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최근 모니터 시장에서는 전면부 패널을 감싸고 있는 베젤의 두께를 극단적으로 줄인 ‘제로베젤’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어 눈길을 끈다.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짐에 따라 모니터 업계도 가격 경쟁에만 치우치지 않고,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모양새다.

베젤은 모니터를 정면에서 바라봤을 때 실제로 화면이 표시되는 부분 외에 모든 요소를 통칭한다.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과 함께 패널이 물리적으로 끼워지는 틀을 포함해 패널 내에서도 실제로는 빛샘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검게 처리된 부분이 작게나마 있기 마련인데, 이 역시 베젤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화면이 꺼져있을 때 패널 외 테두리 부분을 오프(Off) 베젤, 화면을 켰을 때 오프베젤 안쪽에 생기는 검은 공간을 이너(Inner) 베젤, 오프 베젤과 이너 베젤을 합해 온(On) 베젤이라고 구분한다. 기술적 한계로 패널을 둘러싼 테두리의 두께가 두꺼웠던 과거에는 베젤하면 통상 오프 베젤을 의미했으나, 오프 베젤의 두께가 점점 얇아지고 이너 베젤의 비중이 커지면서 대부분의 기기 제조사들은 이너 베젤의 두께도 명기하는 추세다.

패널 외 테두리 부분을 의미하는 오프 베젤의 모습(사진= 다나와)
패널 외 테두리 부분을 의미하는 오프 베젤의 모습(사진= 다나와)
 
오프 베젤과 이너 베젤을 합한 온 베젤의 모습(사진= 다나와)
오프 베젤과 이너 베젤을 합한 온 베젤의 모습(사진= 다나와)

실상 제로베젤은 모니터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스마트폰, 노트북 등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대부분의 IT 기기들에서 중요한 스펙 중 하나로 꼽힌다. 베젤의 두께가 얇다는 것은 동일한 제품 크기에서 더 큰 화면을 구현할 수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손에 잡히는 그립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제로베젤이 큰 경쟁력으로 부각되고 있다. 노트북 또한 베젤의 두께가 얇아지면, 조금이라도 더 휴대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

모니터의 경우 화면 크기와 제품 크기가 대체로 비례하기 때문에 제로베젤의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덜한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모니터 시장에도 다양한 디자인 차별화 시도가 이뤄지면서 제로베젤 모니터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제로베젤 모니터의 베젤 두께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최근 출시되는 제로베젤 모니터는 이너 베젤과 오프 베젤을 합한 온 베젤이 약 5~7mm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 제로베젤 모니터는 자체적으로 디자인 심미감도 높지만, 두 대 이상의 모니터를 나란히 두고 사용하는 멀티 모니터 환경에서 경계부가 최소화되는 효과를 주기 때문에 활용성이 극대화된다.

국내 모니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꾸준히 베젤 두께를 줄인 모니터를 선보여 왔지만, 최근에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파격적인 시도가 활발하게 펼쳐지는 추세다. 대표적인 예가 알파스캔이다. 알파스캔은 초슬림 내로우 베젤 디자인으로 출시 직후 큰 반향을 일으켰던 ‘AOC 2777’ 시리즈 이후 지속적으로 제로베젤 모니터를 차별화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당시 2777 시리즈는 오프 베젤 2mm, 이너 베젤 4.1mm로 큰 주목을 받았는데, 이후 알파스캔은 후속작인 ‘2477’ 시리즈에서 이너 베젤을 3.5mm로 더 줄이면서 5mm대 온 베젤 모니터를 선보이기에 이르렀다.

알파스캔 AOC 2477 시리즈(사진= 알파스캔)
알파스캔 AOC 2477 시리즈(사진= 알파스캔)

큐닉스 모니터 제조사 경성글로벌코리아도 최근 제로베젤을 표방하는 ‘QHD2730R’을 선보이면서 베젤 두께 줄이기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제품은 이너 베젤이 5.5mm지만, 오프 베젤을 단 1mm로 구현해 QHD 해상도의 모니터 중에서는 단연 눈에 띄는 디자인을 구현했다. 회사 측은 자체 기술로 만든 첫 제로베젤 모니터인 만큼 화면의 몰입감은 물론, 디자인까지 고려하는 소비자에게 이 제품을 적극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제조사로는 벤큐가 최근 자사의 아이케어 시리즈에 제로베젤 디자인을 결합한 ‘EW2750ZL’을 선보인 바 있다. 오프 베젤 2.5mm, 이너 베젤 5mm의 스펙을 갖춘 제품으로, 사양은 앞서 출시된 EW2740L과 거의 동일하지만, 제로베젤용 패널을 써 가격은 좀 더 높은 편이다. 화면 몰입감과 모니터 디자인을 중시하는 사용자를 위한 제품인 만큼 가격 대비 성능을 꼼꼼히 확인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비자들의 구매 경향이 무조건 저렴한 제품보다는 가격 대비 성능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만큼, 디자인 또한 비슷한 가격이라면 경쟁 우위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며 “화면을 보여주는 모니터 본연의 기본기를 강화하는 한편,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만이 치열한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는 인식이 업계 전반적으로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