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조선 노동균] 2014년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카드사를 대상으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법원이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면서 줄소송 후폭풍이 불 전망이다.

지난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신용정보업체 코리아크레딧뷰(KCB)를 대상으로 원고 5202명에게 1인당 10만원씩 배상하라는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인터넷상의 집단소송카페에 추가 소송 신청 문의가 쏟아지고 있다.

통상 개인정보유출 사건의 손해배상 청구 시효는 사고 발생이 공표된 시점부터 3년이다. 이에 따라 KB국민카드와 NH농협카드, 롯데카드 3사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은 오는 2017년 1월 소멸시효를 앞두고 있다.

금융소비자연맹에 따르면, 현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카드 3사를 상대로 4개 재판부에 피해자 1만1000여 명이 공동소송 중에 있으며, 이들은 판결 추이에 따라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원고단을 모아 공동소송을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2일 판결을 이끌어낸 NH농협카드 대상 소송(2014가합 529124)에 이어 당장 오는 3월에도 3사 공동소송(2014가합 10675)과 KB국민카드(2014가합 528787), 롯데카드(2014가합 528862) 대상 소송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나아가 이와 유사한 소송이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만 90여 건 이상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소송인단의 수는 최소 22만 명에 이른다. 청구된 손해배상액도 카드사별로 300억~500억 대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소송에 추가 참여하려는 피해자들이 늘면서 카드사들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그간 법원이 대기업의 개인정보유출 사고의 배상 책임에 대해 비교적 엄격하게 접근했던 것과는 달리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앞서 비슷한 사고로 인해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인 보상금 지급으로 이어진 사례는 지난 2012년 870만 명의 개인정보유출 사고를 낸 KT의 경우가 유일하다시피 했다.

KT에 앞서 2011년 네이트의 싸이월드 회원 정보 3500만 건 유출 사고에 대해서도 1심에서는 피해자 2882명에게 위자료 20만원씩 지급하라는 판결이 나왔지만, 항소심에서 업체 측의 기술적 조치 이해 등을 들어 배상 책임을 묻지 않는 것으로 결론 난 바 있다. 2008년 GS칼텍스와 옥션의 개인정보유출 사고 또한 최종 판결은 모두 업체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판결도 항소심을 거듭하면서 결론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원고 측 역시 보다 현실적인 배상금 책정을 위해 항소할 뜻을 내비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당초 이번 소송에서 피해자들은 유출 정보의 중요도와 정신적 피해 정도에 따라 20만~70만원씩 총 13억여 원의 배상금을 요구했으나, 재판부가 일괄적으로 1인당 10만원으로 배상금을 결정한 것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최소한 징벌적 손해배상으로서의 하한선이 3배 보상임을 감안하면 1인당 10만원 배상은 너무 적은 금액이며, 현실적인 배상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조속히 집단 소송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법률이 통과돼 현실적인 배상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노동균 기자 yesno@chosunbiz.com