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이상훈] 가전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동차 시장에서 다시 경쟁하게 됐다. 양사가 외산 자동차 업체들에 주요 부품들의 공급량을 꾸준히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업계와 IT 업계 간 협업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자동차 부품 관련 매출은 한동안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 VC부문 매출 분기마다 상승…새로운 캐시카우로 각광

LG전자는 지난 2013년부터 VC(Vehicle Component, 자동차 부품) 본부를 인천 송도에 설립하고 차량용 내비게이션과 전기차용 배터리팩 등을 생산해왔다. 작년 12월에는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와 함께 무인자동차의 핵심 부품인 '스테레오 카메라 시스템'을 공동 개발하기로 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지난 10월에는 GM의 차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Chevrolet Bolt EV)'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돼 구동모터, 인버터, 배터리팩, LCD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총 11종의 핵심부품을 공급하게 됐다.

LG그룹 내에서도 관련 부서들이 차량용 주요 부품을 맡아서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량용 배터리를, LG이노텍은 차량용 센서와 LED 모듈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LG하우시스는 자동차 원단과 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부품을 개발·공급하고 있다. 
 
LG전자는 AVN(Audio Video Navigation), 텔레매틱스,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부품, 인버터, 구동모터 등 다양한 부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터치스크린 시제품
LG디스플레이의 차량용 터치스크린 시제품
LG전자 VC부문의 매출도 빠르게 늘고 있다. 3분기에는 매출액 4786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적자 8억을 기록했지만, LG전자는 전기차용 부품, 전장부품 등 선행 R&D 투자 확대에 따른 영업손실이라며 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VC부문 2분기 매출은 4508억 원이었다. 분기마다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자동차 부품사업은 LG 계열사 실적 개선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삼성SDI 등 계열사, 자동차 전장부품 공급 다양화
삼성 역시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자동차 전장부품 공급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23일(현지시간) 독일 잉골슈타트 아우디 본사에서 열린 'PSCP'(Progressive SemiConductor Program)에서 아우디에 차량용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합의했다. 향후 삼성전자는 아우디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대시보드, ADAS 등에 적용되는 20나노 LPDDR4 D램과 10나노 eMMC 5.1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릭키 후디 아우디 부사장(사진=삼성전자/아우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왼쪽)과 릭키 후디 아우디 부사장(사진=삼성전자/아우디)

지금까지 삼성SDI가 삼성전자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생산·공급해왔다. 삼성SDI는 2008년 독일 보쉬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했고 이후 크라이슬러와 BMW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그리고 아우디의 차세대 전기 SUV 개발 프로젝트에도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SDI 외에 삼성디스플레이도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을 노크하고 있으며 삼성전기도 차량용 MLCC와 카메라 모듈, 무선충전장치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아직 삼성 계열사나 삼성전자 내부에서 LG전자의 VC부문처럼 전담 조직을 갖추지는 않았지만, 삼성 그룹 내 주요 계열사들이 자동차 전장부품 공급 비중을 높이고 있어 해당 분야 실적도 크게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

 

이상훈 기자 hifidelity@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