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정치연] 현대자동차가 야심 차게 출시한 최고급 신차 '제네시스 E900'의 고객용 시승차가 4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가가 1억 원을 훌쩍 넘기는 고급차임에도 고객에게 시승 기회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네시스 EQ900를 시승하려면 서울 강남 언주로에 위치한 현대모터스튜디오 내 제네시스 시승센터를 이용해야 한다. 현대차는 강남과 원효로, 잠실 등 서울 지역에 총 7개의 시승센터를 운영 중이지만, 제네시스 EQ900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제네시스 EQ900은 12월 9일 공식 출시됐다. (사진=현대차)
제네시스 EQ900은 12월 9일 공식 출시됐다. (사진=현대차)
 

24일 오후 현대모터스튜디오 내 제네시스 시승센터에 문의한 결과, 제네시스 EQ900 시승차는 총 6대이며 이 가운데 실제 운영 중인 차량은 4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준비된 시승차는 EQ900 3.3 터보와 3.8 GDi 모델이었고, 최고급 모델인 5.0 GDi는 시승차가 아예 마련되지 않았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은 데 반해 시승차가 적다 보니 실제 시승까지는 보통 4~5일을 기다려야 한다. 원하는 날짜와 시간을 맞추려면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일정을 맞췄다 하더라도 원하는 모델을 타보기는 쉽지 않다.

제네시스 시승센터 관계자는 "지금 시승을 예약하면 가장 빠른 날짜는 (4일 뒤인)28일 오후 7시에 가능하다"며 "그날(28일) 현장 상황을 봐서 탈 수 있는 모델이 결정된다"고 말했다.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제네시스 EQ900 (사진=현대차)
현대모터스튜디오에 전시된 제네시스 EQ900 (사진=현대차)
 

문의 방법도 제한적이다. 현대차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온라인으로 시승센터에 준비된 시승차 예약을 진행하고 있으나, 제네시스 EQ900의 경우 오직 전화(02-6101-3553)로만 예약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서울을 제외한 지역에서 시승차를 타보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

제네시스 EQ900 구매를 고려 중인 김성원 씨(49, 서울 마포구)는 "제네시스 EQ900 시승을 위해 가까운 현대차 지점에 문의했으나, 별도 시승은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출시 보름이 지났는데 아직도 왜 이렇게 시승이 어려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처럼 제네시스 EQ900의 시승차가 귀해진 것은 계약량에 비해 출고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제네시스 EQ900를 계약하면 차량 인도까지 3~4개월을 기다려야 할 만큼 출고 물량이 크게 부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연말 임원용 법인차 수요를 잡고자 제네시스 EQ900 출시일을 애초 일정보다 무리하게 앞당기면서 출고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정치연 기자 chiye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