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줄타기, 저글링 등 곡예에 관심을 보이던 소년 펠리페 페팃. 어느 날 그는 미국에 지어지는 세계 최대 높이의 건물, 월드 트레이드 센터의 소식을 듣고 전율한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줄을 탄다는, 세계에 대한 예술적인 쿠데타를 시도하려던 그의 꿈이 현실이 될 기회였기 때문이다.
펠리페는 곧 돈과 동료를 모으고 줄타기 기술을 연마하는 한편, 월드 트레이드 타워 잠입 계획을 세운다.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던 그와 동료들은 디 데이를 맞고, 삼엄한 감시를 피해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진입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생각지 못 한 난관이 계속 닥쳐오는데……
세계 최고층 건물이었던 쌍둥이 건물 월드 트레이드 센터. 사람들의 눈을 피해 그 사이에 케이블을 연결하고 위험천만한 줄타기를 한 펠리페 페팃의 이야기는 실화다. 일반인이라면 생각만 해도 손에 땀이 나고 오금이 저릴 만하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이 줄타기는 평생의 꿈이자 자신을 자신으로 있게 하는 존재의 이유다. 나아가 세계를 향한 그의 쿠데타이기도 하다.
영화는 펠리페 페팃의 회상 형식으로 진행된다. 즉, 관객들은 그의 쿠데타가 성공한 것을 미리 알게 된다. 이어 영화는 그 과정에서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리고 꿈을 이뤄 모든 것을 발 아래 둔 그의 심정은 어땠는지를 말한다. 이것이 이 영화의 재미고, 이것이 아주 잘 표현됐다.
쿠데타를 준비하는 펠리페의 모습은 설득력에 박진감까지 넘치게 그려진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잠입하는 그들의 모습은 사뭇 진지하면서 재미까지 갖췄다. 이어 영화는 클라이막스인 줄타기에 들어가고, 그 순간 관객들의 시선은 펠리페의 시선과 같은 높이로까지 올라간다.
모든 것이 점으로 보일 만큼 높은 높이, 412미터. 그 위에서 오로지 홀로 줄을 딛고 선 펠리페. 평생의 꿈을 이루는 순간이자 자신의 삶의 의미를 바로 세우는 그 순간은 아이러니하게도 모든 것을 닫아버리는 악몽의 순간이 될 수도 있다. 외줄 위에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자신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하고, 장대 하나만으로 위험한 삶을 걸어나가야 한다.
이것이 인생이다. 이것은 펠리페 페팃의 이야기이자 우리의 이야기다. 우리 역시 삶이라는 외줄을 타고 있는 거다. 때로 그 줄이 미덥지 않게 보일 수 있다. 물론 줄을 놓는 것 자체조차 어렵다. 그 위를 걷는 와중 줄은 끊임없이 흔들리고 우리를 위협한다. 영화는, 언제나 ‘마지막 세 발걸음’을 조심해야 한다는 펠리페의 교훈마저 넌지시 전달한다.
줄거리와 구성도 좋지만, 화면이 관객을 압도한다. 손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 조셉 고든 레빗(펠리페 페팃), 벤 킹슬리(파파 루디), 샬롯 르 본(애니), 제임스 뱃지 데일(장 피에르), 벤 슈와츠(알버트)
평점 : ★★★★☆ (8/10)
차주경 기자 reinerr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