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최용석] PC 기반의 게임을 자주 한다면 그래픽카드는 ‘필수 아이템’ 중 하나다. 최신 CPU의 내장그래픽 성능이 어느덧 인기 온라인 게임까지 충분히 즐길 수 있을 만큼 향상됐지만, 더욱 뛰어난 그래픽 품질과 훨씬 부드러운 화면으로 게임을 즐기려면 그래픽카드 만한 게 없기 때문이다.

하드웨어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이들이라면 그래픽카드의 모델명만 보고 자신에게 필요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잘 모르는 초보자들은 모델명만 가지고서는 어떤 제품이 어느 정도의 성능을 제공하는지 알 방도가 없다. 전문가에게 물어보자니 이해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판매처에 물어보자니 그저 그런 제품에 덤터기를 씌워 추천할까봐 걱정이다.

초보자 입장에서 가장 쉬운 방법은 가격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물론 100% 정확한 기준은 아니지만 대략 10만 원 미만은 엔트리급, 10만~20만 원 미만이 메인스트림급, 20만~ 30만 원 미만이 퍼포먼스급, 30만 원대 이상이 하이엔드급으로 구분할 수 있다. 비싼 만큼 성능이 좋은 것은 두말할 것 없다.

최근에는 초보자들이 보다 쉽게 그래픽카드의 등급을 구분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이 생겼다. 바로 그래픽카드에 탑재되는 메모리의 용량이다.

조텍 지포스 GTX 960 4GB OC (사진=조텍코리아)
조텍 지포스 GTX 960 4GB OC (사진=조텍코리아)
 

PC의 메인보드에 탑재된 DDR3 또는 DDR4 메모리는 상대적으로 느린 HDD(하드디스크 드라이브)나 SSD에 저장된 데이터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미리 읽어놓았다가 필요할 때 CPU에 전달해 처리하도록 하는 중간 역할을 한다.

그래픽카드에 탑재된 비디오 메모리 역시 비슷하다. 게임이나 각종 그래픽 애플리케이션에서 다음 장면을 구성하기 위한 이미지 데이터를 미리 읽어두고, 이를 GPU로 넘겨 처리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그래픽용 데이터가 중간에 머물기 때문에 ‘이미지 버퍼(image buffer)’로 불리기도 한다. 당연히 고급 그래픽카드일수록 비디오 메모리 용량도 늘어난다.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이 본격적으로 그래픽카드의 등급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 것은 바로 게임 중심의 3D 그래픽 환경에서 4K UHD 해상도의 도입 때문이다.

4K UHD 해상도는 가로 3840, 세로 2160의 픽셀(pixel)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현재 기본 해상도로 자리매김한 풀HD(1920 x 1080)의 4배다. 단순 계산으로 압축을 하지 않은 4K 해상도의 이미지의 용량은 이론상 풀HD 해상도 이미지의 약 4배에 달한다.

그래픽카드는 정지 화면을 보여주는 장치가 아니다. 표준 재생률(refresh rate)인 60Hz를 기준으로 초당 60장의 이미지(프레임)를 연속적으로 표시한다. 워낙 빠르게 표시되는 만큼 화면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여도 사람의 눈으로 알아채지 못할 뿐이다.

이때 그래픽카드는 1초에 1개 프레임을 구성하는 이미지의 60배 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게 된다. 문제는 풀HD 해상도에서 4K UHD 해상도로 넘어갈 때 발생한다. 해상도가 4배로 늘어난 만큼 순간 처리하는 데이터의 용량도 4배, 즉 2의 2제곱으로 폭증한다. 만약 버퍼 역할을 하는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이 부족하면 병목 현상이 발생하며 이는 성능 저하로 이어진다.

사파이어 라데온 R9 380 OC D5 4GB (사진=이엠텍)
사파이어 라데온 R9 380 OC D5 4GB (사진=이엠텍)
 

현재 업계에서는 4K 해상도에 넉넉하게 대응할 수 있는 그래픽카드 비디오 메모리의 용량을 적어도 4GB(기가바이트) 이상으로 보고 있다. 가격대를 기준으로 20만 원 중반대 이후 ‘퍼포먼스급’ 그래픽카드부터 4GB 메모리를 탑재하고 있다. 엔비디아 지포스 시리즈의 경우 최근 4GB 메모리를 탑재한 신형 GTX 960 제품 이상, AMD 라데온 시리즈의 경우 마찬가지로 4GB 메모리를 탑재한 R9 380 이상 제품이 해당된다.

결국 하드웨어 초보자들은 자신이 주력으로 사용할 그래픽 해상도에 맞춰 그래픽카드의 비디오 메모리 용량을 따지면 된다. 지금의 풀HD 환경으로 충분하다면 메모리 용량이 4GB 미만인 제품을, 앞으로의 4K 초고화질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4GB 이상인 제품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특히 이 방법은 가격에 근거한 구분법보다 더 정확하다는 장점도 있다.

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게임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게이밍 PC’에 대한 관심도 슬슬 늘고 있다. 당연히 게임용 그래픽카드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늘고 있다.

게임은 즐기고 싶은데 그래픽카드를 어떤 제품으로 선택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면 제품 스펙에 나와 있는 메모리 용량부터 보자. 적어도 자신이 추구하려는 게임 환경에 보다 적합한 그래픽카드를 선택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최용석 기자 rpch@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