 비해 같은 인력 규모로 더 많은 매출을 낼 수 있다. 현재 쿠팡은 2200명 수준의 직원 수를 연말까지 28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특히, 쿠팡은 오픈마켓에서 판매되는 품목에 대한 책임을 강화해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꾀한다는 방침이다. 실제 오픈마켓과 같은 통신판매중개업자는 제품 선정과 판매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 그러나 쿠팡은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판매되는 물품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게 현재까지의 입장이다. 
 
이에 반해 쿠팡의 오픈마켓 진출이 업체 간 경쟁을 심화시켜 전체 시장 상황만 악화시킬 것이란 시각도 존재한다. 
 
일례로 지난해 G마켓, 옥션, 11번가 등을 통한 오픈마켓 시장 전체 거래대금은 소셜커머스를 통한 거래 시장의 3배에 달하는 15조 원으로 잠정 집계된다. 이중 G마켓과 옥션이 약 11조 원을 거래해 매출 7339억 원에 562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오픈마켓 진출 10주년을 맞은 11번가는 설립초기부터 7년간 적자를 기록하다가 불과 3년 전부터 손익분기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G마켓과 옥션, 그리고 11번가의 시장을 상당부분 뺏어온다 해도 실제 기대할 수 있는 영업이익이 크지 않다. 게다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오픈마켓 3사의 집중적인 견제 역시 피할 수 없는 문제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쿠팡이 오픈마켓 시장에서 단기간에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못한다면 누적적자 급증 현상에 시달릴 수 있게 된다.

이외에도 쿠팡이 운영하는 기존 소셜커머스 사업과의 충돌 역시 해결해야 할 난제 중 하나다. 최저 가격을 경쟁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특징을 고려할 때, 사실상 기존 소셜커머스 상품과 오픈마켓의 상품이 중복되는 현상을 사전에 방지해야 한다. 오픈마켓의 매출이 증가할 경우 상대적으로 소셜커머스 사업의 수익이 줄게 되고, 동시에 그 반대의 경우도 성립될 수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의 오픈마켓 진출로 인해 국내 온라인쇼핑몰 시장의 마케팅 경쟁은 한층 더 심화될 것”이라며 “각 사업자의 생존 여부를 떠나 생각한다면 고객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현상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