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프라이데이로 대표되는 해외직구 시장이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해외직구 시장이 최근 중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내수시장 방어에 주력했던 국내 사업자까지 앞 다퉈 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해외직구가 국내 소비회복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국내 제조 기반을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어, 적절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IT조선 김남규] 해외직구 시장이 온라인쇼핑 영역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각되면서 국내 주요 사업자의 해외직구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해외직구가 민간소비 회복에 기여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대세인 가운데, 국산 소비재 시장 점유율 하락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출저=현대경제연구원
출저=현대경제연구원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해외직구 시장은 올해 최소 20억 달러에서 25억 달러 규모로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관련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해외직구 시장이 최소 65억 달러에서 최대 207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해외직구 거래금액은 2010년 2억7000만 달러에서 2014년 15억5000만 달러 규모로 급격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소매판매액 대비 해외직구 비율 역시 2010년 0.1% 수준이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0.5%를 기록해 5배가량 상승했고 올해 말까지는 약 0.7%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을 대상으로 형성됐던 해외직구 시장과 해당 품목 역시 다변화되고 있다. 여전히 미국 시장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서는 중국과 독일의 해외직구 비중이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 2010년 국내 소비자의 해외직구 구매 금액에서 미국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82.1%에 달했지만, 올해에는 74.8%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유럽과 일본, 중국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11.1%, 4.7%, 4.6%로 늘었다.
 
또한, 최근 수년간 국내 해외직구 소비자들은 미국과 유럽의 유명 브랜드 의류와 고급 식품, 화장품 등을 주로 구매했지만, 최근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인해 유럽과 일본 제품의 구매가 급증하는 추세다.
 
일례로 올해 해외직구를 통한 국내 소비자의 전자제품 구매 건수는 전년 대비 114.2%가량 증가해 가장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고, 키덜트 산업의 인기 상승에 힘입은 일본산 피규어 등의 완구 거래 역시 거래량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해외직구에 대한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 소비자 선택의 확대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기대되는 반면, 국내 소비재 시장이 잠식될 수 있다는 부정적 효과 역시 간과할 수 없다는 시각이 맞서고 있다.
 
우선 해외직구가 불러올 긍정적 효과로는 양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소비자 구매채널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또한, 물류 서비스 산업의 발전과 수입물가 하락에 따른 소비자물가 하락 효과, 그리고 이를 통해 실질적인 구매력이 증가할 수 있다.
반면, 해외직구가 활성화되면 국내 제조 기업들의 경영부담이 급증할 것이라는 주장도 상존한다. 국내 제조업체와 해외 제조업체가 직접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 이를 견뎌내지 못하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으며, 온라인쇼핑몰 사업자 역시 해외의 대형 온라인쇼핑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구도가 형성돼 수익성 악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출처=한국온라인쇼핑협회
출처=한국온라인쇼핑협회
무엇보다도 해외직구 시장의 빠른 성장률에 맞춰 역직구 시장을 육성해야 하는 것도 시급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국내 역직구 거래액은 2010년 210만 달러에서 2014년 4460만 달러로 연평균 114.5%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역직구몰 수 역시 2013년 약 4000여 개에서 지난해에는 1만5000개로 늘었고, 최근 국내 온라인 쇼핑몰을 찾는 중국 소비자의 증가로 인해 화장품, 의류, 식품 등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역직구 시장은 알리바바나 아마존과 같이 전체 시장을 주도할 대표 브랜드가 없다는 문제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다국어 지원과 원활한 배송, 맞춤형 결제시스템 구축 등의 고질적인 문제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직구가 확대됨에 따라 야기되는 긍정적 효과를 누리되, 동시에 부정적 효과를 주지하면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의 경우 세계적인 온라인 유통업체들과 경쟁을 위한 배송서비스, 결제시스템, 언어시스템 등을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김남규 기자 ngk@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