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삼성전자는 지난  2004년 7월 가정용 홈씨네마 프로젝터인 'SP-H500AK'와 'SP-H400AK'의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삼성전자의 첫 홈씨네마용 DLP 프로젝터 'SP-H500AK'(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의 첫 홈씨네마용 DLP 프로젝터 'SP-H500AK'(사진=삼성전자)
당시 DVD 시장이 급성장하고 홈씨어터 AV 시스템이 혼수가전으로 새롭게 떠오르던 시기였다. 이때 소니, 미쓰비시, 엡손, 파나소닉, 옵토마 등 업체들이 입문용 가정용 프로젝터 시장을 이끌었고, 마란츠, 야마하 같은 음향기기 전문업체들도 DLP 방식의 고급 프로젝터를 출시했다. 
 
삼성전자도 이때 세계적인 영상 튜닝 전문가 조 케인(Joe Kane)을 자사 프로젝터 개발에 참여시켜 첫 모델부터 수준급 완성도를 자랑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TV 가격이 빠르게 인하되고, 화면은 커지자 서서히 프로젝터의 판매량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 삼성전자는 수익성이 약화된 프로젝터 사업부를 없애고 TV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프로젝터 담당 부서에서는 인기를 얻은 'SP-A800B' 프로젝터의 후속모델을 완성하고도 출시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돌고래를 형상화한 유선형 디자인에 당시로선 고사양 풀HD 프로젝터였던 'SP-A800B'(사진=삼성전자)
돌고래를 형상화한 유선형 디자인에 당시로선 고사양 풀HD 프로젝터였던 'SP-A800B'(사진=삼성전자)
LG전자, 삼성이 물러선 프로젝터 시장에 '미니빔'으로 성공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늦게 프로젝터 시장에 발을 내디뎠다.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프로젝터 시장에서 발을 뺀 것과 달리 LG전자는 프로젝터에 자체적으로 동영상 플레이가 가능하도록 기능을 개선하더니 TV와 셋톱박스에나 달려 있던 디지털 TV 방송 수신 튜너를 장착해 프로젝터에 DTV용 안테나만 연결하면 TV 없이도 HD 화질의 지상파 방송 수신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삼성전자의 프로젝터가 고성능을 내걸며 마니아층을 노렸다면 LG전자는 일반인이 선호하는 멀티미디어 기능을 강화하고 매스 마킷을 노린 것이다.
2008년부터 LG전자는 프로젝터 크기를 확 줄인 소형 LED 프로젝터 브랜드 '미니빔'을 선보였다. LG전자는 전 세계 프로젝터 시장의 95% 이상이 학교, 사무실 등 B2B 시장이었던 점에 착안, 무게와 크기를 줄이면서도 밝고 선명한 화면을 제공하는 휴대용 프로젝터 시장의 성장성을 미리 앞서 내다봤다. 그렇게 소비자들의 니즈를 읽어 탄생한 LG 미니빔 판매량은 2008년 첫 출시 이후 연평균성장률(CAGR)이 80%에 육박했다.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정체되어 있던 프로젝터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다.
 
시장조사기관 PMA에 따르면 LG 미니빔은 전 세계 LED 프로젝터 시장에서 매출액 기준으로 올해 상반기까지 5년째 1위를 지키고 있다. LED 소자를 광원으로 사용하는 LED 프로젝터는 긴 수명, 선명한 색감, 높은 에너지 효율, 가벼운 무게 등의 장점으로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LG 미니빔은 크기가 작고 별도의 거치대가 필요 없어 캠핑족, 1인가구, 신혼가구 등으로부터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 한 달에 많게는 5000대가 팔린다. LG전자에 따르면, 지금까지 미니빔의 누적 판매량은 50만 대를 넘어섰다.
 
LG전자의 초소형 프로젝터들. 맨 왼쪽이 초단초점 프로젝터(PF1000U)이며, 중앙의 네모난 제품이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PF1500'이다.(사진=LG전자)
LG전자의 초소형 프로젝터들. 맨 왼쪽이 초단초점 프로젝터(PF1000U)이며, 중앙의 네모난 제품이 풀HD 해상도를 지원하는 'PF1500'이다.(사진=LG전자)
 
LG 미니빔은 작은 사이즈에도 밝고 선명한 영상을 제공한다. 최대 1400루멘(Lumen)의 밝은 화면과 풀HD 고해상도를 적용해(PF1500 기준) 집안은 물론 캠핑장의 텐트에서도 선명한 화질을 구현한다.
 
이 제품은 배터리를 내장했지만, 제품이 가벼워 휴대성도 뛰어나다. 올해 출시된 LG 미니빔(PV150G)은 최대 2시간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를 내장하고도 콜라 1캔 무게와 비슷한 270g에 불과하다
 
LG전자는 최근 짧은 투사 거리로도 초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초단초점(超短焦點) LG 미니빔(PF1000U)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프로젝터와 스크린 간 최소 거리가 38cm만 확보되면 100인치(254cm)의 대형 화면을 만들 수 있다. 별도의 설치 없이 스크린 앞에 놓기만 하면 풀HD 해상도로 대형 화면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 이 제품은 CES 2016 혁신상을 수상하며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김용 LG전자 HE사업본부 프로젝터BD(Business Division) 담당은 "편리한 휴대성에 뛰어난 화질까지 갖춘 LG 미니빔으로 전 세계 프로젝터 시장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